본문 바로가기
천체사진/Deep-sky

[2020년 5월 30일] 초승달 성운(Crescent Nebula NGC 6888)

by 두루별 2020. 6. 1.

2020-05-30 0:42(KST) @  Cheorwon-gun, Gangwon-do, South Korea 
Takahashi FSQ-106ED, ZWO ASI6200MM, RainbowAstro RST-150H
Baader H-Alpha 3.5nm
Takahashi GT-40(240mm F/6.0), ZWO ASI290MM Mini, ASIAIR Pro
8x15min (gain 0, temp -10℃), DSS 4.2.3, Pixinsight 1.8, Photoshop CC 2020

 

생긴 건 해파리처럼 생겼는데 왜 초승달 성운이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NGC 6888 초승달 성운을 한 달여 만에  촬영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흐린 날이 많네요.

 

2월에 주문하고 코로나-19 때문인지 감감무소식이던 냉각 카메라가 4월 말에 갑자기 도착을 했습니다. 

가격에 비하면 참 허접한 패키지... 보온 도시락 케이스 같은 것에 담겨있습니다. 가격과는 동떨어진 제품 퀄리티에 깜짝 놀랐습니다만, 생각보다 냉각도 잘 되고 듣던 대로 역시 모노(Mono)는 감도가 좋더군요.

 

날이 허락하지 않아 집에서만 몇 장 찍어보고는 봉인해 뒀었는데 드디어 꺼낼 날이 왔습니다. 

 

상현달이 있었지만 어차피 H-Alpha 촬영을 할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초저녁에 관측지로 달려갔습니다. 달이 있긴 하지만 새벽에는 질 예정이라 사진 촬영 나온 분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말 동상을 배경으로 촬영들을 하시는지 동상 주위에 옹기종기... 바닥에 앉아서들 촬영을 하십니다. 역시 관측 매너를 알리 없는 분들이라 불빛은 크게 신경 안 쓰시는...

 

무엇보다도 이날은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별자리곰님을 관측지에서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분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게 정말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을 만나니 정말 좋더군요 ^^

앞으로도 관측지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

 

ASI6200MM 카메라는 Full frame Mono 냉각 카메라입니다. EOS Ra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그래도 포지션이 겹쳐서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처음 촬영한 이미지를 보고 나니까 출혈이 컸지만 구매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협대역 촬영에서도 확실히 감도는 EOS Ra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날 처음 사용한 장비가 하나 더 있었는데 ASIAIR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ASIAir Pro입니다.

이런저런 자잘한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ASI6200MM은 ASIAIR Pro에서만 지원을 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12V를 입력하면 본체에서 전원을 분배할 수 있어서 선 정리가 깔끔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예전 ASIAIR에서는 Plate solve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Pro 버전을 사용해 보니 Plate Solve가 엄청 빠르고 협대역 필터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잘 동작하더군요. (요건 나이스!)

 

Plate solve가 잘 되니까 극축만 맞추고 AISAIR Pro에서 대상 고른 후에 Goto 하면 알아서 센터에 잡아주니 세상 편하네요. 도입 정밀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던 Star Alignment를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단축되고요. 적도의 핸드 컨트롤러는 이제 필요 없겠습니다.

이런 말 하기 싫었지만... 정말 세상 좋아졌습니다 ㅠㅠ

 

첫 촬영이지만 성능은 제 수준에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설정을 좀 더 해야 할 거 같습니다. ZWO의 주변기기가 정밀하지 못해서 처짐이 좀 있더군요. 수정을 해야 하는데 아직 주문해둔 주변기기가 다 도착하지 않아서 준비가 완료되면 한 번에 수정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여름 은하수와 목성 그리고 토성

테스트 촬영을 마치고 본 촬영에 들어가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주위에는 그 새 촬영하는 분들이 더 늘었더군요. 다들 달이 지면서 나타난 은하수 촬영에 몰두하는 거 같았습니다. 

 

다들 바쁜 이 시간에 소쩍새는 정적을 깨며 크게 울고, 여기저기서 개구리가 와글와글 울어대는 시끄럽고 혼란한 지상과 달리 하늘은 고요하게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더 바랄 게 없더군요. 이 느낌 때문에 촬영을 나오는 거지만 굳이 촬영을 하지 않아도 그냥 멍하니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별밤입니다.

태극기 언덕길 위로도 별이 쏟아집니다. 솔직히 이곳은 좋은 하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는 점점 별 볼 수 있는 곳이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듭니다. 

 

카메라 테스트를 하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꼴딱 밤을 새웠네요.

복작대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철수 준비를 하면서 맑은 새벽 공기를 깊이 마셔봅니다.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마지막에 주위를 둘러보며 놓고 가는 게 없나 보던 중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열심히 컵라면을 먹더니만 먹은 건 왜 버리고 가는지... 공공장소 사용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항상 놀랍니다. 내가 싫으면 다른 사람도 싫은 건데 왜 그럴 모르는지...

좋은 장소 밤에만 빌려 쓰는 거지만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사람들의 출입을 막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빌려 쓴 장소에 대한 고마움으로 얼른 쓰레기를 주어다 휴지통에 버렸습니다. 마지막에 가는 사람이 총대 메는 거죠...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질서를 잘 지켜주세요... ㅠㅠ)

이렇게 한 달 만의 출사가 끝났지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도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