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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9일] 중랑천 탐조

by 두루별 2023. 6. 9.

꼭두새벽에 집을 나와 첫차를 타고 나 홀로 중랑천 탐조에 나섰다. 일을 이렇게 열심히 했었으면...
갑자기 중랑천을 찾게 된 이유는 '서울의새'라는 모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거창한 건 아니고 프로젝트마다 지정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를 찾아 탐조하고 그 정보를 네이처링 프로젝트 미션 페이지에 등록하면 되는 간단한 일로 일종의 조류 모니터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중랑천 미션에 참여 신청하고 중랑천에 서식하는 새들을 탐조하기 위해서 중랑천을 찾은 것. 해가 뜬 직후 새들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인다길래 새벽같이 왔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많네...

서울 살곶이 다리
보물로 지정된 다리인데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

이 살곶이 다리 부근이 탐조 포인트라고 하던데 간밤에 비가 좀 오더니만 온통 흙탕물에 물이 많이 불어나서 새들이 앉아있던 징검다리들도 모두 사라졌다. 오리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설마 다 떠내려간 건 아니겠지? 새끼들도 있을 텐데 살짝 걱정된다.

산책로로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새들이 빽빽거리며 싸우고 있다. 그 와중에 목소리 제일 큰애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다. 알집 때문에 폴더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 알집이 얘를 알린 일등공신이다. 
평소에 자주 보는데도 꼭 카메라 없을 때만 나타나더니 오늘은 시작부터 얼굴을 내밀어 준다. 찰칵~

집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단상 위에는 쫄딱 젖은 집비둘기 한 마리가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깃털을 말리려고 앉아있었는데, 밑에 가서 쳐다봐도 개무시한다. 새가 저렇게 많이 젖기 힘들 텐데 좀 측은하다. 처마에서 다른 비둘기들에게 쫓겨난 모양이다. 

박새 (참새목 / 박새과)

참새랑 빽빽거리며 싸우던 박새. 크기로 봐서는 아직 어린 새인 거 같은데 나무 하나에 참새와 박새가 함께 섞여있었다. 
직박구리가 같은 나무에 앉으니까 소리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 얘들 나름 치열하게 살아간다.

물이 무섭게 흐른다. 아무리 오리라도 이런 물에서는 헤엄치기 어려울 거 같은데...
그 와중에 건너편 풀숲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앉아있는 왜가리를 발견했다. 간밤에 다들 고생했나 보다.

아침 햇살을 쬐고 있는 왜가리

그 옆에선 비둘기들이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오리들을 발견했다!!
풀숲에 올라가서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이래서 수초가 중요한가 보다. 물새들에겐 생명줄...

비둘기들 틈에 모여있는 청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쇠백로와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엇! 그 틈에 하얀 녀석도 하나 껴있다. 왜소하고 까만 주둥이에 발이 까만걸 보니 쇠백로다!

쇠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쇠백로는 다른 백로들에 비해 정말 작다. 그래서 작다는 의미의 쇠를 붙였나 보다. 경계심도 훨씬 더 많아서 거리를 쉽게 주지를 않는다. 증명사진 좀 찍어주려 했는데 원거리 샷과 날샷이 전부다.

멀리 날아가는 쇠백로
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목 / 가마우지과)

영리한 가마우지들은 교각 아래에 모여있었다. 비는 좀 맞아도 홍수 걱정은 없으니 탁월한 선택이다. 그런데 교각 관리하는 분 내려오다가 똥 밟겠네... 계속 지켜봤지만 털을 고르는 거 말고는 인형처럼 꼼짝도 않고 앉아있다. 지금은 거리가 멀어서 날씨 좋은 날 다시 들러봐야겠다. 

중랑천 하류 쪽으로 내려오니까 꽃밭이 펼쳐진다. 조경하느라 고생했겠다. 

새벽 풀내음이 아주 상쾌하다. 요즘은 장망원 말고 매크로 렌즈에 눈독 들이고 있는데 곤충과 꽃을 좀 촬영해 보고 싶다.
낮엔 새와 곤충 그리고 꽃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고... 아유...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헤헤헤헤...

개양귀비(빨간꽃)와 개망초(하얀꽃)
큰금계국
촬영하고 보니 꽃 뒤에 썩덩나무노린재로 보이는 녀석이 붙어있다
배추흰나비

꽃을 보며 매크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해오라기 녀석이 빠르게 날아간다. 워낙 순식간이라 간신히 촬영에 성공.
해오라기도 내려앉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지 저 멀리 풀이 많은 곳으로 날아갔다. 야행성 조류라 잠자러 가는 듯.

해오라기 (사다새목 / 백로과)
물에서 뭔가를 건져먹는 집비둘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까치
하도 시끄럽게 울길래 얘도 한 장.

목이 좋은 건지 꽃 좀 보다 보니 새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폭군 왜가리 하나가 사뿐히 날아와서는 나를 열심히 째려본다.
그리고 옆에서 떠드는 까치가 신경 쓰이는지 까치 쪽으로 슬슬 다가간다.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관심을 안줬더니 쿨하게 날아가는 왜가리
집에 가려니까 관심 보이고 돌아온다. 성격 이상한 왜가리

몇 시간 동안 중랑천을 돌아봤는데 많은 새를 볼 수는 없었다. 비 온 후 유량도 많고 유속도 빠른 물에 새들도 선뜻 들어가지 못하는 걸 보니 물이 좀 잔잔해질 때 다시 와봐야겠다. 그리고 중랑천 상류 쪽으로 물떼새들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떼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당분간은 물떼새 찾으러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