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 날. 올림픽공원이 평소의 휴일로 돌아갔다. 수많은 인파가 싹 사라짐. 아직도 많긴 하지만 어제나 그제에 비하면 사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너무 조용하니까 적응이 안 됨.
오늘도 아내는 커피숍으로 보내고 탐조 시작! 오늘은 노랑딱새 수컷을 좀 제대로 촬영해 보고 싶다. 오늘은 캐논이다.
노랑딱새가 주로 목격되는 장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평소 계시던 어르신은 사람들을 피해 다른 곳에 계셨다. 그곳에서 짹이아빠님도 만났는데 아침부터 저러고 있다고...
슬쩍 가서 뭐 찍냐고 물어보니 울새를 찍으러 왔다고 한다. 며칠 전 놀러 오신 어르신 한 분께 이곳에서 울새를 봤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이 사람들은 나이가 있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 힘드니까 자신들의 네트워크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소문이 퍼진 듯. 그런데 이 사람들 하는 짓이 가관이다. 풀과 관목이 촬영을 방해한다고 다 치워버리더니 과자부터 별별거를 다 뿌려놓는다. 울새가 뭐를 좋아하는지 모르니 그냥 다 뿌려 놓는 듯. 진사들은 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촬영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경악할 만한 행동들을 서슴지 않았다.
점잖은 분도 끼어 있었지만 대부분이 안하무인. 자기들 땅도 아닌데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빨리 지나가라질 않나, 버드 콜링 한답시고 어찌나 크게 소리를 틀어놨는지 귀가 다 멍멍... 공공장소라 뭐라 할 수도 없고 또 훼손을 하면 촬영해서 신고할 생각으로 옆에서 지켜봤는데 다행히 더 큰 문제없이 오후 늦게는 모두 돌아갔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다 저렇지는 않겠지만 자연 사진을 찍는다는 건 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왔다 가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짹이아빠님이 88 호수를 둘러보러 가신다 길래 따라나섰다. 진사들 땜에 짜증 나서 안 보이는 곳에 가보기로.
88 호수 주변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과 아버지가 함께 탐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짹이아빠님이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눠보니 나보다 탐조 경력도 오래된 베테랑이었다. 이제 11살이라고...
어린 친구가 노랑딱새와 울새를 보고 싶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다시 진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지난번 모 대학 탐조 동아리 이후 다른 대학의 탐조 동아리를 만났다. 이분들은 할미새사촌을 찾으러 오셨다고. 오신 김에 울새도 보고 노랑딱새도 보고 짹이아빠님의 쌍안경 강의도 듣고 가셨다. 지난번 동아리와 달리 촬영 장비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부러웠다. 여러 명이 촬영하면 놓치는 장면이 없을 건데...
어린 탐조인 친구는 야무지게 사진을 찍고는 아버지와 함께 먼저 돌아갔다. 부럽다... 우리 아들은 뭐하나...
심심해서 백제박물관까지 싹 둘러보고 온 아내와 함께 집으로 퇴근. 짹이아빠님과 만나서 함께한 탐조는 항상 재밌었다. 오늘도 우연히 만났지만 함께 탐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당분간은 바쁘시다고 하니 서울의새 모임에서 봬야 할 듯.
진사들 때문에 망칠 뻔한 탐조였지만 요즘 eBird 앱을 이용해서 열심히 관찰을 기록 중이다. 사진도 최대한 많이 찍어서 자료로 등록하고 있는데 자료가 많이 쌓이면 유의미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혼자 기대 중. 요즘 너무 달렸는지 다리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자칫 서울의새 모임도 나가지 못할까 걱정돼서 내일은 쉬면서 병원 진료를 받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