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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3월 13일]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3)

by 두루별 2024. 3. 16.

『서울의새』의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에 세 번째 참석했다. 매주 세 번하는 조사에 한 번만 슬쩍 참석하고 있는 중.
3월에만 하는 조사라 이제 한 번 정도만 더 참석하면 조사가 끝날 거 같다. 올해 조사가 끝나기 전에 내년 조사를 위해 부지런히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뭔지는 안 알려 줌.

바람도 많이 불지 않는 포근한 날씨의 한강.

매주 조사하는 날만 춥더니 오늘은 아주 포근하다. 전형적인 봄 날씨. 여느 때처럼 마포대교 북단에서 조사를 시작. 참석하는 요일을 수요일로 바꿨더니 조촐하니 좋았다.

열심히 조사 중인 선생님들. 가운데 있는 사람은 깍두기.
흰죽지(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마포대교 부근엔 오리가 별로 없어서 여의도로 자리를 옮겨서 뚝섬 뒤편을 살펴봤지만 역시 오리는 많지 않았다. 예감이 좋다. 조기 퇴근할지도 모른다...

매화가 피기시작했다. 진짜 봄이구나...
날아가는 흰죽지들... 내려 앉지 말고 그냥 날아가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겨울철새)
백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겨울철새)
여의도 아라호 선착장 주변엔 쑥새(참새목 / 멧새과, 겨울철새)들이 제법 있었다.
36호에 입주한 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겨울철새)
오랜만에 보는 논병아리(논병아리목 / 논병아리과, 텃새)

그렇게 조기퇴근의 기쁜 꿈을 안고 방화대교로 이동. 라면으로 점심도 먹고 소풍 온 기분을 만끽한 후 바라본 한강은...

깨알 같은 점도 모두 흰죽지

오리들 다 어디 갔나 했더니 방화대교에 모여있었다. 이걸 다 세는 건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다. 현장에서도 개체 수를 확인하지만 촬영된 데이터를 활용한 개체 수 확인에도 도전해 볼 생각으로 파노라마로 오리들을 모두 촬영했다. 일단 빼먹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잔뜩 신경 써서 촬영.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 작업이다...

행주대교 쪽도 깨알 같이 오리들이 있었다.

방화대교와 행주대교 방면 모두 파노라마 촬영으로 최대한 오리들을 셀 수 있도록 촬영했는데, 몇 번 해 보니까 촬영에도 요령이 생겨서 편하게 셀 수 있도록 촬영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되새(참새목 / 되새과, 겨울철새)
수컷에게 활을 내고 있는 암컷 황조롱이(매목 / 매과, 텃새)
둥지에서 쫓겨난 수컷.

마지막 장소인 옥수로 이동했지만 이곳은 완전히 텅 비어 있었다. 새가 없음. 방화대교 부근에 다 모여 있는 듯했다. 이제 오리들의 이동이 거의 끝나가는 거 같다. 다음 주엔 오리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다음주가 기대된다.

그런데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는 뭘까? 

매년 겨울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오리들이 전국에 흩어졌다가 봄철 이동 시기에 다시 번식지로 이동을 하는데, 이때 어떤 경로로 이동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 전국의 지점 별로 개체 수를 조사하여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모양이다. 한강에도 이 기간에 많은 수의 오리들이 찾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오리가 방문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한강 오리 개체 수 조사다.

『서울의새』 선생님들이 사비를 털어가며 순수한 열정으로 진행하는 이 조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으로 단순히 오리를 세기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강이라는 넓은 지역을 몇 안 되는 인원으로 한 달 동안 조사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지금까지 해오신 것도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몇 명의 힘으로 이 대단한 도전이 지속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의 열정이 대단하기 때문에 지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오리를 조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분들에겐 오리가 한강에 모이는 걸 기념하는 일종의 축제 같은 개념이기 때문. 하지만 몇 번 참여해 보니 조사의 강도가 생각보다 높았다. 하루종일 칼바람 맞으며 덜덜 떨면서 오리를 센다는 건 상상이상으로 힘든 일이었다. 정말 열정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으면 몇 분의 힘만으로 이어가야 하는 전통이 될 거다.

조사의 강도를 낮출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조사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데이터를 나눠서 분석할 수 있으니까 조사 강도가 1/n로 떨어지게 될 거다.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자동화도 고민할 수 있지만 개발 작업이 필요하고 자원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단은 데이터 준비만 진행하는 게 좋을 듯...

촬영 이미지를 통한 분석은 현장에서 카운팅 하는 것보다 개인차가 줄긴 하겠지만 여전히 오차가 존재할 거다.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촬영한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이드 문서를 만들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배포하고 간단한 교육을 한다면 오차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촬영 방식을 정형화하고 데이터를 정리 분배하고, 카운팅 후 취합하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완벽하게 돌아간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조사의 강도는 내려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일련의 프로세스를 완성해 보기 위해 혼자 열심히 촬영하고 분류하고 열라 세고... 또 세고... 또 세고...
다음 주에도 참여해서 열심히 촬영한 후 오리 지옥에 빠져서 오리를 세다 보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될 거 같다. 이런 작업들이 실제 조사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된다 안된다라도 결론이 나겠지...

이런 시민과학의 모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