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평소처럼 탐조를 가서 쌍안경으로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상이 깔끔하지를 않고 뭐가 낀 것처럼 상이 영 별로였다. 현장에서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가까이 있는 건 안보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까 접안렌즈에 이물질이 두껍게 묻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 기름때처럼 보이는 그런 이물질이...
처음엔 쌍안경의 조립부에서 흘러나온 윤활유를 의심했지만 사용한 윤활유의 점도가 높아서 이렇게 흐를 정도로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원인은 나중에 찾기로 하고 일단 면봉에 정제수를 묻혀서 살살 문질러 봤지만 전혀 닦일 기미가 안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전문 선수 등판!
렌즈를 닦을 땐 IPA(이소프로필 알코올)는 잘못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어서 물이 섞이지 않은 소독용 무수(無水) 알코올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래도 플라스틱이나 고무에는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스킹을 잘하거나 소량을 사용해서 흐르지 않게 조금씩 닦아 주는 게 중요.
닦는 건 아주 간단하다. 렌즈티슈에 무수 알코올을 묻혀서 오염된 부위에 살짝 올려두었다가 티슈 무게로만 살살 문질러서 오염을 제거. 한 번에 안되면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조금씩 제거해야 나중에 문제가 덜 생긴다.
몇 번의 세척으로 다행히 오염 물질이 잘 제거되었다. 평소에 빗물과 속눈썹 등으로 발생한 오염까지 이번 기회에 말끔히 제거. 속이 다 후련함. 대물렌즈도 닦고 싶었지만 정말 꾹 참았다...
평소엔 정제수 만으로 렌즈 청소를 하는데 이번엔 오염이 기름 성분이라 무수 알코올을 사용했다. (청소하다 보니 오염의 범인이 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렌즈 청소에 알코올을 사용할 땐 반드시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하고 넓게 적용하기 전에 아주 소량을 사용해서 미리 테스트해 보는 걸 잊으면 폭망 할 수 있음. 특히 플라스틱 부위는 녹거나 변색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아무튼 새것처럼 깨끗해진 접안렌즈를 보고 있자니 속이 다 후련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