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새만 찾기보다는 꽃도 보고 풀도 보고 새소리도 녹음하면서 천천히 돌아다니는 중인데, 자주 보이던 녀석들이 슬슬 안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계절이 바뀌는 모양이다. 이제 또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날 시즌이 된 듯...
날이 따뜻해지니까 공원으로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아서 평일인데도 공원은 북적북적했다. 조용하던 겨울이 그리워짐... 특별히 눈에 띄는 녀석들이 없어서 살살 심심해지고 있을 때 '백제집자리전시관'이 눈에 띄었다. 항상 지나치기만 하던 곳... 여길 왜 들어가 볼 생각을 안 했을까? 뭘 전시해 놓은 걸까? 열려 있기는 한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살짝 들어가 보니 백제 시대의 집터를 발굴하는 현장을 전시해 놓았는데, 마네킹인 줄 알고 지나쳤던 안내 데스크에 앉아 있던 분이 갑자기 '왼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하셔서 기절할 뻔... 아우 놀래라... 마네킹에 마스크 씌워 놓은 줄...
전시물의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셔서 열심히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이런... 나름 전시가 알차고 재밌었다.
설명도 보면서 천천히 둘러봤는데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이 백제의 땅이었다는 걸 불현듯 깨달음.
날도 덥고 다리도 아프고... 잠시 쉴 겸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하나 뽑아서 참새들에게 건빵을 좀 주며 잠깐 쉬고 있었는데, 언덕 위에서 노란 새 하나가 푱푱 날아서 나무에 내려앉는 게 보였다. 노랑지빠귄가 싶어서 쌍안경으로 확인을 하는 순간 사이다고 뭐고 다 내 던져 버리고 언덕을 부리나케 달려 올라갔다. 아이고 내 도가니...
언덕을 달려 올라갔더니 숨이 턱까지 차서는 호흡이 바빠서 사진이 엉망이었다. 날아갈 거 같아 숨을 참고 간신히 몇 장 찍었는데 조금 더 다가가서 사진을 찍는 동안 표로록 날아가 버림.
올림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11월이었는데 몇 달 만에 다시 만난 후투티. 너무 반가웠다. 오늘은 평소랑 다른 방향으로 돌고 있었는데 평소 다니던 길로 갔으면 얘랑 못 만났을 듯...
겨우내 물을 빼놨던 호수에 물을 다시 채우니까 떠났던 새들이 돌아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물고기도 다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팔뚝만 한 잉어와 붕어들도 많이 보였다. 예전의 익숙한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올림픽공원... 진짜 봄인 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