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날씨가 안 좋아서 오지 못했던 올림픽공원을 다녀왔다. '서울숲'으로 잠깐 외도도 했지만 역시 올림픽공원에 와야 마음이 편안하다. 전엔 철원에 가면 마음이 편안했는데 이젠 올림픽공원이다. 역시 앞 일은 모르는 건가 보다...
가을이 완연해지면서 날씨도 서늘해지기 시작. 새로운 새들이 왔을지 모르니까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천천히 둘러보던 중 『서울의새』 회원님을 만났는데 처음 보는 새를 발견했다고 하심. 오옷!! 쪼로로 따라가 보니 개개비 닮은 녀석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진홍가슴이었다는... 서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를 만나다니 조복 상승 중인가 보다.
일전에 울새 사건으로 미뤄볼 때 진사들에게 알려졌다가는 얘도 무사하지 못할 거 같아 발견 시기와 장소를 일단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말 진사들은 도움이 안 된다. 매너 좀 장전하고 돌아다니길... 아니다 자기들이 뭔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매너... 그냥 사라져 버리기를...
새를 촬영하고 있는데 외국인 아저씨가 와서 말을 걸었다. 내가 목에 쌍안경을 하고 있으니 새 보는 사람이냐고 물어본 건데 짧은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해보니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오셨다고. 거기 주립 대학 교수셨는데 은퇴하고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쉬러 오셨다고 한다. 아내는 한국분으로 안식년이라 올해는 쉬신다고 했다.
그런데 이분 큰뒷부리도요를 연구하신 전문가. 캐나다에서 뉴질랜드까지 9일 동안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준비 과정을 설명해 주시는데 헐... 핵꿀잼... 근데 이 얘기를 하면 다들 '그걸 영어로?', '다 알아들었어?'라고 다들 똑같은 질문을 한다. 이분이 거의 중딩영어 수준으로 천천히 설명해 주심...
암튼... Steven이라는 이 은퇴한 미쿡 교수님과 함께 탐조를 하게 됐는데, 이분 Wish List에 있는 새들을 찾아 드리면서 재밌게 돌아다녔다. 뭔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건 굳이 대화가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됨.
그렇게 서로 싸우던 큰부리까마귀와 까치가 함께 맹금을 공격하다니 신기한 광경이었다. 큰부리까마귀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말똥가리랑 나란히 있으니 작아 보이더라는...
Steven과 함께한 탐조는 의외로 재밌었다. 좀 더 남아있겠다고 해서 나만 돌아 왔지만 41년 탐조를 하셨다던데 새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엄청난 분이었다. 그래도 이분이 보고 싶어 하셨던 새 중에서 '흰배멧새'를 제외하곤 다 찾아드림.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