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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24일]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7. 25.

지난 토요일 「서울의새」 모임 이후 며칠 만에 다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서울의새」 모임에서 배운 대로 새도 찾아보고 비가 많이 온 후라 새들의 변화도 관찰해 볼 생각이었다.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혼자 하는 탐조니까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스트레칭 중인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
부리에 수초를 물고 다닌다. 계속 저러고 다니는 걸 보니 다 삼키지 못했거나 부리에 걸린 건 아닐까 걱정된다.

몽촌호수는 큰 비가 왔는데도 수위의 변화가 없다. 인공 호수의 장점일까? 오리들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밀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부처꽃(도금약목 / 부처꽃과)
왜가리(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텃새)
왜가리 나무 1층에는 해오라기(사다새목 / 백로과, 텃새)가 있었다.
야행성인데도 잠을 안 자고 눈을 벌겋게 뜨고 있는 해오라기.

「서울의새」에서 배운 대로 찬찬히 둘러보다가 나무에서 왜가리를 발견했고 그 아래에 해오라기가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눈이 침침해서 쓱 둘러보고는 그냥 갔을 텐데 역시 새들이 있을 법한 곳은 천천히 둘러봐야 한다.

졸린 눈을 하고는 옆 나무로 옮겨간 해오라기. 왜가리가 계속 부스럭거려서 그런 듯.
늦은 오후였지만 아직 잘 시간인데 잠을 못 이루는 듯...
인간이 만든 철새. C-130 수송기.
소금쟁이(노린재목 / 소금쟁이과)
달팽이(병안목 / 달팽이과)
언제봐도 귀여운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
부스스한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오늘도 시끄러운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
원추리(백합목 / 백합과)
매미가 탈피하고 남은 껍질. 굉장히 정교하다.
역시 참새는 땅에 있을때 보호색이 잘 어울린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대륙검은지빠귀가 안 보인다.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사냥을 다른 장소에서 할 수 있으니 다음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나무 그늘에서 나가기가 싫은 날씨다.
언제나 멀쑥한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박새(참새목 / 박새과, 텃새)

작은 새 들은 숲속에서 나오지를 않나 보다.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더워서 그런 듯.
갑자기 어디선가 끄끄끅~ 하는 특유의 파랑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두리번두리번하는데 바로 앞에 나타났다.

파랑새(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한참을 날아다니는 녀석들. 아마 어미와 새끼인 거 같다. 계속 새끼가 나무에 앉아 보챈다. 시끄럽기는 직박구리 저리 가라...
그렇게 시끄럽던 파랑새 한 마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나뭇잎 사이라 조도가 떨어지니까 전혀 초점을 못 잡는다. 수동으로 간신히 등판샷 한 장 건짐.

캐논 EOS R5의 AF는 정말 쓰레기다. 초점이 안 맞을까 봐 항상 조마조마함. 적어도 내가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소니 A1의 발끝도 못 따라온다. 렌즈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내다 버렸을 텐데 RF 100-500mm 렌즈가 마약이라 손을 뗄 수가 없다. 그 바람에 멀쩡한 소니 A1 놔두고 계속 이 쓰레기 같은 R5를 쓰고 있는 게 짜증 난다.

R5는 조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AF가 제대로 동작을 안 한다. 가끔 안되는 게 아니다 항상 그랬다. 파랑새가 그늘에서 얼굴을 버젓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전혀 초점을 못 잡음. 얼른 수동으로 초점을 잡았어야 했는데... AF로 어떻게든 해보려다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등판샷 밖에 못 건졌다.

좌절하고 있는데 내가 불쌍해서인지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다시 내 앞에 내려앉았다.

다행히 역광이었지만 이번엔 주위에 초점을 뺏어갈 물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대비가 좀 나왔는지 AF가 동작을 했다. 얼른 수동으로 전환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다행이었다. 그 바람에 지금까지 촬영했던 파랑새에 비해 디테일이 살아있는 파랑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RF 100-500mm 렌즈의 선예도는 최고다! (기승전 렌즈 칭찬)

88 호수의 중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며칠 만에 해가 나와서 그럴까 고양이들도 일광욕을 즐긴다.
나무위에 올라가서 자는 놈.
고양이 모임인 듯.
아앗! 대륙검은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나그네새) 유조 드디어 발견!
유조라도 어디냐. 잘 있었구나.
호기심 많은 녀석이다. 사냥하는 게 제법 어른스럽다. (그 와중에 RF 100-500의 배경 흐림은 정말 예술이다.)
대륙검은지빠귀 성조
집토끼(토끼목 / 토끼과). 그런데 왜 여기에? 심지어 도망도 안 감.
산책길에서 바라본 세계평화의 문. 한국은 어딜 가나 공사 중이구나...
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고추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손으로 들고 찍는데도 500mm로 제법 볼 만하게 달이 찍힌다. 갑자기 스택하고 싶어짐.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쿨쿨자던 해오라기가 날아 올랐다.
해가 저물어 가니까 이제 활동하려나 보다.
중대백로(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퇴근시간을 피하려고 몽촌호수에서 시간을 보냈다. 요즘 탐조는 건강회복을 위한 탐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 서서 다니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조금씩 건강도 좋아지고 좋아하는 새도 볼 수 있어서 탐조는 언제나 즐겁다.

오늘은 「서울의새」의 탐조 코스와는 관계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무릎이 아파 가능하면 산길을 피했더니 너무 평범한 탐조가 되어 버린 듯. 이제는 한 번에 많은 종을 보기보다 한 종을 정해서 꾸준히 관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