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첫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 5년 정도 서비스를 해온 우리 게임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준비됐다. 워낙 내용이 방대하고 추가되는 내용이 많아서 일본 유저의 성향에 맞춰 현지화를 위해 회의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김포에서 하네다로 출장길에 오른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움직인 터라 벌써부터 피곤하다...
근 3개월 동안 아시아나를 밥 먹듯이 탔던지라 3개월 주기로 기내식 메뉴가 바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마 안 되는 비행도 지겹기는 마찬가지... 비행기로 4시간 이상 걸리는 곳은 절대 안 갈 거다...
밖은 여전히 구름으로 온통 뒤덮여있다.
도착해 보니 일본 회사의 기미츠카가 공항으로 마중 나와있다. 작년에 도둑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인 츠류타 씨를 위해 공항 면세점에서 불가리 향수를 하나 샀다. 건네주니 무척 기뻐한다. 잘 전해주라고 당부한 후 회사로 출발.
가는 길에 결혼 얘기를 화제로 얘기를 나눴다. 기미츠카와는 벌써 6년째 함께 일하는 사이. 이제는 친구 같다.
무척 성실하고 착한 친구다. 나이가 나보다 많이 어려서 나를 어려워한다...
도쿄 메구로에 도착했다. Q사의 본사가 보인다. 몇 백 미터만 더 가면 게임 사업부 건물이다.
또 온종일 이어지는 회의. 이번엔 사무실 회의실이 모두 차서 가정집처럼 생긴 오피스텔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근데... 인터넷이 안된단다. 내 표정을 보더니 기미츠카가 부리나케 달려 나간다. 맞을 걸 직감한 듯...
잠시 후 우리나라 3G 모뎀같이 생긴 녀석을 건네준다. 우선 좀 느리지만 인터넷을 이거로 사용하란다.
아쉽지만 사무실이 아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인터넷 하는데 일단 지장은 없어졌다.
오랜 회의 끝에 대규모 업데이트 일정과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회의보다 향후가 더 힘든 일정이 될 거 같다.
오래간만에 저녁을 뭐 먹을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당당히 맛있는 곳에 예약했단다.
나는 못 미더워서 뭐냐고 다그쳤다. 스모 선수들이 먹고 살을 찌우는 음식이란다. 그래 첨 먹어보는 건데 그거 먹자.
메뉴는 이미 정해졌으니 음료와 맥주를 주문한다. 얼마 있다가 음식이 나왔다.
근데... 뭐야 그냥 삼겹살이네. 그런데 밑에 야채도 가득 담겨있다. 오호!~ 의외로 괜찮아 보이는데??
물도 안 넣고 보글보글 한참을 끓인다. 뒤적뒤적하다 보니 야채에서 국물이 나와 탕이 되었다.
다 끓이고 나니 이렇게 생긴 음식이 됐다. 나야 해외 나가도 김치 생각 안 나는 놈이니 뭐든 주는 대로 잘 먹는다. 음식은 안 가리니 편하긴 하다.
맛은 의외로 담백하다. 느끼할 줄 알았는데 의외다. 칼로리는 높을 듯...
거대한 콩이 나왔다. 소금을 뿌려 구운 듯한데... 맛있다고 꼭 먹어 보란다.
맛은?? 콩 맛이다. ㅋㅋ 고소하니 먹을만하다. 근데 문제는... 껍질에서 발 냄새랑 똑같은 냄새가 난다...
이거 다른 사람들도 꼭 맡아봐야 하는데 아쉽다. 정말 똑같은 냄새가 난다. 발 냄새랑... 꼬랑내...
아귀 간이란다. 담백했다. 푸아그라는 엄청 느끼한데...
모리랑 기미츠카랑 오이즈미랑 우리 일행끼리 맥주랑 곁들여 왁자지껄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오래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라 늘 편안한 분위기다. 출장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본 출장 오면 항상 묵던 호텔인데 이름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Wing 호텔이구나~!
메구로에서 회사 근처에는 이 호텔이 제일 좋은가 보다. 맨날 이 호텔만 예약해 준다.
간밤에 모리랑 또 광란의 도쿄 질주를 한 터라 피곤했지만 남은 회의를 위해 사무실로 향한다.
횡단보도 앞에 멈추라는 표지가 있길래 멈췄다... ㅋㅋㅋ
메구로 강... 좀 작긴 하지만 엄연한 강이란다. 이 강가에 주욱~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 4월에는 벚꽃이 화려하게 핀다고 한다. 그때 또 오라는데 출장으로는 벚꽃 보러 안 온다!!
길을 잃어버리면 택시 타고 설명하기 힘드니까 그냥 "오토리 신사" 가자고 하면 다 안단다. 꽤 유명한 신사란다. 회사 바로 근처에 있다. 저 신사 우측 길로 쭉 올라가면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기생충 박물관이 있단다. 꼭 보고 가라는데 별로 흥미가 안 생긴다. 기생충이라니...
직원 녀석이 잠시 마트에 들른 사이 길거리 사진이나 찍으며 빈둥댔다. 메구로구는 인도가 좁구나.
다음날은 회사 회의실이 비어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게 됐다. 회의실에 이상한 게 걸려있다... 새해마다 바꾼다는 거 같던데 뭔가 복을 비는 일본의 풍습인 듯 하다.
회의실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패드, 드럼들이 놓여있다. 게임 회사 맞는 듯 ㅋㅋ
점심은 소바를 잘하는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입구가 일본식으로 고즈넉하게 지어져 있다.
소바 정식. 난 날이 쌀쌀해서 따뜻한 소바를 주문했다.
일본 특유의 깔끔함이 느껴진다. 맛도 좋았다.
그렇게 회의를 모두 마치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택시에 DMB가 달려있는데 일본은 방식이 다른가 보다. 화질이 HD 급이다. 버퍼링을 많이 하는 듯 터널에서도 끊기지 않는다. 이건 좋네.
공항에서 할 일도 없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카스텔라와 몇 가지 선물을 구입하고 돌아서는데 조그만 구석에 내가 좋아하는 요시다 가방 매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대만 출장 때도 하나 구입해 왔는데... 작고 딱 마음에 드는 녀석이 나를 부른다.......
직원과 함께 하나씩 서로 구입해 버렸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처음으로 먹기 전의 기내식을 찍어봤다. 이렇게 일본 출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