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흐린 날 『서울의새』 선생님들과 강서습지생태공원과 파주를 다녀왔다.
날씨는 금방이라도 비가 올 거 같은 그런 날씨. 오후엔 비 예보도 있었지만 그전에 집에 갈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준비 없이 시작했다가 비를 쫄딱 맞았던 탐조.
이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황조롱이 부부의 둥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라 그냥 공개)
육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암수가 함께 있는 모습이 신선했다. 둥지 위치는 아주 잘 정한 듯.
그렇게 돌아본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엄청난 떼의 되새와 많은 수의 쑥새를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아서 세기가 힘들 정도...
선생님들이 열심히 오리를 보고 계셨는데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훼방을 놓고 가는 바람에 오리가 다 날아가 버림.
그렇게 맹금들에게 정신 팔린 사이 선생님 한 분이 나무 사이에서 칡부엉이를 찾아 주심!!! 두둥~!!
어찌나 위장이 뛰어난지 찾아서 위치를 알려 주셔도 안 보였다. 칡부엉이에 비하면 청도요는 선녀였다.
알려 주신 위치를 이리저리 훑어보다 드디어 여러 겹의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칡부엉이... 감동이다... ㅠㅠ
잘 보이는 위치를 다른 선생님이 찾아 주셔서 다행히 선명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같은 나무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항상 같은 나무에서 잠을 잔다는 칡부엉이. 그래서 나무 밑의 배설물 흔적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는데 말이 쉽지 배설물을 발견했는데도 내 눈엔 칡부엉이가 안 보였다...
칡부엉이가 깰까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는데 옆에 한 마리 더 있다고 알려주심...
아유 선생님들 따라오길 잘했다. 혼자 왔으면 이번에도 공쳤을 듯... 이제 감이 살짝 온다. 다음엔 혼자 와 봐야지...
이후 계속되는 쑥새들과의 만남. 쑥새가 여기 다 모였나 보다. 엄청나게 많음...
(걍)갈매기와 방울새, 밀화부리 등등 다양한 친구들(총 45종 관찰)을 만나고는 귀한 '개리' 님을 만나러 파주로 이동했다.
많은 수의 기러기(거의 큰부리큰기러기)들이 습지에서 열심히 풀뿌리를 캐 먹고 있었는데, 이 많은 애들 중에 한두 마리의 개리가 섞여 있다고... 그냥 개리 본다 길래 따라온 나는 난감했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선생님이 찾아 주심. 저 멀리 머리 박고 자고 있는 녀석이 개리 님이시라고...(래퍼 개리 아님)
주무시고 계시는 통에 얼굴 보기는 틀렸다. 금방 흥미를 잃은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반대편에서 보던 삑삑도요 보다 큰 녀석들이 열심히 물을 헤집고 있었다.
일본에서 봤던 꺅도요다!! 청도요 보다 조금 작다고 하는데 외모는 굉장히 비슷해서 서식지가 같았다면 구별하기 힘들었을 듯... 국내 종추 1종 추가! 칡부엉이와 꺅도요 그리고 개뤼까지 오늘 벌써 3 종추다. 우훗~
이제 마지막 목표는 수리부엉이!! 하지만 벌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한다...
부랴부랴 수리부엉이가 서식한다는 곳에 도착했지만 빗방울이 거세다. 수리부엉이가 있다는 절벽을 뒤져야 하는데 비까지 오니 탐색이 더 어려웠다. 비를 쫄딱 맞으며 한참을 뒤졌지만 실패... 나무뿌리가 죄다 수리부엉이 얼굴로 보임...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수리부엉이까지 봤으면 정말 대박이었겠지만 오늘 충분히 귀한 녀석들을 많이 만났다. 점심도 거르고 달려온 강행군은 여기서 끝. 다 함께 맛난 식사를 하고는 엄청난 교통체증을 뚫고 집으로...
◆ 촬영 장비 : Canon EOS R5 + RF 100-5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