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이 범상치 않다. 한 낮엔 그냥 여름 날씨다. 너무 더워서 그런가 주말인 올림픽공원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아내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고 올림픽공원에 왔지만 올 때마다 식물과 곤충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서 신기하다.
어제 구입한 캐논의 RF100mm 1.4배 매크로렌즈의 첫 사용인데 라오와 90mm와 비교해서 어떤 느낌일지 너무 궁금하다.
첫 대상은 뱀딸기. 배경 흐림이나 색감이 라오와랑 많이 다르다. 100mm라 90mm인 라오와 보다 심도가 깊은 느낌. 아직은 모르겠다. 더 찍어봐야 알듯...
색감이나 부드러움은 개인적으로 라오와가 더 마음에 든다. 자동 초점이 정말 편하긴 한데 내가 원하는 위치에 초점을 맞추려면 어차피 수동으로 조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움직이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이렇게 쉬웠나 싶을 정도로 자동 초점은 편리함의 극치.
올림픽공원의 물레방아가 있는 곳의 나무는 가지도 길고 울창한 편. 이곳을 새들이 선호하는데, 아침에 보면 새들의 배설물로 바닥이 온통 하얗다. 그래서 새를 쫓으려고 달아 둔 모양. (안 해봐도 알 수 있다. 이거 효과 없음.)
물레방아에서 아내는 카페로 보내고 나 혼자 조금만 더 돌아보기로 하고 야생화학습장으로 향했다.
확실히 AF가 편하긴 하다. 하지만 확대율이 낮을 때 얘기고 확대율이 1배 이상이 되면 AF도 버벅거리고 제구실을 못했다. 이래서 매크로 촬영에 AF는 크게 효용이 없다고 한 건가? 매크로 촬영은 쉽지 않다...
물총새 두 마리가 삐비비비~ 거리면서 88호수를 빙빙 날아다녔다. 망원렌즈로 바꾸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계속 100mm 테스트를 이어갔다. 지금까지의 느낌은 AF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꽤 편하지만 확대를 많이 하면 AF도 쓸모없더라...
캐논 RF100mm 매크로렌즈 테스트 끝.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오와 90mm에 비교해서 선예도는 비슷. 색감은 좀 밍숭맹숭하고 입체감이 좀 떨어진다. 라오와 90mm 렌즈는 특유의 입체감이 있는데 RF100mm는 RF100-500mm 줌렌즈로 촬영한 것과 똑 같은 느낌. 단렌즈의 장점을 크게 느끼기 어려운 렌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AF는 너무 편했지만 1 배율 이상의 확대 촬영에서는 결국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해야했다.
항상 높은 확대율이 필요하다면 캐논 보다는 라오와 렌즈가 더 맞을 거 같다. 반대로 확대율 보다 움직이는 대상에 주로 사용할 계획이라면 무조건 캐논이다. (AF의 편리함을 이길 수 없음.)
만약 두 렌즈 중에 하나만 남기라면 어떤 렌즈를 남겨야 할까? 오늘 사용해 보고 나니까 선뜻 결정하기 어려워졌다. 좀 더 번갈아 가면서 사용해 보고 결정해야 할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