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용 장비로는 다른 건 몰라도 쌍안경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카메라야 촬영 안 하고 눈으로만 관찰하겠다고 하면 필요 없는 장비고, 필드스코프는 워낙 고가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무용지물이라 수풀 속에서 지저귀는 새를 찾는다든가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를 동정하려면 잘 보이는 쌍안경은 필수다. 그 필수 장비를 이제야 구입했다.
쌍안경이란 게 중학생이었던 80년대에나 써보고는 처음이라 도대체 뭘 사야 하나 걱정만 하다 구입이 늦어진 것. 가격이 몇 만 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있는 데다가, 구경과 배율도 다양해서 끙끙거리며 고민만 한 거지. 그래도 예전에 사용했던 경험상 10 배율이 넘어가는 쌍안경은 손으로 들고 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8 배율 쌍안경 중에서 쓸만한 쌍안경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르다 최종 후보를 니콘의 '모나크 M7 8x30' 모델로 결정.
그런데 쌍안경을 60만 원 넘게 주고 사려니까 뭔가 몸에서 부작용이 마구 올라옴. 손가락이 간질간질...
많이 사용한 분들의 글을 봐도 중급기 이상은 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분명 뭔가 차이가 있겠지만 가격만큼은 아니라는 얘기지. 그래서 중급기 중에서 쓸만한 쌍안경을 찾다가 많이들 추천하는 제품을 발견!
가성비와 성능 하면 다들 솔로몬옵틱스(https://smartstore.naver.com/solomonexp)의 'SOLOMON HD 8x42 ED' 제품을 추천했다. 천문인 사이에서는 입소문 좀 난 업체인데 쌍안경도 팔고 있었구먼. 네이버 '쌍안경으로 보는 세상'(이하 쌍보세) 카페에서 입문용 하면 '무게만 괜찮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지만 이 쌍안경을 많이 추천했다.
30mm 구경의 제품을 생각했지만 42mm 구경이면 상도 더 밝을 거고 가격도 이만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일단 주문!
받고 보니까 헛웃음이 나왔다. 이젠 중국산이라고 무시하면 싸대기 맞을 듯.
품질이 도저히 36만 원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단단하고 묵직하고 조립품질도 좋고 마감도 아주 좋다. 부품도 하나하나 아주 잘 만들어진 느낌으로 아주 좋아 좋아. HD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도 아주 선명하고 주변부까지 평평한 시야를 보여준다. 이 거 아주 물건이구먼. 내구성은 모르겠지만 첫 느낌은 베뤼굿!
무게는 스트랩을 달았더니 제원보다 9g 더 무거웠다. 아니면 내가 들고 다녀서 손때가 9g만큼 묻었거나...
뭐 암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유일한 단점은 무게였다. 쌍보세에서도 무게만 아니면 아주 최고라고들 칭찬을 하는 걸 보니 무게는 넘기 힘든 산인가 보다. 42mm 구경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820g의 무게는 오래 사용하기에는 좀 버겁기는 할 듯. 거기다 아내가 주로 사용하게 될 텐데(나는 잠깐씩 빌려 사용할 예정) 무겁다고 확 버려버리면 낭패잖아.
그래서 아내한테는 아주 아주 저렴한데 성능은 끝장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함.
못 믿는 얼굴이었지만 목에 둘러주니 이 정도면 가지고 다닐만하다고 잘 쓰겠다고 하니까 이걸로 쌍안경 구입은 성공!
이날 밤 별 보러 가서 촬영하는 동안 정말 오랜만에 이 쌍안경으로 안시를 좀 했는데...
우와... 세상에... 별이 너어어어어무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쌍안경으로 보는 M44 프레세페성단은 정말 하늘에 보석을 뿌려놓은 거 같았다.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 생생함...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다. 별을 보고 감동했던 게 도대체 언제인지...
안 그래도 요즘 별 보러 가서 촬영만 하고 돌아오는 패턴이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마지막 탐조 장비인 필드스코프를 구매하면 밤엔 망원경 대용으로 안시 관측도 해야겠다. 필드스코프도 무게 때문에 구경이 작은 걸 고르고 있었는데 80mm 이상으로 해야겠네...
쌍안경으로 별을 본다는 건 정말 제대로 별을 즐기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나 보다. 쌍안경을 삼각대에 고정하는 장치 이름이 뭐더라... 그것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쌍안경 때문에 별 보러 가는 게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