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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 촬영 및 관측장비

[2021년 12월 27일] TS-Optics 8" RC 도착과 분해 조립

by 두루별 2022. 1. 3.

지난주에 독일에 주문했던 TS-Optics 8인치 RC 경통이 총알같이 배송되어 도착했습니다.

 

[2021년 12월 22일] TS-Optics 8" f/8 Ritchey-Chretien Pro RC 구입

제가 생각해도 살짝 어이가 없습니다만 갑자기 계획, 결정, 구매까지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구매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사용 경험이 없는 RC(Ritchey-Chretien, 이하 RC) 경통을 갑자

sbrngm.tistory.com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정말 빠른 일처리에 사실 살짝 놀랐습니다. 주문 결제 후 거의 몇 시간 안에 출고가 진행되면서 바로 DHL로 인계되었다는 메일을 받기까지 6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기대하기 힘든 속도였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DHL 아저씨의 배송 완료 문자를 받고 생각했던 크기보다 작은(?) 박스를 열어 봤습니다. 

망원경 박스를 더 큰 박스에 넣어 이중 포장한 방식이었고, 망원경도 스티로폼 안에 얌전히 들어있었습니다. 포장은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망원경의 포장이었습니다. 

GSO 8인치 RC의 언박싱은 이 아저씨 영상 보시면 아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박스에서 경통을 꺼내서 허접한 먼지 덮개를 열고 경통 내부를 들여다봤습니다. 

제일 먼저 무광처리가 된 가지런히 배열된 9개의 배플(Baffle)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만 업체들이 배플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습니다. 윌리엄 옵틱스의 경통들도 배플이 눈에 띄었었는데 GSO도 그렇군요. 

제일 중요한 주경(Primary Mirror)의 상태가 궁금해서 불빛에 비춰가며 들여다보니...

멀리서 블로워로 불어서는 꼼짝도 않는 굵직한 먼지(?)들이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새 상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붙어 있었는데 부경(Secondary Mirror)에도 붙어 있는 걸로 봐서는 제조 당시에 생긴 카본 가루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먼지라고 하기엔 좀 크고 검기 때문이었죠.

이쯤 되니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검수를 하긴 하는 건가? 어떻게 경통 상태가 이럴 수가 있을까... 
Celestron의 C8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경악스러움을 또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이 가격대의 경통들은 다 이런 걸까 생각하며 가장 궁금했던 광축을 확인해 봤습니다. 

다카하시 센터링 스코프를 이용하면 훨씬 편하게 부경의 센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6배 확대경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일본 천문인들 사이에서 RC 광축을 맞추는 데는 필수라고 하길래 저도 이번에 함께 구매를 했습니다. 웃프게도 이번에 구입한 제품들 중에서 가장 만듦새가 좋고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습니다. 

센터링 스코프를 접안부에 장착하고 측면에 손전등을 고정해서 아쉬운 대로 광축을 확인했습니다.
TS-Optics에서 센터링 스코프용 2인치 어댑터를 함께 구매했지만 접안부와의 유격이 심해서 저는 다카하시 FSQ-106ED에 포함되어 있던 안시 관측용 2인치 접안부에 연결해서 사용했습니다. 원래 이렇게 연결해서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거라 유격 없이 아주 잘 맞더라고요.

결과는 뭐 보나 마나였습니다. 동심원이 하나도 없더군요. 부경도 크게 어긋나 있고 주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경은 그나마 센터링 스코프로 쉽게 중앙에 정렬할 수 있었지만 주경은 경통을 회전시킬 때마다 덜컥하며 움직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경의 고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더 손대지 않고 TS-Optics에 메일로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문의를 보냈습니다. 

담당자인 Mark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려 하더군요. Mark가 담당 기술자에게 문의한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기술자: 이런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경통을 전부 분해해야 할 수도 있다. 주경 하우징이 분리되면 꽉 조여라. 그러면 주경의 흔들림을 막을 수 있을 거다.'

분해 방법이나 주의 사항 정도를 기대했던 건데 정확한 얘기는 하나도 없고 알아서 조이랍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 정도는 안 해봐도 알겠다... 저런 게 기술자라고...
저랑 독일은 안 맞나 봅니다. 차도 탈수록 마음에 안 들더니 이제는 망원경까지... 아니지 망원경은 대만 꺼...

새 경통을 받았는데 주경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반응에 살짝 충격을 먹었지만 저런 반응을 하는 걸 보니 이 제품이 원래 그런 모양입니다. 반품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특별히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거 같아 직접 분해, 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니 여러 가지 정보들이 나오더군요. 먼저 고생하신 분들의 헌신으로 정보를 제법 수집하게 되었고 받은 지 하루 만에 경통을 분해하게 됐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기가 막히더군요...

분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경 하우징을 분리하는데 힘을 좀 빡 주고 당기니 덜컹~ 하고 빠지더라고요. 주경 하우징을 고정하는 볼트 2개는 아예 조여있지도 않았습니다. 허접하게 조립된 게 티가 나는 데다 카본은 얇고 안쪽은 에폭시 처리도 안돼 있어서 부스러기가 마구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부스러기들이 주경과 부경에 붙은 거였고요. 

공들여서 카본 부스러기들을 모두 털어내고 찬찬히 주경을 들여다봤습니다. 

중앙의 배플은 힘을 좀 줘서 돌리니 분해가 됐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 있는 부품들인데 김도익 님의 블로그에서 푸는 법을 배워서 조심스럽게 분해를 해 보니 정말 아무것도 잡아주는 것 없이 주경만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주경 고정용 고무 오링(O-ring) 하나가 텐션 조절과 고정이라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는 그런 구조였습니다. 

위 사진의 저 부품 하나가 배플 튜브 연결과 함께 주경 고정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경과 직접 닿는 부분에 고무 오링이 붙어있는데 이 오링이 잘 빠져서 다시 끼우려면 고생 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잃어버리거나 끊어지면 조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Tip: 분실하거나 끊어졌다면 그땐 네오프렌 O-Ring(⌀60mm x 2mm)을 구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배플 튜브를 제거한 주경과 고정 링. (작은 무두 볼트 2개를 풀면 돌릴 수 있다)
중앙의 고정링을 제거하면 주경 분리 가능

GSO 8인치 RC 경통은 구조적으로 주경을 뒤에서 받쳐주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주경 주위에 있는 5군데의 검은색 부분은 증착이 되지 않아 검게 보이는 것으로 아마 알루미늄 진공 증착 시 반사경을 고정하는 지그(Jig)의 발톱 때문에 생긴 거 같습니다.
처음에 멀리서 보니까 뭔가 발톱 같은 것이 반사경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잘 고정이 된 것으로 알았지만 그냥 코팅이 안 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정이 안 된 주경을 경통의 중앙에 잘(?) 위치시켜 놓고 고정 링으로 고정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고정 후에 주경이 경통의 중앙이 아니라도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일단 최대한 중앙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주경을 고정하고 광축 수정할 때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거 같습니다.

문제는 또 있는데 주경을 어느 정도의 힘으로 고정해야 난시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튼튼하게 고정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주경의 중앙 부분은 꽉 조여도 괜찮다는 글도 있었지만 난시가 발생한다는 글도 있어서 고민을 좀 많이 했는데요. 이것도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움직이지 않을 정도라고 생각되는 지점까지 힘을 주어 고정했습니다. 

이때 고정 링으로 주경을 고정한 후에 배플 튜브를 또 조여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조이면 배플 튜브를 고정하면서 더 조여 질 수 있으니까 둘 다 적당한 힘으로 조여야 합니다. 적당히 잘 조여졌는지는 나중에 별상을 봐야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만약 난시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적당히 풀어줘야겠죠?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니까 받아들여야 합니다... Celestron 경통보다 더 허접한 경통이 있을 줄이야...
이래서 다들 제가 RC 경통을 하나 산다고 하니 걱정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이럴 줄은 몰랐죠 저도 ㅜㅜ

이렇게 구입한 지 하루 만에 경통을 분해하고, 분해한 김에 주경과 부경의 먼지도 털고(카본 찌꺼기가 맞았습니다) 대충 광축도 조절을 했습니다. 이 경통의 정확한 광축 조정은 자료를 좀 더 찾아봐야 할 거 같은데, 지금은 일단 별상에서 난시가 생기지만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RC 경통을 구매하면서 제가 실수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만 의존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구매에서 좋은 경험을 얻기까지의 노력은 무시한 체 아무런 노력없이 동일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 실수였죠. 저도 더 따져보고 더 알아보고 더 발품을 팔았어야 했습니다. 그냥 같은 곳에서 구매한다고 같은 구매 경험을 얻는 것은 아닌데 그 평범한 진리를 외면해서 얻은 수고스러움이라 생각합니다.

경통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가격에 성능 편차가 적은 광학계를 얻기는 쉽지 않죠. 비록 기계적인 부분들이 많이 떨어지긴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최대한 정확하게 광축도 맞추고, 추가로 일본에 주문한 리듀서와 튼튼한 포커서가 오면 필드에서 한 번 테스트를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