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계속 몸이 안 좋다. 병원을 가도, 약을 먹어도 차도를 보이질 않으니 고민이 깊다...
너무 누워만 있는 거 같아 동네라도 한 바퀴 돌자고 했더니 나 때문인지 올림픽공원을 가자고 한다. 무리하는 거 같아 고민을 했지만 집에만 있는 거보다 잠깐 외출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싶어 함께 올림픽공원으로 향했다.
올림픽공원은 휴일이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스포츠 축제 같은 걸 하고 있어서 시끌시끌했다.
같이 몽촌호수까지 둘러보고는 아내는 카페 가서 쉬고 있으라고 보내고 빠르게 공원을 돌아보기 시작!
정신없이 식물을 보다 보니 시간이 너무 흘렀다. 아직 반도 못 왔는데 너무 몰두했나 보다. 아내 몸상태가 어떤지 전화를 해 보니 괜찮다고 더 돌고 오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고민... 더 돌 것이냐... 아내에게 갈 것이냐...
막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르신 등장. 화살나무 꽃 봤냐며 이거 저거 설명해 주신다. 이런... 너무 재밌다. 흠뻑 빠져들었다. 이미 아내의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고... 화살나무와 꽃이 똑같다는 회잎나무에 온정신이 팔려 버렸다.
화살나무는 나뭇가지에 화살의 날개 모양을 한 얇은 코르크가 줄줄이 붙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회잎나무는 나뭇가지가 매끈한데 꽃은 정말 화살나무랑 너무 똑같음. 꽃만 보면 구분할 수 없다.
둘 다 노박덩굴과의 나무지만 꽃이 너무 똑같은 게 신기하다. 그렇게 어르신의 이야기보따리에 푹 빠져 있다가 불현듯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오는데 성공! 어서... 어서 돌아보고 아내에게 가야 한다...
부지런히 돌아보려고 서두르고 있던 그때. 꼬맹이들이 와글와글 지나가면서 애벌레가 또 있다고 오늘 몇 마리를 찾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애벌레?? 나는 한 마리도 못 봤는데 어디 있다는겨?? 슬쩍 꼬맹이들이 어디를 보는지 봐 뒀다가 얘들이 떠나고 난 뒤 슬금슬금 가서 주위를 찾아봤다. 쓰읍... 안 보이는데... 그때!!
꼬맹이들 눈도 좋네. 나는 올림픽공원에서 나뭇잎을 먹고 있는 애벌레는 처음 봤다. 눈이 침침하니까 이렇게 작은 건 잘 찾지를 못함... 다초점 안경을 맞춰야 하나? 벌레도 찍고 싶은데 이래서는 벌레는 포기해야 할 듯...
아이고 힘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식물을 찾다 보니 벌써 늦은 오후다. 구름도 몰려와서 어둑어둑 해지고 있어서 이제는 마무라 하고 얼른 아내에게 가려고 하던 찰나...
아주 작게 처음 듣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삐유삐유~ 삐리리리리~ 무슨 새지? 숲 안쪽에서 소리가 나고 있어서 찾기도 힘들다. 숲속은 아주 한 밤중이다. 너무 깜깜해서 찾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이 녀석이 옆 가지로 날아가는 걸 발견!!!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는 기록이 올라오는데 유독 올림픽공원에선 볼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발견했다. 나그네새라 언제 왔는지, 언제 떠날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나마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맑은 날 한 번 더 보여주면 좋겠구먼...
아픈 아내의 배려로 식물도 새도 실컷 보고 돌아왔다. 뭔가 거꾸로 된 거 같지만... 나 혼자 신났던 하루였다.
역시 새는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르신도 새와 야생화 중에 뭐가 더 재밌으시냐고 여쭸더니 새라고 하시더니만 맞는 말씀. 야생화는 접사 촬영하는 맛이 있고 새는 찾는 맛이 있는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