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드디어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ㅎㅎ
세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지난주에 쿄에이 오사카에 주문했던 다카하시의 F3 Reducer 0.6X(이하 F3RD) 감속기가 도착!!
이 F3RD는 FSQ-106ED와 FSQ-130ED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감속기(Reducer)로, 구경비를 f/3.0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름도 F3 Reducer입니다. 다카하시에서 발매하는 감속기 중에서도 이 F3RD처럼 f/3.0이라는 빠른 광학계로 변신시키는 감속기는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성능의 감속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FSQ-106ED에 장착할 수 있는 감속기는 QE 0.73X, 645 Reducer QE 0.72X(이하 645RD) 그리고 F3 Reducer 0.6X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쓸데없게도 이 세 종류의 감속기를 모두 모으고 말았습니다! (냐하하핫핫!!!...)
세상에 저 같은 호구가 또 있을지... 있으시다면 댓글로 연락 바랍니다. (파티 결성하시죠.)
이 감속기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고 가격도 2배에서 3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어떤 감속기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구성하는 장비에 맞게 하나만 구입하면 되는데요. 저도 처음부터 이 감속기들을 모두 구입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장비를 구성해 가면서 하나, 호기심에 하나... 이렇게 하나씩 구입하다 보니 어느덧 모두 모으게 됐더라는...
ε-160 경통 하나 가격이 날아갔지만 이미 벌어진 일...
기왕 이렇게 한 자리에 감속기가 모두 모인 김에 제가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럼 먼저 이 감속기들의 Spot Diagram을 한 번 보시죠.
645RD의 Spot diagram은 다른 두 감속기와 달리 중앙에서부터의 거리 표시가 다릅니다. 이 점은 참고하고 봐주세요.
다카하시 답게 100㎛(0.1mm)로 표시하는군요. 중국 망원경 제조사들은 대부분 200㎛ 기준입니다. 만약 200㎛ 기준의 Spot diagram과 크기가 같다면 다카하시 별 상의 크기가 면적 대비 1/4 더 작다는 의미가 됩니다.
1. QE 0.73X
Spot diagram처럼 실제로 촬영해 보면 중앙에서 주변으로 갈수록 별 주의에 푸른 색수차가 많이 나타납니다. 풀 프레임(이하 FF)에서는 더 심해 보이고요. 하지만 별 상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 마법 같은 일이... 아마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별이 부풀어 커지지만 원형을 유지하기 때문에 실제 체감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 거 같습니다(뇌피셜). 그리고 저처럼 FSQ-85EDP와 FSQ-106ED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 감속기는 양쪽 모두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대비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감속기들에 비해 성능이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취급도 간편해서 저는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2. 645 Reducer QE 0.72X
Spot diagram 상으로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습니다. 중앙 별상은 정말 (과장 좀 보태서) 핀 포인트죠. 주변부 색수차도 잘 억제되어 있고, 이미지 서클이 ⌀60mm나 되고 주변 광량 70%라는 어마어마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웬만한 망원경 가격인 데다 크고 무겁습니다. 장착은 FSQ-106ED의 4번째 렌즈(G4 렌즈)에 직결하는 방식이라 백 포커스(Back focus, Metal back distance)로 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지만, 직초점 촬영을 위해 분해 시 간혹 G4 렌즈가 함께 풀려서(뜨어어!!) 서비스 맡겼다는 어마어마한 후기도 있는 만큼 분해와 조립을 자주 하기에는 부담이 좀 있어서 저는 항상 부착한 상태로 사용을 했었습니다. 경통에 부착 후 분해 없이 구경비 f/3.6으로만 사용할 분들에게는 최고의 감속기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장에서 직초점과 감속기를 번갈아 사용하시려는 분들은 피하셔야 합니다. 뭐하나 빠질 거 없는 최고의 감속기지만 저는 별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3. F3 Reducer 0.6X (2021년 9월 7일 사용 후기 수정)
645RD의 별상에 만족하지 못해 추가로 구매한 감속기입니다. 그 바람에 FSQ-106ED의 감속기를 모두 구매하게 된 슬픈 일이 발생한 것이죠. Spot diagram을 보면 주변에 푸른색 색수차가 좀 있고 645RD에 비해 별 상의 크기가 꽤 큽니다(거의 2배). 이렇게만 보면 645RD에 비해 장점이 없어 보이지만 제가 F3RD에서 가장 눈여겨본 부분은 중앙부터 주변까지 별 상 크기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구매 포인트였는데요. 다른 감속기들을 보면 중앙에서 멀어질수록 별 상의 크기가 굉장히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F3RD의 경우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고, 실제 촬영을 해봐도 주변 별상이 위 두 개의 감속기보다 훨씬 예쁩니다.(개인적인 느낌입니다) 하지만 f/3.0의 단초점이 되기 때문에 다른 감속기들 보다 초점에 더 민감해져서 아주 작은 차이로도 초점이 나가버리는 사태가 자주 발생하였고, 다카하시 접안부의 고질병인 온도 변화에 따른 초점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속기였습니다. 이게 좀 짜증인데요. 온도가 변할 때마다 자동으로 초점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촬영 중간에 자주 확인을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645RD에 비해 FF에서 비네팅이 좀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단초점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백 포커스도 무척 민감해서 미세하게 조절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별상이 균일하고 무엇보다 시원한 화각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하나만 구입해야 한다면 저는 F3RD를 고르겠습니다.
감속기 별 사용 후기는 개인적인 취향과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참고만 해주세요.
얘기가 길어졌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F3RD를 추가 구매하게 되었고 받자마자 망원경에 연결해 봤습니다.
F3RD의 연결은 2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는데요. 해외 버전인 FSQ-106EDX4(현재는 FSQ-106EDP로 통일됨)의 구성품을 이용한 구성과 일본 버전인 FSQ-106ED의 구성품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혹시 문제가 있을 경우 QE 0.73X를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이 가능한 기본 구성인 FSQ-106ED의 구성품을 이용하여 연결했습니다.
연결해 놓고 보니 안 그래도 뚱뚱한 경통인데 궁둥이도 뚱뚱해졌습니다. ㅎㅎ
큰 기대를 했던 645RD에 한 번 크게 당한 적이 있어서 이 F3RD에는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습니다만 중앙과 주변 별 상의 크기가 비슷하다면 대박일 거 같습니다. 하필 장마가 막 시작돼서 한 동안은 테스트할 수 없겠지만, 여름 별자리가 넘어가기 전에 F3RD를 이용해서 광시야 촬영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