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말벌에 쏘이고도 눈뜨자마자 전날 방문했던 포천의 공원을 다시 방문했다. 용자 인정
절반밖에 돌아보지 못해서 나머지도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텅 비었던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주말이라 사람들이 좀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시끄럽기까지 하던 새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불길하다...
그래도 다행히 방울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방울새 한 마리를 본 후로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새는 꽁지도 안 보였다. 혹시나 하고 다시 탐조대를 찾았지만 연못에도 원앙은커녕 왜가리도 없었다. 새가 모두 사라진 것처럼 조용한 공원...
그래도 수로 옆에서 참새 발견. 벌레를 잡아서는 열라 패고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새소리라고는 새덕후 채널 때문에 알게 된 검은등뻐꾸기가 멀리서 울어대는 소리 밖에 안 들렸다. 그때 쌍안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조수 아내가 멀리 나무 위에 새가 있다고 한 번 보라고 한다.
오! 거리가 꽤 있어서 형체만 보이지만 때까치다! 출입이 금지된 장소여서 가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새들이 있어 다행이다. 이번엔 수로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아내가 새가 있다고 수로 안을 보라고 한다. 새를 잘 찾는다... 나보다 낫다...
멧비둘기 한 마리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비둘기라 시큰둥하고 있는데 작은 새도 있으니까 얼른 자세히 보란다.
어두운 수로 안쪽이라 잘 안 보였는데 카메라로 훑어보니 엉덩이가 노란 새가 보인다. 오오옷! 대박!! 노랑할미새다!!
도감이랑 너무 똑같이 생겨서 틀릴 수가 없다. 나그네새인 노랑할미새를 보다니 오늘 탐조는 성공이다!
안타깝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풀에 가려서 자세히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뭔가를 찾는 거 같은데 물고기는 아닌 거 같고...
결국 수로 안쪽으로 들어가 버려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깝다...
그때 수로 안쪽에서 표로록 날아서 지나가는 파란색의 새. 물총새다!! 아우 너무 빨라... 순식간이라 촬영은 못했다.
숲 있고 물 있으면 물총새가 있다더니 정말이었구나... 올림픽공원에서 못 보면 여기 와서 볼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조복이 돌아오는 건가? 물총새에 이어 숲에서 방울새를 다시 만났다. 참새만 한 녀석이 색이 어찌나 이쁜지...
그때 익숙한 깩깩 거리는 소리... 뭔가 큼지막한 놈이 날아다니더니만... 뭔가 했더니 직박구리다...
직박구리가 싫은 건 아니지만... 얘는 우리 동네에도 있다고... 그래도 흔하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다 소중하다...
포천에서는 그래도 처음 만난 거 같은데 반갑다 직박구리야. 여기서도 살고 있었구나... 빠른 수습...
직박구리를 구박해서 벌 받았나... 이후로 새가 또 싹 사라졌다.
새가 없으니 곤충과 식물 관찰이라도... 은줄표범나비는 자주루드베키아를 좋아하나 보다. 계속 같은 꽃만 찾아서 꿀을 빨고 있었다. '나비가 일은 안 하고 꿀 빨고 있네!' 아재 개그를 쳤더니 아내가 질색을 한다.
두 시간을 돌아봤지만 오늘은 주말이라 새도 쉬나 보다. 그래도 노랑할미새를 봤으니까 됐다. 움흐흐흐...
차로 돌아와서 시원한 콜라로 당 보충하고는 아쉬워서 아내는 시원한 차에서 쉬게 하고 혼자 다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지나는 길에 슬쩍 탐조대 안쪽을 들여다보니 아까는 없던 왜가리가 앉아있었다. 그럼 그렇지 왜가리가 없을 리가 있나...
보통 왜가리들은 사람을 신경 안 쓰는데 얘는 부끄럼이 많나 나를 보더니 호다닥 날아간다. 어제랑 묘하게 같은 그림...
돌다 보니 잔디밭처럼 잘 정리된 풀밭이 있었는데 거기에 조그만 새 몇 마리가 내려앉아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다가가면 또 날아갈까 봐 OTL <-- 이 자세로 살금살금 접근해서 카메라로 살펴보니까 오오! 알락할미새였다!! 오늘은 할미새를 보는 날인가 보다!
아쉽게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풀밭을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려서 더 접근할 수가 없었다. 아오......
어제 딱새를 본 장소로 가보니까 오늘은 캠핑장이 문을 연 모양이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새는 없겠다 싶어서 바로 돌아서 마지막 풀숲으로 들어갔다.
해가 저물어 가니까 뱁새들이 나와서는 부산을 떤다. 지들끼리 투닥거리고 몰려 날아다니고 난리다.
한 나무에는 뱁새와 검은딱새가 함께 앉아있었다. 같이 보니까 뱁새가 많이 작구나... 꼬리가 엄청 길다.
철원 관측지 근처에서 육추 하던 박새 부부 때문에 익숙한 스브스~ 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무 사이로 잘 찾아보니까 쇠박새가 앉아있었다. 조복이 없는 날이라 쇠박새도 아주 반갑다.
힘들어서 탐조는 마무리. 밤에 별도 봐야 하는데 더 무리하면 안 된다. 차로 돌아와서 하늘을 보니까 구름이 한가득이다.
예보상으로는 저녁 되면 맑아야 하는디... Windy, 기상청 모두 구름으로 바뀌었다. 젠장... ClearOutside 예보만 적중.
근데 ClearOutside는 잘 맞기는 하지만 너무 보수적이라 참고용으로만 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적중율이 매우 높다. Windy가 똥을 주다니... 아이고 모르겠다 말벌한테 얻어맞고 쉬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이만 푹 쉬어야겠다. 이만 탐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