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7월 26일] 푸른수목원 탐조 - 덤불해오라기

by 두루별 2023. 7. 27.

지난주에 푸른수목원을 다녀왔지만 덤불해오라기의 궁둥이만 본 게 두고두고 한이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다녀왔다. 이른 아침이면 새들의 먹이 활동도 활발할 것이고 전날 비도 왔으니까 더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 하나로 일단 먼 길을 나섰다.

항동저수지 전경

크허~ 일찍 오니까 공기도 맑고 좋구먼~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새들의 짹짹 소리가 정겹다.
오늘은 다른 녀석들은 관심 없다. 오로지 덤불해오라기만 노릴 거다. 이 녀석 나타날 때까지 망부석이다.

정신 사납게 왜가리(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텃새)가 자꾸 날아다닌다.
아악!! 덤불해오라기(사다새목 / 백로과, 여름철새) 암컷이다!!

왜가리가 아침부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통에 정신이 쏙 빠졌는데 작은 새가 뽀로록 날아간다. 자세히 보니 덤불해오라기다!! 깃털의 모양을 보니 암컷인 듯. 도착 후 30분도 안 돼서 발견하다니!! 오늘 일이 좀 술술 풀릴 모양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거리가 멀다. 형태는 다 보였지만 너무 멀어서 손톱만 하게 보인다. 또 나오겠지 계속 기다릴 거다.

새들이 부산을 떨길래 하늘을 올려다보니 맹금이 하나 날아다닌다. 황조롱인가?

헐!! 새호리기(매목 / 매과)다!!
눈으로만 봤던 새호리기를 드디어 촬영했다!

이런... 덤불해오라기 보다 더 귀한 분을 만났으니 오늘 조복은 끝인 건가?? 역시 일찍 오길 잘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신다고 데크를 쿵쾅 거리며 뛰어다니는 통에 새들이 조용해졌다. 스트레칭을 너무 과(?)하게 하는 어르신부터 굳이 넓은 데크에서 내 옆으로 와서 제자리 뛰기 하시는 분까지 아주 다양했는데 제일 신기했던 건 잉어에게 밥 주는 할머니들이었다. 

잉어들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입을 뻐끔거리고 있길래 공기가 부족한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할머니들이 먹이를 주니까 그거 받아먹으려고 몰려와 있던 거였다. 그런데 그냥 밥을 주는 게 아니고 '아무개야 이리 와서 밥 먹어' 이러면서 애들 부르듯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사람 이름을...(무서워...) 암튼 그래서 잉어들이 몰려와 있었던 거...

어르신들의 요란한 운동 시간이 끝나고 나니까 비로소 평온이 찾아왔다.

앗! 또 고개를 내밀었는데 이번에도 너무 멀다... 암컷일까 유조일까?
이번엔 수컷으로 보이는 녀석이 날아간다!
비행 속도가 꽤 빠르다...
그새 날샷 성공률이 올라서 무난히 촬영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벌써 세 마리째다.
열심히 날아서 갈대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머리 깃털을 보니 수컷이 틀림없다.
그 갈대숲 옆에 왜가리가 앉아있었다. 깜짝 놀랐네...
또 날아다니는 왜가리. 도심과의 대조가 아름답다.
개개비(참새목 / 개개비과, 여름철새)들도 그렇게 숨어서 울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도대체 갈대숲 안에 몇 마리나 숨어 있을까 궁금하다. 지금까지 눈으로 본 것만 열 마리가 넘는다.
저 멀리서 내 앞까지 헤엄쳐 온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나비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귀염둥이 참새(참새목 / 참새과, 텃새)찡. 뭐를 먹다 왔나 보다.
갑자기 하늘을 뒤덮는 어두운 그림자... 독수리인 줄...
왜가리가 너무 쓸데없이 우아하게 날아왔다.
착륙직전!!
굳이 나무 데크에 내려앉느라고 고생일까... 사람 오면 날아갈 거면서...
새호리기가 다시 날아왔다.
수차 위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왜가리.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면 머리가 뜨거울 정도로 덥다. 다행히 비도 살짝 내렸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구름이 덮어줘서 타 죽는 건 면한 듯하다. 그래도 중간에 해가 나오면 지옥이 반복된다. 그늘 없는 데크는 말 그대로 불지옥이다. 

아앗 또 나타났다! 아주 이상한 자세로 갈대를 붙잡고 서 있다.
또 날아가는 녀석 발견!! 이번엔 암컷인 거 같다.
이제 제법 날샷을 잘 잡는다. 어이없게도 카메라가 촬영 기술을 발전시켰다...

잠깐 사이에 또 두 마리를 봤다. 아까 봤던 녀석들일 수도 있지만 위치가 조금씩 다르니까 다른 녀석으로 생각하기로...
여담으로 이제 EOS R5가 슬슬 손에 익고 있다. 소니 A1은 그냥 시야에 넣기만 하면 알아서 초점 잡고 추적했지만 EOS R5는 시야에 넣고 기도를 해야 한다. 그래도 날샷의 성공률이 많이 올라서 기쁘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이제 소식이 없다. 설마 얘들 날아다니다 끝난 건가? 일단 날아간 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또 그렇게 지루한 기다림이 한동안 이어졌는데...

으악~ 멀지 않은 연꽃잎에서 불쑥 덤불해오라기가 나타났다!!
드디어 제대로된 덤블해오라기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물속을 응시하는 모습이 사냥을 하려나 보다.

사냥하는 모습은 놓쳤지만 먹이를 먹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먹기 전에 물고기를 물고 마구 턴다.

완전한 전신샷.
발가락이 특이하게 생겼다. 갈대를 쉽게 잡을 수 있는 형태인 듯.
연꽃잎을 밟고 있지만 어찌나 가벼운지 많이 눌리지도 않는다.
몸통은 짧고 목과 다리는 길다. 특이한 체형이다.
털을 부풀리더니 발로 벅벅 긁는다. 역시 백로과라 눈매가 매섭다.

다리가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이런 지형에 특화된 모습.
연꽃잎 위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연꽃잎을 밟고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끝으로 갈대숲으로 날아가서 자취를 감췄다. 
아아... 힘이 쪽 빠진다... 10분 남짓이었지만 얼마나 숨죽이며 봤는지 손이다 덜덜 떨렸다. 그래도 일찍 온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을 줄이야.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대포를 들고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이분들도 덤불해오라기를 보러 오신 듯. 다행이다 먼저 봐서.

이제 마음 편하게 푸른수목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오늘은 뭐 새를 더 못 봐도 괜찮다. 
오전 9시가 넘자 카페가 문을 열었다. 벌써 기력 소진... 오늘도 레모네이드를 한잔하고 당을 보충했다.

덤불해오라기랑 같은 과인데 왜가리는 몸통도 길다.
새호리기가 사라지자 제비(참새목 / 제비과, 여름철새)가 날아 다닌다.
큰 새도 날아가고...
아유 귀엽다. 제비 새끼들이다. 이제 곧 강남으로 날아가겠지.
밀잠자리붙이(잠자리목 / 잠자리과)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텃새)는 안 더운가 보다.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도 옆에서 쉬고 있다가 내가 지나가니까 부스스 일어났다.
시끄러운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텃새) 응애.
물까치는 언제봐도 색이 참 예쁘다.
직박구리(참새목 / 직박구리과, 텃새)가 왜 안 보이나 했다.
참개구리(개구리목 / 개구리과)
어릴 때 흔하던 녀석인데 이제는 보기 힘들다.
표면이 끈적끈적한 젖비단그물버섯(그물버섯목 / 비단그물버섯과)
앗 하얀 궁둥이! 쇠물닭(두루미목 / 뜸부기과, 여름철새)이다.
덤불해오라기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새끼는 안 보였지만 잘 지내라!~
어미와 새끼인 듯 한 파랑새(파랑새목 / 파랑새과, 여름철새) 무리.
내 생각엔 파랑새가 직박구리 보다 더 시끄럽다. 원탑은 물까치...
꿀벌(벌목 / 꿀벌과)
일본광채꽃벌(벌목 / 꿀벌과)
도라지꽃(초롱꽃목 / 초롱꽃과)
멧비둘기(비둘기목 / 비둘기과, 텃새)
귀여운 응애 직박구리.

이번에는 방울새도 제법 보였는데 살살 다가가면 포로록 날아가고 또 한참을 쫓아가서 가까이 다가가면 날아가는 바람에 증명사진은 찍지도 못했다. 오목눈이, 박새도 얼굴만 봤으니까 다음에 보면 된다. 오늘은 그래도 되는 날.

꼭두새벽부터 움직였더니 많이 피곤했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뻗었다. 지난주부터 무리를 해서 허리가 아파 꼼짝도 못 하는 나를 보던 아내는 건강해지라고 탐조 보냈더니 병을 얻어 왔다고 아주 난리다. 감시가 삼엄해서 당분간은 조용히 집에만 있어야겠다. 그래도 눈만 감으면 박새가 얼굴을 내미는데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