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주 끝내준다. 밤새 맑다는 예보라 오랜만에 철원으로 별 보러 출발!~
이왕 철원에 가는데 일찍 가서 낮에는 기러기라도 볼 생각으로 카메라도 함께 챙겼다. 여기서 실수... 500mm가 아니라 600mm와 텔레컨버터를 챙겼어야 했다. 맨날 올림픽공원만 다니다 감이 떨어졌나 보다.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이다. 포천의 한 공원에 탐조를 하려고 들렀는데 인근 마을까지 모두 모여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마을별로 다른 색의 형광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열심히 줄 서서 기념품을 받고 계셨는데, 우리도 받을 수 있었지만 아내가 부끄러워해서 그냥 옴. 곡물 세트였는데 받아다 새들 주고 싶었는데 아깝...
포천 탐조는 포기하고 부지런히 철원으로 옮겨서 학저수지에 어떤 철새가 와 있나 보러 가는 도중에 길 한가운데 있는 뱀을 발견하고 급히 피했다. 갓길에 정차를 하고 조심스레 다가가 보니 다행히 다치지 않은 모양. 나를 보더니 잽싸게 도망갔다.
학저수지에는 많은 기러기들이 와 있었는데, 거리가 멀어서 촬영도 힘든 상황. 필드스코프를 가져왔어야 했고 렌즈도 더 장초점 렌즈를 가져왔어야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체감 온도는 꽤 낮았는데 국토대장정 깃발을 배낭에 붙인 사람들이 호수 주변을 걷고 있었다. 아내와 나도 넓은 호수를 다 돌지는 못하겠지만 건너편까지 가보기로 했는데...
정말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했는데, 등산 스틱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러서 새들을 날리고 있는 인간들을 발견.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촬영하는 옆 기러기와 오리도 바로 옆에 와서 소리를 질러 날려 버림...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쳤는데도 대답도 없이 또 소리를 지르길래 쌍욕을 박아 주려는데 아내가 다들 술이 많이 취한 거 같다고 말려서 꾹 참고 말았다. 정말 말로만 듣던 쓰레기 같은 인간들을 요즘 다 만나고 있는 듯...
호수 중앙에 있으면 거리가 상당해서 카메라나 쌍안경으로는 확인이 불가. 근처 소이산 전망대 부근으로 이동해서 해지기 전까지 새를 좀 찾아봤지만 참새 몇 마리가 전부였다. 그래도 농장의 강아지는 아직 잘 있었는데 이날은 간식을 챙겨가서 간식도 주고 잠깐이지만 좀 놀아주다 돌아왔다.
이제 별을 보러 갈 시간. 철원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내가 원했던 탕수육과 짬뽕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별 보러 갈 때 늘 들리던 식당이었는데 탕수육도 엄청 맛있었음. 추억 돋는 이 가게는 오래도록 번창하셨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