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도 『서울의새』 선생님들은 '한강 오리' 프로젝트로 바쁘시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휴일에 혼자 나가기는 좀 눈치가 보임. 아내는 분명 괜찮다고 다녀오라고 하겠지만 혼자 두고 가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하다. 할 수 읎다...
한강 오리는 포기하고 잔뜩 흐리고 살짝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내와 함께 올림픽공원으로 산책 겸 탐조를 다녀왔다. 오래 걸을 수 없는 아내는 중간에 카페로 보내고 혼자 슬슬 둘러봤는데 눈이 녹아서인지 새들이 다들 활발하게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제일 기억에 남는 녀석은 큰부리밀화부리.
유난히 밀화부리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였는데, 혹시나 하고 한 마리씩 살펴보다가 외모가 조금 다른 녀석을 발견. 색도 좀 연하고 날개의 흰 점도 하나, 얼굴의 검은 무늬는 눈까지만 이어지는 모습. 큰부리밀화부리였다.
한참을 지켜봤는데 수컷 밀화부리들하고 섞여 있으면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외모. 뭔가 다른데 묘하게 섞이는 느낌이다. 어르신들이 2월이나 돼야 온다고 하시더니 진짜 2월에 보이다니...
밀화부리 수컷을 따로 보니까 색 배열도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밀화부리가 더 화려함.
곤줄박이도 그렇고 참새, 까치 심지어 토끼나 고양이까지... 가방 멘 사람을 보면 반응하는 거 같다... 뭔가를 항상 가방에서 꺼내서 주니까 가방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 보면 먹이 주는 줄 알고 쫓아오는 듯... 그나저나 귀가 너무 탐스럽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귀를 만져 보려고 하자 쌩~ 하고 도망감... 나쁜 자식...
새가 정말 많았는데 메모리 카드를 하나만 가져오는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절반 이후는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가방엔 캐논 용 메모리만 한가득... 이제 어두운 캐논 대신 소니를 다시 주력으로 사용하려고 이런저런 준비 중인데 메모리 카드도 한 번 정비를 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