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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17일] 포천 탐조 - 2일차

by 두루별 2023. 6. 18.

어제 말벌에 쏘이고도 눈뜨자마자 전날 방문했던 포천의 공원을 다시 방문했다. 용자 인정
절반밖에 돌아보지 못해서 나머지도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텅 비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주말이라 사람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시끄럽기까지 하던 새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불길하다...

방울새 (참새목 / 되새과)

그래도 다행히 방울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방울새 한 마리를 본 후로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새는 꽁지도 안 보였다. 혹시나 하고 다시 탐조대를 찾았지만 연못에도 원앙은커녕 왜가리도 없었다. 새가 모두 사라진 것처럼 조용한 공원...

벌레를 잡은 참새 (참새목 / 참새과)

그래도 수로 옆에서 참새 발견. 벌레를 잡아서는 열라 패고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새소리라고는 새덕후 채널 때문에 알게 된 검은등뻐꾸기가 멀리서 울어대는 소리 밖에 안 들렸다. 그때 쌍안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조수 아내가 멀리 나무 위에 새가 있다고 한 번 보라고 한다.

때까치 (참새목 / 때까치과)

오! 거리가 꽤 있어서 형체만 보이지만 때까치다! 출입이 금지된 장소여서 가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새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번엔 수로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아내가 새가 있다고 수로 안을 보라고 한다. 새를 잘 찾는다... 나보다 낫다...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멧비둘기 한 마리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비둘기라 시큰둥하고 있는데 작은 새도 있으니까 얼른 자세히 보란다.
어두운 수로 안쪽이라 잘 안 보였는데 카메라로 훑어보니 엉덩이가 노란 새가 보인다. 오오옷! 대박!! 노랑할미새다!!

노랑할미새 (참새목 / 할미새과)

도감이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틀릴 수가 없다. 나그네새인 노랑할미새를 보다니 오늘 탐조는 성공이다!
안타깝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풀에 가려서 자세히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찾는 거 같은데 물고기는 아닌 거 같고...
결국 수로 안쪽으로 들어가 버려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깝다... 

그때 수로 안쪽에서 표로록 날아서 지나가는 파란색의 새. 물총새다!! 아우 너무 빨라... 순식간이라 촬영은 못했다.
숲 있고 물 있으면 물총새가 있다더니 정말이었구나... 올림픽공원에서 못 보면 여기 와서 볼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방울새 (참새목 / 되새과)

조복이 돌아오는 건가? 물총새에 이어 숲에서 방울새를 다시 만났다. 참새만 한 녀석이 색이 어찌나 이쁜지...
그때 익숙한 깩깩 거리는 소리... 뭔가 큼지막한 놈이 날아다니더니만... 뭔가 했더니 직박구리다...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직박구리가 싫은 건 아니지만... 얘는 우리 동네에도 있다고... 그래도 흔하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다 소중하다...
포천에서는 그래도 처음 만난 거 같은데 반갑다 직박구리야. 여기서도 살고 있었구나... 빠른 수습...

직박구리를 구박해서 벌 받았나... 이후로 새가 또 싹 사라졌다. 

은줄표범나비와 자주루드베키아

새가 없으니 곤충과 식물 관찰이라도... 은줄표범나비는 자주루드베키아를 좋아하나 보다. 계속 같은 꽃만 찾아서 꿀을 빨고 있었다. '나비가 일은 안 하고 꿀 빨고 있네!' 아재 개그를 쳤더니 아내가 질색을 한다.

두 시간을 돌아봤지만 오늘은 주말이라 새도 쉬나 보다. 그래도 노랑할미새를 봤으니까 됐다. 움흐흐흐...
차로 돌아와서 시원한 콜라로 당 보충하고는 아쉬워서 아내는 시원한 차에서 쉬게 하고 혼자 다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앗 눈이 마주쳤어... ㄷㄷㄷ
호다닥... 바로 날아간다. (근데 날개 깃털이 은근 멋있다.)
떠나가는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지나는 길에 슬쩍 탐조대 안쪽을 들여다보니 아까는 없던 왜가리가 앉아있었다. 그럼 그렇지 왜가리가 없을 리가 있나...
보통 왜가리들은 사람을 신경 안 쓰는데 얘는 부끄럼이 많나 나를 보더니 호다닥 날아간다. 어제랑 묘하게 같은 그림...

돌다 보니 잔디밭처럼 잘 정리된 풀밭이 있었는데 거기에 조그만 새 몇 마리가 내려앉아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다가가면 또 날아갈까 봐 OTL <-- 이 자세로 살금살금 접근해서 카메라로 살펴보니까 오오! 알락할미새였다!! 오늘은 할미새를 보는 날인가 보다!

검고 하얀 깃털이 아주 잘 어울린다.
뭔가를 잡은 알락할미새 (참새목 / 할미새과)

아쉽게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풀밭을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려서 더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아오......

어제 딱새를 본 장소로 가보니까 오늘은 캠핑장이 문을 연 모양이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새는 없겠다 싶어서 바로 돌아서 마지막 풀숲으로 들어갔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목 / 흰턱딱새과)

해가 저물어 가니까 뱁새들이 나와서는 부산을 떤다. 지들끼리 투닥거리고 몰려 날아다니고 난리다. 
한 나무에는 뱁새와 검은딱새가 함께 앉아있었다. 같이 보니까 뱁새가 많이 작구나... 꼬리가 엄청 길다. 

뱁새와 검은딱새
쇠박새 (참새목 / 박새과)

철원 관측지 근처에서 육추 하던 박새 부부 때문에 익숙한 스브스~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무 사이로 잘 찾아보니까 쇠박새가 앉아있었다. 조복이 없는 날이라 쇠박새도 아주 반갑다. 

힘들어서 탐조는 마무리. 밤에 별도 봐야 하는데 더 무리하면 안 된다. 차로 돌아와서 하늘을 보니까 구름이 한가득이다. 
예보상으로는 저녁 되면 맑아야 하는디... Windy, 기상청 모두 구름으로 바뀌었다. 젠장... ClearOutside 예보만 적중.
근데 ClearOutside는 잘 맞기는 하지만 너무 보수적이라 참고용으로만 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적중율이 매우 높다. Windy가 똥을 주다니... 아이고 모르겠다 말벌한테 얻어맞고 쉬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 푹 쉬어야겠다. 이만 탐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