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올림픽공원 탐조를 나왔다. 아내는 요즘 너무 달린다고 한 걱정이다. 뭔가에 꽂히면 물불 안 가리는 걸 아는지라 눈치를 주기 시작... 열심히 운동한다고 살살 달래고 후다닥 도망 나옴. 오늘은 『서울의새』 회원님과 함께 탐조하기로 했는데 딱히 장소를 정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돌다 보면 만날 거라...
오늘은 힝둥새와 노랑배진박새를 올림픽공원에서 찾아볼 생각. 거기다 버들솔새 관찰기록이 있었는데 사진이 거의 심령사진 수준이라 버들솔새도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몽촌호수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영어로 누가 인사를...
돌아보니 Steven 아저씨가 또 나오셨다. 워~ 이분 체력이 장난 아니심. 연세도 있으신데... 암튼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노랑배진박새를 봤다고 자랑하신다... 능력자... 난 찾아도 없던데... 탐조인은 동서양 구분 없이 하는 짓이 똑같다. 새로운 새를 보면 일단 자랑하는 게 국룰. 실컷 부러워해준 다음 쿨하게 각자 갈길을 갔다. 이분도 어차피 또 만난다.
어느새 만나기로 한 회원님과 자연스레 합류. 기본 탐조 코스가 있어서 다니다 보면 이렇게 만나게 된다. 굳이 찾아갈 필요 없음.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탐조 시작. 요즘 작은 새들이 풀씨를 먹느라 난리다. 여름에는 관목에서 나오지도 않던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요즘은 풀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아직 진홍가슴이 있다는 게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돌아갈 때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때 Steven 아저씨와 다시 만났다. 숲속에서 스르륵하고 나타나심. 누가 보면 여기 사시는 분일 줄... 길도 잘 찾아다니신다. 새 좀 봤냐고 물어보니 eBird에 기록한 목록을 보여주시는데 헐... 나보다 많이 보셨음... 역시 능력자...
Steven 아저씨는 오늘은 일찍 가보셔야 한단다. 어제는 저녁 7시에 집에 갔다가 사모님께 혼나셨다고... 풉... 나랑 똑 같... 사람 사는 건 세상 어디나 다 똑같은가 보다. 주말엔 부산 여행을 가신다길래 다녀오신 후에 또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Steven 아저씨와의 탐조는 아주 즐겁다. 박식하셔서 새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시는데 대부분 도감에도 없는 내용들이다. 메일로 자신이 연구했던 논문들을 보내주셨는데... 사실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나중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