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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22일] 올림픽공원 탐조 - 1부

by 두루별 2023. 6. 23.

흐린 하늘의 올림픽공원

다음 주면 장마가 시작될 거 같다. 당분간 탐조도 별 보기도 이번주가 마지막일지 모른다.
PT 쌤을 졸라서 일정을 바꿔 오전에 운동을 했다. 운동하고 새보러 가면 피곤하지 않겠냐고 만류했지만 몰라 일단 고다.
이런저런 핑계로 하지 않는 건 그냥 하기 싫어서다. 재밌어서 꿈에도 새가 나오는데 피곤한 건 문제도 아니다.

지난주에 절반 돌고 나머지를 못 돌아본 올림픽공원을 다시 찾았다. 지난주는 날씨 좋았는데 오늘은 흐리고 비도 올 거 같다. 근데 오히려 흐리면 새들이 활동을 더 많이 한다던데 미확인 정보지만 새를 볼 생각에 신나서 공원을 돌았다.

가마우지도 더운가 보다 숨을 헐떡인다
갈대 사이로 훔쳐 보니까 부스스 일어난다.
민물가마우지 (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입구를 지나면 나오는 호수. 저녁에는 없어지는 가마우지가 앉아 있길래 얼른 가마우지 먼저. 
기온이 30도를 넘는 더운 날이었는데 가마우지도 더운가 보다. 숨을 헐떡이다가 내가 몰래 훔쳐보자 부스스 일어난다.
이 호수는 분수공연 하고 그러는 거 같던데 여기에 먹을 게 있나 싶었는데 물속에 뭔가 시커먼 게 돌아다닌다.

잉어 (잉어목 / 잉어과)

헐... 팔뚝만 한 잉어가 많다. 손맛터에 있는 녀석들 보다 훨씬 큰 듯...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왜가리나 가마우지도 이 정도 크기는 사냥 못하나 보다. 이 호수의 생태계가 나름 좋은 모양.

흰뺨검둥오리 새끼들

항상 흰뺨검둥오리가 앉아서 졸고 있던 자리에 꼬물이들이 잔뜩 있었다. 아우 귀여워 ㅋㅋ
세상에 8마리나 되네... 어미가 알 품느라 고생했겠다. 그런데 어미는 어디 가고 애기들만 모여서 쉬고 있는 걸까...

갈대를 유심히 보고 있는 참새
참새 (참새목 / 참새과)

우리의 이웃 참새. 이곳 참새들은 특히 사람을 안 무서워한다. 옆에 가도 그냥 자기 일을 함.
그런데... 익숙한 새소리가 들렸다. 설마... 전에 그렇게 찾아다녔던 개개비 소리 같은데 잠실에도 개개비가?

엇... 저 자세... 저 헤어스타일... 개개비 맞는 거 같은데...
개개비 (참새목 / 개개비과)

헐... 진짜 개개비였다. 올림픽공원에 개개비가 있었다니... 포천과 철원에서 간신히 한 마리 봤었는데...
역시 탐조는 동네 탐조가 최고다.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다. 큰 공원에 새들이 훨씬 더 많은 걸 이제야 알았다.

까치와 물까치는 여전히 많았다. 입구 쪽에 특히 많은 거 같다.

특히 잘생겼던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화려한 물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공원의 안 가본 쪽으로 가보니까 공사 중이다. 뭔가 무대도 설치하고 하는 걸 보면 공연을 할 모양인데, 공사 차량도 많이 다녀서 좀 소란스러웠다. 새들도 시끄러워서 이쪽엔 없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공사 소음보다 시끄러운 녀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들을 한다.

큰부리까마귀 (참새목 / 까마귀과)

공사하는 곳 건너편 나무에는 까마귀 녀석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한 녀석은 나무를 열심히 쪼고 있었는데 뭔가를 찾는 건지 심심해서 그러는 건지 한 참을 계속 쪼아대기만 했다. 지가 딱따구리도 아니고... 말이 씨가 됨...

까마귀를 지나 계속 나무를 기웃거리며 이동을 하는데 참새 만한 녀석이 나무를 요리조리 옮겨 다니는 걸 발견했다. 무심코 참새가 뭐 하나 보다 하고 지나가려다 한 장 찍어나 볼 생각으로 촬영을 해 봤는데...

엇?? 참새가 아니다!
쇠...쇠딱따구리다!!
정말 작은 녀석이 나무를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쇠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세상에...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쇠딱따구리였다!! 정말 작다 작아. 작은 의미라는 쇠가 붙은 딱따구리지만 정말 참새보다 살짝 큰 정도로 작았다. 거기다 얼마나 빠른지 요리조리 이동하는데 카메라로 따라가기도 힘들다. 아쉽게도 나무를 쪼는 건 보지 못했지만 쇠딱따구리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 탐조는 성공이다!

쇠딱따구리도 봤으니까 연못 쪽으로 가면 혹시 물총새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내리는 비도 무시하고 부지런히 연못으로 향했는데, 이런... 연못에도 무대가 설치 중이었다. 그 바람에 물총새는 고사하고 물새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다.

물총새는 날아가는 걸 눈으로만 봤지 촬영은 아직인 상태. 급할 건 없지만 그 파랗고 예쁜 새를 꼭 자세히 보고 싶다. 
미련이 남아서 호수 근처의 다리에서 기웃거리는데 이때 물총새가 표로록 갈대숲으로 날아간다! 아오... 또 날아가는 것만 봤다.

미련이 남았지만 아직 돌아볼 곳이 더 많이 남았다. 해지기 전에 다 돌아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산책로를 지나 숲 길로 들어가는 초입에 시커먼 녀석 하나가 열심히 지렁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나를 한 번 째려보더니 무시하고 지 할 일을 한다.
지렁이를 잔뜩 잡은 대륙검은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대륙검은지빠귀였다. 이 녀석은 사람을 덜 경계하는 거 같았다. 나를 힐끔 보더니 무시하고 열심히 지렁이를 사냥한다. 금방 지렁이를 한 입 가득 사냥하고서는 어디론가 날아갔다. 육추 중인가 보다. 머리 깃털이 몇 군데 빠질 걸 보니 육추가 힘든 듯. 그래도 먹이가 많아서 새끼 키우기는 힘들지 않겠다.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대륙검은지빠귀 옆에서 멧비둘기도 열심히 뭔가를 찾아서 먹고 있었는데 까치들만 서로 싸우지 다른 새들은 잘 섞여서 사는 거 같다. 1988년에 조성돼서 30년이 넘은 공원이라 나무도 울창하고 땅도 비옥할 거라 새들이 살기는 최적의 장소 같다.

빠질리가 없는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어째 오늘은 안 보이나 했다. 소란스러운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를 만났다. 머리털을 쭈삣 세운 게 너무 귀여운 녀석들. 

수줍은 표정의 까치

수줍은 표정으로 코 앞 나무에 앉아있던 까치를 뒤로하고 천천히 숲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걷고 있는데, 되지빠귀 같은 녀석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도 흐린데 숲 안쪽이라 더 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

음... 무슨 새지?
대륙검은지빠귀 유조

지빠귀처럼 생기긴 했는데 정확히 무슨 종인지 모르겠다. 이럴 땐 조류갤에 물어보는 게 진리.
사진 캡처해서 이무새(이거 무슨 새)로 질문 올리고 리프래쉬 하니까 답이 달려있었다... 세상에... 총알보다 빠름...

분위기부터 울음소리까지 귀신 그 자체라는 호랑지빠귀라고 한다. 그 이상한 삐~ 하는 울음소리가 얘가 우는 소리였구나. 
움직임도 어찌나 은밀한지 내가 이 녀석을 발견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역시 나무 위든 숲이듯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처음엔 호랑지빠귀로 동정을 했지만 호랑지빠귀가 낮에 돌아다니는 새는 아니라서 의심하고 있던 중, 잘 아는 분께 확인했더니 역시나... 대륙검은지빠귀 유조라고 한다.

붉은토끼풀 (콩목 / 콩과)

잠깐 돌아본 거 같은데 벌써 1시간 넘게 돌았다. 아이고 힘들다... 당분이 필요한 시간. 올림픽공원은 곳곳에 자판기가 있어서 음료수를 사 올 필요가 없어서 좋다. 오늘은 콜라를 한 잔.

펩시말고 코카콜라를 팔아주세요.

음... 콜라맛이 뭐 이래... 펩시는 언제 먹어도 맛이 밍밍하다. 뭔가 만들다 만듯한 맛...
잠시 더위를 식히며 쉬고 있는데, 노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나무에 카메라를 향해놓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계셨다.

두 분이 뭔가 바쁘시다. 뭘 저렇게 열심히 하시나 싶어서 슬금슬금 다가가서 '뭐 보세요?' 하고 여쭤보니, 어르신은 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하시고 곁에 계시던 사모님이 대륙검은지빠귀를 본다고 하신다. 우와~ 내 아내는 새 이름을 알려줘도 듣는 둥 마는 둥인데 사모님은 연세도 있으신데 정확하게 새 이름도 알고 계시다. 부럽다... ㅠㅠ

티스토리의 용량 제한으로 나머지 얘기는 2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