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의새」 모임 이후 며칠 만에 다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서울의새」 모임에서 배운 대로 새도 찾아보고 비가 많이 온 후라 새들의 변화도 관찰해 볼 생각이었다.
지난번과 달리 오늘은 혼자 하는 탐조니까 마음 가는 대로 천천히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몽촌호수는 큰 비가 왔는데도 수위의 변화가 없다. 인공 호수의 장점일까? 오리들도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서울의새」에서 배운 대로 찬찬히 둘러보다가 나무에서 왜가리를 발견했고 그 아래에 해오라기가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 같았으면 눈이 침침해서 쓱 둘러보고는 그냥 갔을 텐데 역시 새들이 있을 법한 곳은 천천히 둘러봐야 한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대륙검은지빠귀가 안 보인다. 다른 곳으로 갔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다. 사냥을 다른 장소에서 할 수 있으니 다음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작은 새 들은 숲속에서 나오지를 않나 보다. 울음소리는 들리는데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더워서 그런 듯.
갑자기 어디선가 끄끄끅~ 하는 특유의 파랑새 울음소리가 들렸다. 두리번두리번하는데 바로 앞에 나타났다.
한참을 날아다니는 녀석들. 아마 어미와 새끼인 거 같다. 계속 새끼가 나무에 앉아 보챈다. 시끄럽기는 직박구리 저리 가라...
그렇게 시끄럽던 파랑새 한 마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캐논 EOS R5의 AF는 정말 쓰레기다. 초점이 안 맞을까 봐 항상 조마조마함. 적어도 내가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소니 A1의 발끝도 못 따라온다. 렌즈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내다 버렸을 텐데 RF 100-500mm 렌즈가 마약이라 손을 뗄 수가 없다. 그 바람에 멀쩡한 소니 A1 놔두고 계속 이 쓰레기 같은 R5를 쓰고 있는 게 짜증 난다.
R5는 조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AF가 제대로 동작을 안 한다. 가끔 안되는 게 아니다 항상 그랬다. 파랑새가 그늘에서 얼굴을 버젓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전혀 초점을 못 잡음. 얼른 수동으로 초점을 잡았어야 했는데... AF로 어떻게든 해보려다 가까운 거리였는데도 등판샷 밖에 못 건졌다.
좌절하고 있는데 내가 불쌍해서인지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다시 내 앞에 내려앉았다.
다행히 역광이었지만 이번엔 주위에 초점을 뺏어갈 물체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대비가 좀 나왔는지 AF가 동작을 했다. 얼른 수동으로 전환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다행이었다. 그 바람에 지금까지 촬영했던 파랑새에 비해 디테일이 살아있는 파랑새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RF 100-500mm 렌즈의 선예도는 최고다! (기승전 렌즈 칭찬)
퇴근시간을 피하려고 몽촌호수에서 시간을 보냈다. 요즘 탐조는 건강회복을 위한 탐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 서서 다니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조금씩 건강도 좋아지고 좋아하는 새도 볼 수 있어서 탐조는 언제나 즐겁다.
오늘은 「서울의새」의 탐조 코스와는 관계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녔다. 무릎이 아파 가능하면 산길을 피했더니 너무 평범한 탐조가 되어 버린 듯. 이제는 한 번에 많은 종을 보기보다 한 종을 정해서 꾸준히 관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