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을 몽촌토성역이 아니라 한성백제 역으로 오니까 걷는 것도 짧고 금방이었다. 세계평화의 문을 지나 걸어가려면 한참인데 이쪽으로 오니까 이렇게 가깝다니... 뭔지 모를 미술관도 하나 있었다.
오늘은 『서울의새』 탐조 루트를 따라 탐조할 예정이다. 물론 나는 그게 어딘지 모르니까 짹이아빠님과 함께 할 거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신 짹이아빠님을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혼자서 주변 새들을 찾아봤다.
까치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짹이아빠님이 도착하셨다. 드디어 전문가와 함께하는 올림픽공원 탐조의 시작이다!!
열심히 짹이아빠님을 따라다니는데 탐조 루트가 내가 다니던 길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주로 큰길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샛길과 숲길을 이용하는 것부터 다르다. 그래서 나는 새를 많이 보지 못한 거 같다...
오랜만에 대륙검은지빠귀도 만나고 여러 유조들도 보면서 정신없이 따라다녔다. 그렇게 첫 번째 지역을 지나면서 짹이아빠님이 꾀꼬리가 좋아하는 나무를 설명해 주시는데 그 나무로 꾀꼬리가 날아간다!!
꾀꼬리의 노랗고 까만색의 조합은 정말 최고인 듯. 꾀꼬리가 좋아하는 나무도 알았으니 이제 나도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또 한 코스를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던 중 파랑새는 인공 구조물을 좋아한다고 한다고 알려주심. 피뢰침이나 높은 탑 같은 구조물을 유심히 보면 파랑새가 앉아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 와중에 경기장의 조명탑 꼭대기에 파랑새가 앉아있었다. 정말 대박이다! 이렇게 새들의 습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아직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숲 속 탐조를 마치고 88 호수로 나왔다. 쇠물닭이라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대신 오리가 한 마리 있었는데...
흰뺨인 줄 알았는데 청둥오리가 털을 고르고 있었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멀리서 물총새가 5초나 비행을 했다. 여태 0.5초 본 게 전분데 5초나 비행을 하다니... 그래도 눈으로는 봤으니 됐다. 잘 살고 있다는 증거.
숲길로 들어서기 전 울창한 숲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짹이아빠님이 딱따구리 소리가 들린다고 하신다. 헛... 나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는데... 세상에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짹이아빠님은 어떻게 이 소리를 들으신 걸까 대단하심. 바로 앞에서 나무를 쪼고 있는데도 나는 소리가 안 들린다. 귀에 문제가 있는 모양 ㅠㅠ 아무렴 어떠랴 바로 코앞에서 나무를 쪼고 애벌레를 꺼내먹는 진귀한 광경을 봤으니 오늘 새를 더 못 봐도 여한이 읎다. 큰오색도 보고 오색도 보고... 쇠딱도 봤으니 이제 아물쇠와 청딱 그리고 까막만 보면 되는 건가?
※ 잡지식 : 오색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내고 20~25cm나 되는 혀를 넣어 애벌레를 찾는다고 한다. 끈적끈적한 가시로 덮여있는 혀끝으로 애벌레를 찾으면 가시로 걸어서 끌어 올려 먹는 것.
숲 속을 걷고 있는데 짹이아빠님이 바닥에 되지빠귀가 내려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바닥도 잘 봐야 한다고 얘기하심. 그러고는 바로 되지빠귀가 나타남. 너무 신기하다...
정말 바닥도 잘 봐야겠다. 아... 어렵다 어려워... 나무 꼭대기도 봐야 하고 소리도 들어야 하고 나무를 기어 다니는 새들도 있나 봐야 하고 바닥도 봐야 한다. 이건 절대로 대충 해서는 안 되는 취미다. 별 보는 건 이젠 자동화가 돼서 대상도 알아서 찾아주고 촬영도 알아서 해주지만 새는 모두 수동이다.
눈이 침침한 나는 일단 새가 왔으니 촬영을 시작. 이때 짹이아빠님은 통화 중. 아물쇠딱따구리일지도 모르니까 촬영해 달라고 하셔서 열심히 촬영을 했다.
오늘 조복이 폭발이다. 짹이아빠님이 말만 하면 그대로 됨. 아물쇠딱따구리를 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올림픽공원에서... 오늘만 딱따구리 3종을 봤다. 이제 청딱만 보면 여기 사는 딱따구리는 모두 보는 셈이다.
짹이아빠님과 둘이 신나서 몽촌호수에서 민물가마우지를 보고 탐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들은 종만 20종이 넘는다. 정말 대박인 날. 맹금은 역시 내가 온다는 소문 듣고 숨은 거 같고... 그래도 이 정도 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하다. 짹이아빠님만 따라다니면 새가 막 나타남. 역시 전문가와 함께 하니까 숨어있는 새들도 찾아서 볼 수 있었다. 부끄러워 말고 『서울의새』 모임에 꼭 나가봐야겠다. 나가서 많이 배워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