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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3월 2일] 파주 - 수리부엉이

by 두루별 2024. 3. 3.

아버지 기일이라 납골당에 들러 아버지를 뵙고 근처인 파주로 수리부엉이를 보러 다녀왔다.
얼마 전에 파주의 다른 곳에서 수리부엉이를 찾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칡부엉이의 은신술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잘 찾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됐지만 일단 출몰한다는 장소로 이동.

도착해 보니까 의외로 수리부엉이가 살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한 절벽과 나무가 있는 산.
절벽을 살살 들여다보는데 아래쪽에 배설물이 있어서 위치는 대충 짐작이 됐다. 그렇게 쌍안경으로 훑어보던 중...

아앗!! 더...더듬이?? 아니지... 수리부엉이 머리 깃털 발견!!

절벽의 틈 사이로 수리부엉이의 귀처럼 생긴 깃털 발견! 기가 막히게 숨어 있어서 얼굴은 전혀 안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뒤에 낮은 언덕이 보여서 그 위로 올라가서 들여다보다가 깜놀...

이...이녀석 나를 보고 있었다...

아이고 놀래라... 눈이 마주칠 줄이야... 자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
수리부엉이는 야행성이지만 낮에도 활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잠을 잘 자야 사냥도 잘하겠지...
그렇게 수리부엉이와 충격적인 첫 만남을 하고 주위를 좀 더 둘러보는데 나무 아래에서 또 다른 배설물 흔적 발견! 주변 나무를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다른 수리부엉이를 찾을 수 있었다. 

나무 사이에서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올빼미목 / 올빼미과, 텃새)

뇌피셜이지만, 절벽에 있던 녀석은 아마 암컷으로 추정. 알을 품고 있거나 아니면 낳으려고 준비 중인 게 아닐까...
그리고 둥지 주변의 나무에 있던 녀석은 수컷으로 사냥해서 암컷을 부양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 마리 보러 왔다가 두 마리를 보다니... 일타쌍피...
그런데 이곳이 좀 알려졌는지 수리부엉이를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포를 들고 휴일 아침부터 모이는 걸 보니 얘들 잠 푹 자기는 그른 듯... 부디 무사히 육추에 성공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