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방문했을 때 다양한 새를 만났던 선정릉. 특히 큰유리새 암컷을 만난 건 큰 행운이었다. 화려한 수컷을 봤으면 더 좋았겠지만 암컷이라도 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요즘 솔새나 솔딱새들이 자주 보이는 게 얘들의 이동시기인 거 같다. 곧 한국을 떠날 텐데 큰유리새 수컷을 보려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더해 짹이아빠님이 존버 어떠시냐고 슬쩍 권유를... 그렇다. 존버다. 지금 아니면 언제 만나겠어 존버가 답이다. 단순한 나는 카메라와 물을 챙겨 들고는 다시 선정릉으로 향했다. 만날 때까지 존버다!
그런데 날이 너무 맑았다. 차라리 별을 보러 갔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불길했다... 전날과 달리 입구는 너무너무 조용했다. 난리 치던 큰부리까마귀들도 안 보이고 그 많던 어치들도 싹 사라졌다.
안 가본 곳까지 선정릉을 완전히 한 바퀴 돌았지만 너무 조용했다. 점심시간에 와서 그런가 직장인들이 새보다 많았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새들이 다 숲속으로 숨은 건가 싶을 정도...
아이고 힘들다... 새도 없는데 존버는 물 건너갔다... 빠른 포기 후 지쳐서 잠깐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건너편 나무에서 작은 움직임 발견! 먼 거리였지만 딱 봐도 솔새 종류였다. 어찌나 빠른지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았다.
한참 매를 촬영하고 있는데 지나던 외국인들이 다 멈춰서 나를 따라 하늘을 쳐다봄... 궁금해하는 거 같길래 다가가서 촬영한 거 보여주자 '오우!~ 이글~ 굿좝!' 하길래 쌩유! 해줌.
더 늦게까지 있고 싶었지만 오후 PT를 미루지 못해서 철수해야 했다. 짧은 존버 실패... 큰유리새는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가장 가까운 탐조 장소니까 오며가며 자주 들르다 보면 언젠가 만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