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겠다는 중국 퍼블리셔와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오픈일정 및 스펙 협의 그리고 계약서 서명을 위해 중국 북경으로 출장을 가게 됐는데, 마침 베이징 올림픽 기간이었던 터라 비자 발급이 중지됐단다. 우여곡절이 많은 출장이 이렇게 시작된다...
상하이는 5년 전에 출장으로 다녀온 적이 있지만 베이징은 처음.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북경 수도 공항을 새로 건설했다는데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너무 커서 걸어 나오는 시간만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엄청 크다는 거다... 도착부터 힘이 다 빠졌다...
공항을 빠져나와 마중 나온 현지 회사 담당 직원(조선족)의 안내로 호텔로 먼저 이동을 하기로 했다.
북경은 처음인지라 지형도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다행히 30여분 만에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지나 삼환 근처에 있는 호텔로 갔다. 호텔 이름이 베이징 프렌드쉽 호텔. 일명 우정 호텔이다. 부지가 어마어마하다. 건물은 5층정도로 수십 개가 각각의 동으로 나뉘어 있다. 걸을 일이야 없겠지만 입구까지 10분은 걸어야 할 듯하다.
이래저래 해서 호텔에 체크인.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회의를 위해 회사로 이동했다. 중국 회사 사장이 콜라를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콜라를 PET병째 하루에 2병을 마신다길래 좀 먹는구먼 했는데... 여기 PET는 2.5리터다.
가구가락(코카콜라 발음에 맞춘 듯한데 이름은 센스 있는...) 2.5리터는 생전 처음 봤다.
계약서 사인도 하고 간단하게 향후 일정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저녁을 먹고 무슨 공원이라고 했는데 이름은 기억을 못 하겠다. 사실 중국어 발음은 생소해서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크다. 아무튼 그 공원에 가서 맥주를 한잔 하러 가기로 했다.
재밌는 건 중국의 점원들은 손님한테도 화를 낸다. 이건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중국 현지 직원이 소리소리 지르며 한 참을 싸운 뒤 먹지도 않은 안주를 슬쩍 끼워 넣은 직원을 상대로 승리를 했다며 미소를 짓는다... 문화의 차이를 실감했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공원을 나오던 중 낯익은 초록색 간판이 보인다. 음.. 이것은 혹시 별다방(스타벅스)??
스타벅스가 맞다. 오른쪽 두자는 익숙한 카페이~라고 읽는 커피라는 글자가 맞다. 앞에 발음이 스타벅스인가 보다.
들어갈 때 우산으로 글씨 쓰던 아저씨가 이번엔 칼에 적신 수건을 걸고 큰 글씨로 바꿔 쓰고 있다. 취미인 듯...
이렇게 첫날을 보낸 후 다음날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식당에 전시되어 있던 인형들.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의상을 입고 있는 인형이란다. 밑에 보면 한복 입은 인형도 있다.
점심 먹고 나니까 관광을 준비했단다. 출장에 웬 관광??!!
나는 출장이면 일만 하고 얼른 돌아가는 스타일이라 관광은 별로 안 좋아한다.
집에 얼른가고 싶을 뿐. 일본을 가든 대만을 가든 유럽을 가든 늘 그랬다.
그런데 차도 이미 대절했단다. 꼭 가야 한다고 징징대며 졸라댄다. 누가 관광 시켜 달랬냐고... ㅠㅠ
대충 보니까 이렇게 출장을 와서는 관광을 요구하는 회사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닌데...
소형 버스 한 대가 이미 와있었다. 별 관심 없어하는 나를 조수석에 앉힌다. 주변 경치 좀 보라고...
우리나라나 경치도 비슷하고... 온통 크게 적은 붉은 한자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잠들어 있었다...
몇 시간 정도가 흐른 뒤 만리장성 입구에 도착했다고 깨운다. 나는 두고 올라갔다 오라니까 안된다고 또 성화다.
못 이겨서 또 만리장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는다.
경사가 어찌나 심한지 걷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저 위쪽의 망루까지 가자고 나를 뒤에서 밀어준다.
그만 봐도 된다는데 정말 열심이다. 그렇게 끌려서 헉헉 거리며 망루까지 올라갔다.
힘들여 위쪽에 있는 망루까지 왔지만 여전히 만리장성이 보인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비도 내리는 상황.
별로 볼 것 없는 그냥 긴 산성인데 뭐 이걸 보자고 여기까지... 나는 사람이 만든 구조물엔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유럽도 이탈리아 보다 스위스를 더 좋아한다. 이탈리아는 정말 사진으로 보는 게 백번 더 좋다.
저녁은 북해공원에 있는 어디라고 했는데 또 기억이 안 난다. 아무튼 그곳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곰발바닥에 뭐에 산해진미가 나온다나. 별 관심 없어하는 나를 또 억지로 끌고 북해공원에 도착해서 남은 시간 동안 돌아보기로 했다.
이 넓은 호수를 모두 사람이 파서 만들었단다... 역시 중국. 인공호수라고 생각하기엔 스케일이 너무 크다.
근데 궁금한 게, 파는 건 어찌어찌 팠다고 치자. 저 많은 물은 어디서 어떻게 채웠을까? 불가사의함...
호수에 배가 둥둥 떠다니길래 160위안인가를 주고 나도 배를 타보기로 했다. 다행히 전기로 가는 배다.
오리배 보다 좀 빠를까? 속도가 느려서 천천히 돌아다니며 호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누군지 몰라도 이거 파느라 정말 개고생 했을 듯... 엄청 넓다. 끝에 가니까 그 옆에 이만한 호수가 하나 더 있었다.
호수가 넓어서 바람 불면 파도도 친다... 어차피 때워야 할 시간. 둥실둥실 떠 다니는 배 위에서 멍 때리기 딱 좋았다.
저 멀리 하얀 탑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황후가 살았던 곳이라고 했던가?
암튼 지금은 식당으로 개조해서 고급 식당으로 운영한다고 한다.
식당 내부는 옛날에 황제의 누나가 식사를 했던 방이라던가 뭐라고 했는데... 온통 화려한 금색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음식은 하도 종류가 많이 나와서 일일이 기억도 못하겠다. 하지만 음식은 중국 음식이 제일 입맛에도 잘 맛고 맛도 최고인 듯... 대만, 홍콩 등 중국 문화권의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출장 마지막날. 조용히 호텔에서 쉬다가 공항으로 갈랬더니 또 현지 직원(여직원이다)이 와서 관광을 가잔다.
그렇게 또 성화에 밀려서 천안문으로 향했다. 이날은 비도 주룩주룩 내린다...
천안문 광장에 도착했다. 천안문은 올림픽 끝나고 보수 중이란다. 옆에 무슨 중요한 건물이라고 했는데 까먹었다.
저 멀리 보이는 문 뒤로 황제가 청년 시절을 보내는 천 개가 넘는 방이 있단다. 거기부터는 유료라 입장권을 사야 한 데서 그냥 나가자고 했다. 여기까지도 꽤 걸었는데 더 걷기가 싫었다. 규모가 엄청나다. 경복궁 백배는 되는 듯.
자금성을 빠져나오면서 주위 성곽을 찍어봤다. 어찌나 높은지 저 담을 넘어 성에 들어가기는 힘들었겠다.
그리고는 또 어디를 갔는데 바로 근처라고 하고는 20분은 넘게 걷는다. 중국의 거리 감각은 대륙이라 스케일이 크다. 한국에서는 택시 탈 거리를 바로 근처라고 한다. 그렇게 또 끌려서 몇 군데를 더 구경하고는 공항으로 이동했다. 드디어 집으로...
중국은 손님에 대한 대접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정중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나야 대접받는 걸 워낙 불편해하는 사람이라 부담스러웠지만 방문한 손님에게 이렇게 까지 최선을 다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의 좋은 문화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