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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8일] 동구릉 탐조 여행

by 두루별 2023. 7. 10.

어릴 적 걸어서 소풍 가던 동구릉(東九陵). 어른이 돼서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탐조 때문에 이곳을 올 줄이야...
미끄럼 타던 왕릉은 이제 올라갈 수 없게 됐지만 40년 전의 모습과는 비교도 안되게 잘 정리된 동구릉은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입구에서 파주 삼릉에 있던 것과 같은 역사문화관부터 둘러봤다. 내부는 촬영하기가 좀 그래서 사진은 안 남겼지만 잘 꾸며놨고 정리도 잘 돼 있어서 동구릉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안고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에서야 알게 된 사실... 여기에 태조 이성계의 묘가 있었구나... 설마 내가 미끄럼 탔던 그...)

역시 시작은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여기서도 시끄럽구나...
자꾸 쳐다보니까 점프해서 냅다 날아감.
아아앗! 님... 설마... 어씨 성을 가지신 분 아니신가요??
고개 휙~ 아악! 어치 맞다!! 드디어 만남...
나한텐 엄청 귀한 어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오늘 탐조 성공이다. 집에 가도 되겠다. 그동안 궁둥이만 봤던...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어치를 드디어 만났다.
혼자 신나서 촐싹거리고 있는데 아내가 풀밭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뭘 보나 했더니 얼른 와보란다. 조그마한 새가 있다고.
조그만 새? 참새? 박새?

헐!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눈에 내가 비친다. 이녀석 도망도 안간다...

이렇게 가까이서 되지빠귀를 본 건 또 처음이다. 풀숲에 숨으면 안 보이는 줄 아나보다. 암튼 나에겐 감사한 일...
능(陵)이 9개나 되니까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 같다. 일단 하나씩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일단 연못이 하나 있으니까 연못부터... 혹시 알아 물총새라도 볼 수 있을지...

반갑다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야. 여기서도 살고 있었구나.
팟!
앗 갤주님도 계셨음.
왜가리(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오리들은 물장구 치느라 난리가 났다.
날개를 퍼덕이더니 물에서 좌우로 털기시작...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와 흼뺨검둥오리가 함께 목욕 중이었다.
역시 높은 곳을 좋아하는 파랑새(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오리들이 놀고 있는 아주 평화로운 느낌의 연못...
아내는 연꽃 가득한 이 연못이 너무 좋다고 했다.
연못 이름이 숭릉 연지였구나...
밀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연못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좀 쉬다가 다른 능으로 가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왜 그냥 가냐고 한다. '으음? 무슨 소리지?' 하고 있는데 안쪽에 능이 하나 더 있으니까 보고 가란다. 아이구 오지랖 넓으시네... 우리 얘기 다 듣고 계셨던 듯. 그래도 사진 찍기 좋다고 꼭 가보라고 하시니 일단 가보기로 한다. 

마치 숲속 오솔길을 걷는 거 같다.

그렇게 숭릉으로 가는 숲길을 걷고 있는데 아내가 또 새를 하나 발견했다. 저기 있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데도 못 찾겠음... 그 바람에 새는 더 멀리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머리는 보이는 중...

앗!!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올림픽공원에서 애타게 찾던 그 녀석이다. 반갑다 ㅠㅠ

더 깊이 날아가서 더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아내와 그 아줌마 덕분에 청딱따구리도 볼 수 있었다. 역시 여자말을 들어야 하는 건가? 심각한 고뇌에 빠져있을 때 아내가 또 뭔가를 발견하고는 온몸을 써 가며 새를 찾는다. 잘 데려왔다니까...

엇! 나도 보인다!! 몇 마리가 날아다니다 나무에 앉았다.

세... 세상에... 큰오색딱따구리 3마리가 한 나무에...
얘들 형제인가 보다... 셋이 장난치고 있었다.
한 마리 보기도 힘든 큰오색딱따구리를 한 번에 세 마리를... 그것도 한 나무에서...
큰오색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텃새)

아... 정말 말도 안 된다. 큰오색딱따구리 세 마리를 동시에 보게 되다니... 아내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
사랑해요 동구릉... 아니 사랑해요 마누라...

역사 좋아하는 아내는 능의 설명을 꼼꼼하게 읽는다. 조용히 기다렸다. (그래야만 했다...)
숭릉 보고 나오는데 되지빠귀가 또 앉아있다.
벌레를 잡은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 텃새)
벌레를 계속 콕콕...
잡은 벌레를 맛나게 먹는다.
또 만났다 직박구리.

숲에서 되지빠귀 노랫소리가 들린다. 어디서 노래하는 겨... 한참을 둘러보다가 입에 벌레를 잔뜩 물고 있는 되지빠귀를 발견했다. 아마 새끼를 부르는 모양이다.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여름철새)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건원릉. 태조 이성계의 무덤이다. 그래서 그런가 인기가 제일 많았다.
다른 묘와 달리 긴 풀이 잔뜩 자라있다.
아하... 풀이 아니고 억새였구나... 고향이 그리웠나 보다고 아내가 마음 아파한다.

9개의 능을 다 돌아보기도 전에 하늘이 너무 어두워졌다. 곧 비가 쏟아질 듯한 기세...
못 돌아본 곳은 다음 기회에 돌아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로...

접시껄껄이그물버섯(그물버섯목 / 그물버섯과) (보기와 달리 식용이라고 한다. 쫄깃하다고... 그래도 야생 버섯은 먹지 말자.)
작은 새집이 달여있었는데 새가 살지는 않나 보다.
각시원추리(백합목 / 백합과)

엄청난 경험을 안겨준 동구릉.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방문해 보고 싶다. 일단 여름 지나서 가을이나 겨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