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강화도로 탐조를 가자고 아내에게 큰소리쳐놓고 쿨쿨 자버렸다...
눈을 떠 보니 이미 해는 중천이고... 아내는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강화도는 글렀고... 점심 먹고 항상 가는 철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철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논길을 제 집 마당 산책하듯 느릿느릿 걸어가는 중대백로를 발견했다. 어찌나 여유롭게 걸어 다니던지 살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철원으로 향했는데 도착해 보니 철원 소이산 탐방로.
탐방로에 있는 최북단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하기로 하고 천천히 산책하듯 탐방로를 걸었다.
커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을 마주쳤지만 쏜살같이 도망가는 바람에 정체가 궁금하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갑작스런 만남에 급하게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추려는데 이번에도 캐논의 R5는 실망시키지 않고 초점을 주변 돌에 맞춰버렸다.(아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려는 순간 바로 포로록 날아가 버림...
선명한 사진은 아니지만 다행히 동정하기엔 충분했다. 그렇게 궁금하게 했던 주인공은 검은댕기해오라기였다.
소이산 탐방로 산책을 마치고 철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와수리에 들렀는데 화강 산책로가 아주 좋았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화강변과 산책로는 새들이 살기에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높은 풀 때문에 시야가 많이 가렸다.
오늘은 탐조가 아닌 산책이 목적이라 천천히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서 쉬기도 한 여유로운 철원 여행이었다.
항상 새를 찾느라 온 신경을 바짝 긴장해서 다니는 것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여유 있는 여행도 슬슬 좋아지고 있다.
이제 다음 주에 떠날 제주도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랄 것도 없지만 첫 제주도 탐조여행이라 어디를 가봐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해수욕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아내도 극혐하기 때문에 주로 생태공원이나 항구를 돌아다니게 될 거 같은데 대충이라도 동선을 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