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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2월 20일] 강서습지생태공원과 파주 산남습지 - 황조롱이, 칡부엉이, 개리

by 두루별 2024. 2. 21.

잔뜩 흐린 날 『서울의새』 선생님들과 강서습지생태공원과 파주를 다녀왔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거 같은 그런 날씨. 오후엔 비 예보도 있었지만 그전에 집에 갈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 비를 쫄딱 맞았던 탐조.

이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황조롱이 부부의 둥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라 그냥 공개)

황조롱이(매목 / 매과, 텃새)(천연기념물 제232-8호) 암컷
둥지 옆에 혼자 떨어져 있던 황조롱이 수컷

육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암수가 함께 있는 모습이 신선했다. 둥지 위치는 아주 잘 정한 듯.
그렇게 돌아본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엄청난 떼의 되새와 많은 수의 쑥새를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아서 세기가 힘들 정도...

떼지어 날아가는 되새(참새목 / 되새과, 겨울철새)들의 일부.
쑥새(참새목 / 멧새과, 텃새)
여기저기 온통 쑥새들...
참샌가? 하고 보면 쑥새...

선생님들이 열심히 오리를 보고 계셨는데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훼방을 놓고 가는 바람에 오리가 다 날아가 버림. 

물고기를 잡아서 날아가는 흰꼬리수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오리들이 혼비백산해서 날아감.
말똥가리(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도 흐린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나타난 하얀 잿빛개구리매(매목 / 수리과, 겨울철새) 수컷.
다른 흰꼬리수리도 하늘을 빙빙... 완전 맹금 천국이다.

그렇게 맹금들에게 정신 팔린 사이 선생님 한 분이 나무 사이에서 칡부엉이를 찾아 주심!!! 두둥~!!

나무 몇 겹 뒤에 앉아 있던 칡부엉이(올빼미목 / 올빼미과, 겨울철새)

어찌나 위장이 뛰어난지 찾아서 위치를 알려 주셔도 안 보였다. 칡부엉이에 비하면 청도요는 선녀였다.
알려 주신 위치를 이리저리 훑어보다 드디어 여러 겹의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칡부엉이... 감동이다... ㅠㅠ

잘 보이는 위치를 다른 선생님이 찾아 주셔서 다행히 선명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같은 나무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항상 같은 나무에서 잠을 잔다는 칡부엉이. 그래서 나무 밑의 배설물 흔적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는데 말이 쉽지 배설물을 발견했는데도 내 눈엔 칡부엉이가 안 보였다...

칡부엉이가 깰까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는데 옆에 한 마리 더 있다고 알려주심...

바로 옆 나무에서 쿨쿨 자고 있는 또 다른 칡부엉이

아유 선생님들 따라오길 잘했다. 혼자 왔으면 이번에도 공쳤을 듯... 이제 감이 살짝 온다. 다음엔 혼자 와 봐야지...
이후 계속되는 쑥새들과의 만남. 쑥새가 여기 다 모였나 보다. 엄청나게 많음...

그 와중에 노랑턱멧새(참새목 / 멧새과, 텃새)도 섞여 있음.

(걍)갈매기와 방울새, 밀화부리 등등 다양한 친구들(총 45종 관찰)을 만나고는 귀한 '개리' 님을 만나러 파주로 이동했다.

큰부리큰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많은 수의 기러기(거의 큰부리큰기러기)들이 습지에서 열심히 풀뿌리를 캐 먹고 있었는데, 이 많은 애들 중에 한두 마리의 개리가 섞여 있다고... 그냥 개리 본다 길래 따라온 나는 난감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선생님이 찾아 주심. 저 멀리 머리 박고 자고 있는 녀석이 개리 님이시라고...(래퍼 개리 아님)

개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아주 귀한 분이다.

주무시고 계시는 통에 얼굴 보기는 틀렸다. 금방 흥미를 잃은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반대편에서 보던 삑삑도요 보다 큰 녀석들이 열심히 물을 헤집고 있었다.

럭비공 같은 오동통한 귀여운 외모
처...청도요???
오오 꺅도요(도요목 / 도요과, 나그네새)다!!

일본에서 봤던 꺅도요다!! 청도요 보다 조금 작다고 하는데 외모는 굉장히 비슷해서 서식지가 같았다면 구별하기 힘들었을 듯... 국내 종추 1종 추가! 칡부엉이와 꺅도요 그리고 개뤼까지 오늘 벌써 3 종추다. 우훗~

오오오! 드디어 얼굴을 뵙게 되는 개리님. 어라.. 위치가 다르다? 한 마리 더 있었던 거...
그새 자고 있던 개리도 일어나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성큼성큼 습지를 가로 질러서는...
진흙에 머리를 파악!!
헐... 이 상태였으면 개리라고 아무도 생각 못 했을 듯...

이제 마지막 목표는 수리부엉이!! 하지만 벌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한다...
부랴부랴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곳에 도착했지만 빗방울이 거세다. 수리부엉이가 있다는 절벽을 뒤져야 하는데 비까지 오니 탐색이 더 어려웠다. 비를 쫄딱 맞으며 한참을 뒤졌지만 실패... 나무뿌리가 죄다 수리부엉이 얼굴로 보임...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수리부엉이까지 봤으면 정말 대박이었겠지만 오늘 충분히 귀한 녀석들을 많이 만났다. 점심도 거르고 달려온 강행군은 여기서 끝. 다 함께 맛난 식사를 하고는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 집으로...

◆ 촬영 장비 : Canon EOS R5 + RF 100-5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