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퍼붓는 날이었지만 오후에 갠다는 아내의 말만 믿고 탐조 여행을 떠났다.
점심도 거르고 오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먼저 연천에 들러서 비빔국수부터 한 그릇씩 후루룩~
가끔 생각나는 신병교육대 앞의 비빔국수 본점. 생각하는 딱 그 맛이다.
점심을 먹고 파주로 갈지 철원으로 갈지 고민하다가 비도 계속 부슬부슬 오는데 익숙한 철원으로 가기로 결정.
가는 길은 절경이었다. 철원은 평야 지역이라 산이 없기도 하지만 명소를 찾아가도 딱히 볼만한 게 없는데,
연천에서 포천으로 이어지는 한탄강 주변 도로는 말 그대로 절경이었다.
그렇게 한탄강 옆을 지나다 갈대밭이 넓게 우거진 '포천 한탄강 꽃정원'이란 곳이 눈에 띄어 들어가 봤더니 한 창 꽃을 심고 있는 듯했다. 넓은 단지에 꽃밭을 만들고 있었는데 새들이 많이 있을 거 같은 갈대숲은 들어갈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나무가 별로 없는 공원이지만 새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조수(아내)와 함께 터덜터덜 돌아다니다 갈대 주변에 앉아있는 쪼매난 새를 발견!
앙증맞은 검은딱새였다. 처음엔 까치새끼인 줄...
노릇노릇한 가슴과 새까만 머리. 검고 짧은 부리까지...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비가 그친 후에도 바람은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머리가 다 벗겨지는 줄 알았지만 작은 새를 보는 재미에 옆에서 아내가 추워서 덜덜 떨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춥다고 쫑알거리기 시작해서 얼른 넥워머를 씌워줬다.
탐조 초보라 새를 찾는 게 제일 어렵다. 분명 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보이지를 않으니...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볼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듯해서 일단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돌아다니길 한 참...
드디어 또 다른 귀여운 녀석 발견!!
노란빛과 초록빛이 조화로운 방울새였다. (암컷인듯하다.)
바람이 심해서 얘들도 제대로 눈을 못 뜬다. 이 바람에도 날아다니는 게 더 신기하다. 그나마 이렇게 수풀 외곽으로 날아와줘야 볼 수 있으니 인내가 필요할 수밖에...
그 와중에 흔하면서도 사진에 담기 힘들었던 까치 등장. 얘는 멧까지, 산까치 뭐 이런 거 없나 보다. 그냥 까치 하나다.
싸움꾼 이미지가 강해서 얼굴도 우락부락할 줄 알았는데 찍어놓고 보니 은근히 귀엽네. 애긴가?
그렇게 소란스럽고 순간 포로록~ 날아가서 사진에 담기 어려웠던 참새 친구도 만났다.
내가 노린 녀석은 궁둥이만 보여줬다. 뒤에 있던 녀석은 옆모습에 나는 모습까지 다 보여줬는데 모델 잘못 고른 듯...
조수인 아내는 춥다고 삼각대도 버리고 차로 도망가고 나 혼자 주차장 부근에서 계속 새를 찾고 있었는데 시커멓고 커다란 녀석이 풀럭풀럭 날아온다. 누가 봐도 까마귀.
부리 모양을 보니 큰부리까마귀로 보인다.
저렇게 까치 근처로 가면 까치들이 쫓아내는데 온순한 까치인가? 까마귀가 옆에 앉아있는데도 가만둔다.
확실히 까마귀가 크긴 크다. 까치 두 배는 더 되는 듯...
갑자기 새들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왜 그런가 싶어서 둘러보다가 황조롱이 발견!! 오오오오오!!!!
어찌나 빠른지 시야에 담기도 버겁다. 역광이라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봤다는 것만으로도 감격... ㅠㅠ
흥분해서 허둥대는 바람에 제대로 촬영을 못했는데 날기시작하면 어찌나 빠른지 주변에 모션 블러(Motion blur)가 생긴다.
어떻게 제자리에 가만히 떠있는지 보기만 해도 신기했다. 그렇게 공중에서 정지비행으로 땅을 노려보다가 순식간에 땅으로 내리꽂는다. 후덜덜... 엄청난 속도... 지금까지 본 새들은 슬로모션으로 보일정도다.
오늘 탐조를 하면서 느낀 점.
600mm 망원으로는 대상 찾기가 어렵다. 지금까지는 큰 대상을 촬영해서 몰랐는데 쪼그만 애들을 촬영하려니 조준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하늘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새들은 더 어렵다. 200mm로 찾고 600mm로 바꾸면서 어떻게든 촬영을 했지만 그나마도 쉽지 않다. 천체망원경에도 사용하는 등배 파인더가 있어야겠다. 등배 파인더로 빠르게 조준하고 카메라 파인더로 확인하는 패턴을 고민 중.
찾아보니 저렴이부터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올림푸스에서 나오는 EE-1이라는 Dot Sight가 제일 그럴듯했다.
일단 질러놓고 다른 분들도 이런 걸 사용하나 보니까 사용하는 분들도 좀 있는 듯. 다른 방법으로 조준하는 분들도 있던데 아직 초보라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일단 등배 파인더를 좀 사용하면서 실력을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