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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28일] 길동생태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6. 29.

입구가 공사 중인듯한 길동생태공원

흐린 오후에 길동생태공원으로 탐조를 다녀왔다.
쌍보세의 짹이아빠님이 길동생태공원 탐조글을 올리셨는데 세상에 흰눈썹황금새가 있다고!!
찾아보니까 이용하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어찌어찌해서 예약을 하고는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예약자를 확인하는 사람이 없... 예약 왜 한 거야... 아무튼 그렇게 생태공원에 입장.

뭔가 비밀스러운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음. (나중에 안 사실. 이곳이 나오는 곳이었다. 두둥...)

탐방로가 좁아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용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엄청 좁지는 않음. 공원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탐방로를 넓히는 것보단 적은 인원을 수용하고 최대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지금이 나는 더 좋다고 느껴졌다.

생각보다 숲이 울창하고 입구부터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서울에 이런 생태공원이 몇 곳 있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조금 걸어 들어가니까 조류관찰대가 나왔다. 이런 탐조대가 있으면 일단 들여다보는 게 국룰.

탐조대 건너편엔 갈대로 둘러싸인 아담한 호수가 있었고, 요즘 어딜 가도 만날 수 있는 그분이 계셨다. 정말 이분 못 만나면 탐조를 안 한 기분이랄까... 탐조계의 NPC 같은 분인 왜가리님.

초 집중중임. (계속 지켜봤는데 3번 시도해서 모두 꽝. 사냥 못하더라...)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왜가리 말고 다른 새는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쌍안경을 들고 관찰하는 분이 한 분 계셨다. 
오오... 스와로브스키 쌍안경이다! 그런데 쌍안경에 핸드폰을 대고 어포컬로 찍는 스킬이 장난 아니다. 고수의 느낌이 난다...

침 흘리는 나를 힐끔 보시더니 쇠물닭 새끼들이 있는데 봤냐고 물으신다. 쇠물닭이라니... 난 왜가리 밖에 못 봤는데...
위치를 알려주셨는데도 못 찾겠다... 한 참을 둘러보다가 갈대숲에서 어렵게 새끼 두 마리를 발견했다!

이러니 안 보이지... 쌍안경이 아니면 이런 대상은 찾기 힘들다.
쇠물닭 유조 (두루미목 / 뜸부기과, 여름철새)

눈도 침침한데 저렇게 갈대에 가려져 있으니까 찾기가 더 힘들다. 찾는 법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탐조에는 쌍안경이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맨눈이나 시야가 좁은 카메라로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야가 넓은 쌍안경을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었다.

아까 흰눈썹황금새도 봤다는 말씀을 듣고는 눈이 번쩍!! 너무 보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함께 탐조에 나서주셨다. 
새를 찾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이분이 짹이아빠님이란 걸 알았다. 대박... 부끄러워서 팬이라고 말은 못 함...
같은 쌍보세 회원이라고 반가워하시면서 선뜻 여분의 쌍안경도 빌려주심. 아이고 감사해라... ㅠㅠ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오늘도 소란스러운 직박구리. 지들끼리 항상 싸우는 건지 늘 빽빽 거리면서 시끄럽다. 
멀지 않은 곳에서 쇠박새와 함께 있는 쇠딱따구리를 발견!

쇠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쇠박새 참조 출연)

짹이아빠님의 쌍안경 어포컬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굳이 무거운 카메라 들고 다닐 필요가 있나 싶다. 쉽게 쉽게 촬영하시는 게 너무 부러움. 새도 정말 잘 찾으신다.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오전에 흰눈썹황금새를 보셨다는 곳에서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는다. 벌써 내가 온다고 소문 돌았나 보다... 젠장...
여기 올 때마다 보셨다는데 왜 나는 못 보는 걸까... 그때 조금 다른 색의 새를 발견!! (당연히 짹이아빠님이 발견하심)

동박새 (참새목 / 동박새과, 남부 지방에 서식하는 텃새)

뭔지도 모르고 일단 촬영부터... 나한테 새는 다 귀하다. 그런데 특히 예쁜 녀석이다.
짹이아빠님의 설명으로는 동박새라고 한다. 남부 지방에 주로 사는 새라 서울에서 보기는 굉장히 힘든 새라고...
오호!!! 조복이 돌아오는 건가?? 찾아보니 주로 남부 지방에 서식하고 아주 가끔 경기나 강원도에서 발견되는 새라고 한다. 

전문가랑 함께 다니니까 귀한새도 보게 되고 아주 좋다. 이날 힘들어 죽겠는데도 군소리 없이 열심히 따라다녔다.

귀여운 박새가 우리를 빼꼼히 쳐다본다.
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공원 이곳저곳에서 울리는 청아한 노랫소리. 꾀꼬리 같기도 하고... 아주 다양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때 짹이아빠님이 저거 다 한 종류의 새소리라고 하신다. 세상에... 주인공은 되지빠귀. 레퍼토리가 너무 다양해서 웬만하면 다 되지빠귀 소리라고... 심지어 꾀꼬리랑 착각하기도 한단다. (꾀꼬리 소리는 음이 더 높다고 함.)

되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노랫소리는 온 숲에서 들리는데 정작 주인공은 보이 지를 않는다. 한참을 찾아다니다 이번에도 짹이아빠님이 찾았다고 알려주신다. 정말 존경스러움... 알려주신 곳을 봐도 안 보인다. 나뭇잎 사이를 이리저리 한참을 보니까 드디어 보인다!
파주의 삼릉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인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보기 힘든 환경인 거 같다. 

생태호수의 건너편에 또 다른 탐조대가 있었다. 있으면 또 들러야 하는 게 국룰.
음? 좀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앉아있었다. 짹이아빠님은 이곳에 있는 해오라기의 새끼인 거 같다고 하셨다.

해오라기 유조 (사다새목 / 백로과, 텃새)

해오라기도 자세히 본 적이 없는데 어린 녀석은 또 처음이다. 깃털 색만 좀 다르지 모습은 해오라기랑 똑같았다.
뭔가를 노려보고 있는 걸 보니 열심히 사냥 중인가 보다.

길동생태공원은 넓지 않아서 한 바퀴 도는데 2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벌써 몇 바퀴를 돌았지만 흰눈썹황금새는 볼 수 없었다. 내가 실망하는 거 같았는지 짹이아빠님께서 한 번 더 돌아보자고 하신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목 / 흰턱딱새과, 텃새)

말라버린 작은 덤불에 뱁새들이 바글바글했다. 1초만 좀 가만히 있어주면 좋을 텐데 얘들한텐 무리한 요구다. 보고 있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짹짹... 

쇠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뱁새 나무 근처에서 쇠박새를 발견했다. 얘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음. 참새목 애들의 종특인 듯...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이제는 자주 보이는 애들만 보인다. 오늘 흰눈썹황금새를 보기는 그른 듯... 함께 돌아주신 짹이아빠님께도 미안해서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다고 하자 이번주에 한 번 더 오자고 하신다. 아웅 미안한데 나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다.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나오는 길에 만난 까치. 이 공원에서는 까치 보기가 힘들다. 외부에는 많은데 공원 안으로는 잘 안 들어온다고 한다. 
얘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 하긴... 그 흔한 참새도 공원 안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왜가리가 나무로 올라갔다. 벌써 자려고?
직박구리가 얕은 개울 위 통나무에 내려앉았다. 이곳에서 목욕을 한다고...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이제 곧 여름철새들이 떠나면 텃새들만 남게 될 거다...
공원에는 없던 참새가 입구에는 여기저기 널렸다.

짹이아빠님 덕분에 동박새도 보고 완전 재밌는 탐조였다. 쌍안경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올바른 사용법도 배웠다. 그리고 내가 구입한 쌍안경들은 모두 별로라고.... 어흑.... ㅠㅠ

가벼운 쌍안경을 원한다고 했더니 다음에 다시 길동생태공원에서 만나게 되면 니콘 '모나크 7 8x30' 쌍안경을 빌려 주신다고 했다. 한 번 사용해 보고 결정하면 좋을 거 같다. 미리 덥석 구입을 할 게 아니라 좀 알아보고 구입했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