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에 집을 나와 첫차를 타고 나 홀로 중랑천 탐조에 나섰다.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었으면...
갑자기 중랑천을 찾게 된 이유는 '서울의새'라는 모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거창한 건 아니고 프로젝트마다 지정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를 찾아 탐조하고 그 정보를 네이처링 프로젝트 미션 페이지에 등록하면 되는 간단한 일로 일종의 조류 모니터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중랑천 미션에 참여 신청하고 중랑천에 서식하는 새들을 탐조하기 위해서 중랑천을 찾은 것. 해가 뜬 직후 새들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인다길래 새벽같이 왔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네...
이 살곶이 다리 부근이 탐조 포인트라고 하던데 간밤에 비가 좀 오더니만 온통 흙탕물에 물이 많이 불어나서 새들이 앉아있던 징검다리들도 모두 사라졌다. 오리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설마 다 떠내려간 건 아니겠지? 새끼들도 있을 텐데 살짝 걱정된다.
산책로로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새들이 빽빽거리며 싸우고 있다. 그 와중에 목소리 제일 큰애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다. 알집 때문에 폴더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 알집이 얘를 알린 일등공신이다.
평소에 자주 보는데도 꼭 카메라 없을 때만 나타나더니 오늘은 시작부터 얼굴을 내밀어 준다. 찰칵~
단상 위에는 쫄딱 젖은 집비둘기 한 마리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깃털을 말리려고 앉아있었는데, 밑에 가서 쳐다봐도 개무시한다. 새가 저렇게 많이 젖기 힘들 텐데 좀 측은하다. 처마에서 다른 비둘기들에게 쫓겨난 모양이다.
참새랑 빽빽거리며 싸우던 박새. 크기로 봐서는 아직 어린 새인 거 같은데 나무 하나에 참새와 박새가 함께 섞여있었다.
직박구리가 같은 나무에 앉으니까 소리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 얘들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
물이 무섭게 흐른다. 아무리 오리라도 이런 물에서는 헤엄치기 어려울 거 같은데...
그 와중에 건너편 풀숲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있는 왜가리를 발견했다. 간밤에 다들 고생했나 보다.
그 옆에선 비둘기들이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오리들을 발견했다!!
풀숲에 올라가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이래서 수초가 중요한가 보다. 물새들에겐 생명줄...
엇! 그 틈에 하얀 녀석도 하나 껴있다. 왜소하고 까만 주둥이에 발이 까만걸 보니 쇠백로다!
쇠백로는 다른 백로들에 비해 정말 작다. 그래서 작다는 의미의 쇠를 붙였나 보다. 경계심도 훨씬 더 많아서 거리를 쉽게 주지를 않는다. 증명사진 좀 찍어주려 했는데 원거리 샷과 날샷이 전부다.
영리한 가마우지들은 교각 아래에 모여있었다. 비는 좀 맞아도 홍수 걱정은 없으니 탁월한 선택이다. 그런데 교각 관리하는 분 내려오다가 똥 밟겠네... 계속 지켜봤지만 털을 고르는 거 말고는 인형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있다. 지금은 거리가 멀어서 날씨 좋은 날 다시 들러봐야겠다.
중랑천 하류 쪽으로 내려오니까 꽃밭이 펼쳐진다. 조경하느라 고생했겠다.
새벽 풀내음이 아주 상쾌하다. 요즘은 장망원 말고 매크로 렌즈에 눈독 들이고 있는데 곤충과 꽃을 좀 촬영해 보고 싶다.
낮엔 새와 곤충 그리고 꽃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고... 아유...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헤헤헤헤...
꽃을 보며 매크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해오라기 녀석이 빠르게 날아간다. 워낙 순식간이라 간신히 촬영에 성공.
해오라기도 내려앉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지 저 멀리 풀이 많은 곳으로 날아갔다. 야행성 조류라 잠자러 가는 듯.
목이 좋은 건지 꽃 좀 보다 보니 새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폭군 왜가리 하나가 사뿐히 날아와서는 나를 열심히 째려본다.
그리고 옆에서 떠드는 까치가 신경 쓰이는지 까치 쪽으로 슬슬 다가간다.
몇 시간 동안 중랑천을 돌아봤는데 많은 새를 볼 수는 없었다. 비 온 후 유량도 많고 유속도 빠른 물에 새들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걸 보니 물이 좀 잔잔해질 때 다시 와봐야겠다. 그리고 중랑천 상류 쪽으로 물떼새들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떼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당분간은 물떼새 찾으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