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장마가 시작될 거 같다. 당분간 탐조도 별 보기도 이번주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PT 쌤을 졸라서 일정을 바꿔 오전에 운동을 했다. 운동하고 새보러 가면 피곤하지 않겠냐고 만류했지만 몰라 일단 고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는 건 그냥 하기 싫어서다. 재밌어서 꿈에도 새가 나오는데 피곤한 건 문제도 아니다.
지난주에 절반 돌고 나머지를 못 돌아본 올림픽공원을 다시 찾았다. 지난주는 날씨 좋았는데 오늘은 흐리고 비도 올 거 같다. 근데 오히려 흐리면 새들이 활동을 더 많이 한다던데 미확인 정보지만 새를 볼 생각에 신나서 공원을 돌았다.
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호수. 저녁에는 없어지는 가마우지가 앉아 있길래 얼른 가마우지 먼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더운 날이었는데 가마우지도 더운가 보다. 숨을 헐떡이다가 내가 몰래 훔쳐보자 부스스 일어난다.
이 호수는 분수공연 하고 그러는 거 같던데 여기에 먹을 게 있나 싶었는데 물속에 뭔가 시커먼 게 돌아다닌다.
헐... 팔뚝만 한 잉어가 많다. 손맛터에 있는 녀석들 보다 훨씬 큰 듯...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왜가리나 가마우지도 이 정도 크기는 사냥 못하나 보다. 이 호수의 생태계가 나름 좋은 모양.
항상 흰뺨검둥오리가 앉아서 졸고 있던 자리에 꼬물이들이 잔뜩 있었다. 아우 귀여워 ㅋㅋ
세상에 8마리나 되네... 어미가 알 품느라 고생했겠다. 그런데 어미는 어디 가고 애기들만 모여서 쉬고 있는 걸까...
우리의 이웃 참새. 이곳 참새들은 특히 사람을 안 무서워한다. 옆에 가도 그냥 자기 일을 함.
그런데... 익숙한 새소리가 들렸다. 설마... 전에 그렇게 찾아다녔던 개개비 소리 같은데 잠실에도 개개비가?
헐... 진짜 개개비였다. 올림픽공원에 개개비가 있었다니... 포천과 철원에서 간신히 한 마리 봤었는데...
역시 탐조는 동네 탐조가 최고다.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큰 공원에 새들이 훨씬 더 많은 걸 이제야 알았다.
까치와 물까치는 여전히 많았다. 입구 쪽에 특히 많은 거 같다.
공원의 안 가본 쪽으로 가보니까 공사 중이다. 뭔가 무대도 설치하고 하는 걸 보면 공연을 할 모양인데, 공사 차량도 많이 다녀서 좀 소란스러웠다. 새들도 시끄러워서 이쪽엔 없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공사 소음보다 시끄러운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들을 한다.
공사하는 곳 건너편 나무에는 까마귀 녀석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한 녀석은 나무를 열심히 쪼고 있었는데 뭔가를 찾는 건지 심심해서 그러는 건지 한 참을 계속 쪼아대기만 했다. 지가 딱따구리도 아니고... 말이 씨가 됨...
까마귀를 지나 계속 나무를 기웃거리며 이동을 하는데 참새 만한 녀석이 나무를 요리조리 옮겨 다니는 걸 발견했다. 무심코 참새가 뭐 하나 보다 하고 지나가려다 한 장 찍어나 볼 생각으로 촬영을 해 봤는데...
세상에...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쇠딱따구리였다!! 정말 작다 작아. 작은 의미라는 쇠가 붙은 딱따구리지만 정말 참새보다 살짝 큰 정도로 작았다. 거기다 얼마나 빠른지 요리조리 이동하는데 카메라로 따라가기도 힘들다. 아쉽게도 나무를 쪼는 건 보지 못했지만 쇠딱따구리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 탐조는 성공이다!
쇠딱따구리도 봤으니까 연못 쪽으로 가면 혹시 물총새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내리는 비도 무시하고 부지런히 연못으로 향했는데, 이런... 연못에도 무대가 설치 중이었다. 그 바람에 물총새는 고사하고 물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다.
물총새는 날아가는 걸 눈으로만 봤지 촬영은 아직인 상태. 급할 건 없지만 그 파랗고 예쁜 새를 꼭 자세히 보고 싶다.
미련이 남아서 호수 근처의 다리에서 기웃거리는데 이때 물총새가 표로록 갈대숲으로 날아간다! 아오... 또 날아가는 것만 봤다.
미련이 남았지만 아직 돌아볼 곳이 더 많이 남았다. 해지기 전에 다 돌아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산책로를 지나 숲 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시커먼 녀석 하나가 열심히 지렁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대륙검은지빠귀였다. 이 녀석은 사람을 덜 경계하는 거 같았다. 나를 힐끔 보더니 무시하고 열심히 지렁이를 사냥한다. 금방 지렁이를 한 입 가득 사냥하고서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육추 중인가 보다. 머리 깃털이 몇 군데 빠질 걸 보니 육추가 힘든 듯. 그래도 먹이가 많아서 새끼 키우기는 힘들지 않겠다.
대륙검은지빠귀 옆에서 멧비둘기도 열심히 뭔가를 찾아서 먹고 있었는데 까치들만 서로 싸우지 다른 새들은 잘 섞여서 사는 거 같다. 1988년에 조성돼서 30년이 넘은 공원이라 나무도 울창하고 땅도 비옥할 거라 새들이 살기는 최적의 장소 같다.
어째 오늘은 안 보이나 했다. 소란스러운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를 만났다. 머리털을 쭈삣 세운 게 너무 귀여운 녀석들.
수줍은 표정으로 코 앞 나무에 앉아있던 까치를 뒤로하고 천천히 숲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걷고 있는데, 되지빠귀 같은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도 흐린데 숲 안쪽이라 더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
지빠귀처럼 생기긴 했는데 정확히 무슨 종인지 모르겠다. 이럴 땐 조류갤에 물어보는 게 진리. 사진 캡처해서 이무새(이거 무슨 새)로 질문 올리고 리프래쉬 하니까 답이 달려있었다... 세상에... 총알보다 빠름...
분위기부터 울음소리까지 귀신 그 자체라는 호랑지빠귀라고 한다. 그 이상한 삐~ 하는 울음소리가 얘가 우는 소리였구나. 움직임도 어찌나 은밀한지 내가 이 녀석을 발견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역시 나무 위든 숲이듯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처음엔 호랑지빠귀로 동정을 했지만 호랑지빠귀가 낮에 돌아다니는 새는 아니라서 의심하고 있던 중, 잘 아는 분께 확인했더니 역시나... 대륙검은지빠귀 유조라고 한다.
잠깐 돌아본 거 같은데 벌써 1시간 넘게 돌았다. 아이고 힘들다... 당분이 필요한 시간. 올림픽공원은 곳곳에 자판기가 있어서 음료수를 사 올 필요가 없어서 좋다. 오늘은 콜라를 한 잔.
음... 콜라맛이 뭐 이래... 펩시는 언제 먹어도 맛이 밍밍하다. 뭔가 만들다 만듯한 맛...
잠시 더위를 식히며 쉬고 있는데, 노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나무에 카메라를 향해놓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계셨다.
두 분이 뭔가 바쁘시다. 뭘 저렇게 열심히 하시나 싶어서 슬금슬금 다가가서 '뭐 보세요?' 하고 여쭤보니, 어르신은 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고 곁에 계시던 사모님이 대륙검은지빠귀를 본다고 하신다. 우와~ 내 아내는 새 이름을 알려줘도 듣는 둥 마는 둥인데 사모님은 연세도 있으신데 정확하게 새 이름도 알고 계시다. 부럽다... ㅠㅠ
티스토리의 용량 제한으로 나머지 얘기는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