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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7일]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7. 9.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올림픽공원을 몽촌토성역이 아니라 한성백제 역으로 오니까 걷는 것도 짧고 금방이었다. 세계평화의 문을 지나 걸어가려면 한참인데 이쪽으로 오니까 이렇게 가깝다니... 뭔지 모를 미술관도 하나 있었다. 

오늘은 『서울의새』 탐조 루트를 따라 탐조할 예정이다. 물론 나는 그게 어딘지 모르니까 짹이아빠님과 함께 할 거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신 짹이아빠님을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혼자서 주변 새들을 찾아봤다.

역시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였다.
깃털 색이 독특한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까치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짹이아빠님이 도착하셨다. 드디어 전문가와 함께하는 올림픽공원 탐조의 시작이다!!
열심히 짹이아빠님을 따라다니는데 탐조 루트가 내가 다니던 길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주로 큰길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샛길과 숲길을 이용하는 것부터 다르다. 그래서 나는 새를 많이 보지 못한 거 같다...

머리 깃털이 덜 자란 아기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오랜만에 만난 대륙검은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나그네새)
육추 중인 직박구리. 먹이를 물고 가면 아주 난리가 난다.
멍한 표정의 대륙검은지빠귀 유조
직박구리가 접고 갈 정도로 시끄러운 물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오랜만에 대륙검은지빠귀도 만나고 여러 유조들도 보면서 정신없이 따라다녔다. 그렇게 첫 번째 지역을 지나면서 짹이아빠님이 꾀꼬리가 좋아하는 나무를 설명해 주시는데 그 나무로 꾀꼬리가 날아간다!!

노란색이 너무 예쁜 꾀꼬리(참새목 / 꾀꼬리과, 여름철새)
꾀꼬리는 노란색인데도 녹색 계열이라 나뭇잎에 섞이면 잘 보이지 않는다.

꾀꼬리의 노랗고 까만색의 조합은 정말 최고인 듯. 꾀꼬리가 좋아하는 나무도 알았으니 이제 나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사람은 관심 없는 멧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얘도 머리털이 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애기 직박구리

또 한 코스를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던 중 파랑새는 인공 구조물을 좋아한다고 한다고 알려주심. 피뢰침이나 높은 탑 같은 구조물을 유심히 보면 파랑새가 앉아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경기장의 조명탑 꼭대기에 파랑새가 앉아있었다. 정말 대박이다! 이렇게 새들의 습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아직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조명탑에 앉아있는 파랑새(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장수풍뎅이 (딱정벌레목 / 풍뎅이과)
개체수가 증가해서 멸종위기가 해제된 장수풍뎅이. 서울에서는 처음 본다.
물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잘 생겼다.
벌레를 물고 있는 대륙검은지빠귀. 나그네새인데 번식을 하다니... 여름철새로 바꿔야 할거 같다. 텃새 되는 거 아녀?
청설모 (설치목 / 청설모과)
유해조수이면서 포획금지인 특이한 이력의 청설모
숲 속의 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귀여운 녀석. 박새도 아주 귀여운 구석이 있다.

숲 속 탐조를 마치고 88 호수로 나왔다. 쇠물닭이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대신 오리가 한 마리 있었는데...

아... 부리가 안 보이니까 종을 모르겠다. 어...얼른 부리를!!
노란 부리...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였다. 눈이 좀 퀭하네...

흰뺨인 줄 알았는데 청둥오리가 털을 고르고 있었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멀리서 물총새가 5초나 비행을 했다. 여태 0.5초 본 게 전분데 5초나 비행을 하다니... 그래도 눈으로는 봤으니 됐다. 잘 살고 있다는 증거.

숲길로 들어서기 전 울창한 숲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짹이아빠님이 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고 하신다. 헛...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는데... 세상에 바로 눈앞에 있었다!!

오색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는 오색딱따구리
주위도 두리번 두리번...
파던 나무를 계속 들여다 본다.

왕건이를 쏙 뽑아 먹는 오색딱따구리. 혀가 굉장히 길구나...
열심히 나무를 쪼고 있는 오색딱따구리

짹이아빠님은 어떻게 이 소리를 들으신 걸까 대단하심. 바로 앞에서 나무를 쪼고 있는데도 나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귀에 문제가 있는 모양 ㅠㅠ 아무렴 어떠랴 바로 코앞에서 나무를 쪼고 애벌레를 꺼내먹는 진귀한 광경을 봤으니 오늘 새를 더 못 봐도 여한이 읎다. 큰오색도 보고 오색도 보고... 쇠딱도 봤으니 이제 아물쇠와 청딱 그리고 까막만 보면 되는 건가?

※ 잡지식 : 오색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내고 20~25cm나 되는 혀를 넣어 애벌레를 찾는다고 한다. 끈적끈적한 가시로 덮여있는 혀끝으로 애벌레를 찾으면 가시로 걸어서 끌어 올려 먹는 것.

머리 위에서 시끄러운 까치
직박구리도 머리위에서 시끄럽게 울어댐
목욕을 한 걸까? 쫄딱 젖은 박새 (참새목 / 박새과, 텃새)
털을 말리려는지 잔뜩 부풀리고 있다.

숲 속을 걷고 있는데 짹이아빠님이 바닥에 되지빠귀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바닥도 잘 봐야 한다고 얘기하심. 그러고는 바로 되지빠귀가 나타남. 너무 신기하다... 

되지빠귀 유조는 처음 봤다. 대박이다.
되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어미와 새끼가 땅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정말 바닥도 잘 봐야겠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나무 꼭대기도 봐야 하고 소리도 들어야 하고 나무를 기어 다니는 새들도 있나 봐야 하고 바닥도 봐야 한다. 이건 절대로 대충 해서는 안 되는 취미다. 별 보는 건 이젠 자동화가 돼서 대상도 알아서 찾아주고 촬영도 알아서 해주지만 새는 모두 수동이다. 

앗 쇠딱따구리닷!
쇠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아닛 오색딱따구리!! 또 만났구나!
등판도 넓고 듬직하다. 확실이 오색딱따구리가 크구나.
짹이아빠님이 찾아주지 않으셨으면 못 봤을 녀석들...
누군지 모를 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에서 수액을 빨아먹는 쇠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쇠박새가 가고 아기 박새가 왔다.
앗! 쇠딱따구리가 다시 왔다!!
쇠딱따구리는 눈이 갈색이다.
오목눈이(참새목 / 오목눈이과, 텃새)
새로운 딱따구리가 날아왔다.

눈이 침침한 나는 일단 새가 왔으니 촬영을 시작. 이때 짹이아빠님은 통화 중. 아물쇠딱따구리일지도 모르니까 촬영해 달라고 하셔서 열심히 촬영을 했다. 

촬영중에 잠시 확인을 해 보니까... 쇠딱따구리가 아니다...
세상에... 등 한가운데 하얀 점... 아물쇠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다!!
아물쇠딱따구리를 보다니!! 오늘 조복이 미친날이다!!
아물쇠딱따구리가 잠깐 나무 뒤로 돌아간 사이 박새 출현
다시 나왔다!!
긴가민가했지만 등의 저 크고 선명한 하얀 점. 아물쇠딱따구리가 확실하다.
앗 안대!!! 가지마아아!!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는...
앗 다시왔어!!! 음?? 좀 큰데? 배에 붉은 점... 오색딱따구리구나...
오색딱따구리도 반갑긴 하지만 아물쇠에 대한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여기서 딱따구리 단합대회가 있나... 얘들이 들락날락이다. 덕분에 귀한 새를 볼 수 있었다.
박새도 이 나무를 좋아하나 보다.

오늘 조복이 폭발이다. 짹이아빠님이 말만 하면 그대로 됨. 아물쇠딱따구리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올림픽공원에서... 오늘만 딱따구리 3종을 봤다. 이제 청딱만 보면 여기 사는 딱따구리는 모두 보는 셈이다. 

짹이아빠님과 둘이 신나서 몽촌호수에서 민물가마우지를 보고 탐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만난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오늘 못 보나 했는데 역시나...
어라? 몽촌호수엔 흰뺨만 있는 줄 알았더니 청둥오리도 있었다.
멋지게 날아오는 중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나보고 놀라서 날아가더니 다시 날아왔다. 난 아무것도 안했구만...
민물가마우지는 너무 멀리 있었다. 왜가리들과 청둥오리 그리고 흰뺨검둥오리가 함께 있다.
참새들이 동창회 하나보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너무 귀엽다.
자세히 보니까 아기들이다. 형제들인가 보다. 아유 귀여운 것들...

오늘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들은 종만 20종이 넘는다. 정말 대박인 날. 맹금은 역시 내가 온다는 소문 듣고 숨은 거 같고... 그래도 이 정도 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하다. 짹이아빠님만 따라다니면 새가 막 나타남. 역시 전문가와 함께 하니까 숨어있는 새들도 찾아서 볼 수 있었다. 부끄러워 말고 『서울의새』 모임에 꼭 나가봐야겠다. 나가서 많이 배워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