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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4월 28일] 올림픽공원 - 캐논 RF100mm 테스트(2)

by 두루별 2024. 5. 7.

요즘은 탐조(探鳥) 보다 탐충(探蟲)과 탐초(探草)를 주로 하고 있다. 탐조는 간간히 한 번씩 둘러보면 될 정도로 큰 변화가 없지만 곤충과 식물은 매일 와도 매일 새로운 녀석을 볼 수 있다. 점점 접하는 식물이 늘어나다 보니 눈이 트이는지 매일 지나친 장소에서 매번 새로운 종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국내만 2만 종이 넘는 식물이 있다고 하니까 납득이 되긴 한다.

문제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생긴다는 거. 탐조는 많아야 하루에 40종 정도였는데 식물과 곤충은 대충 해도 150종이 넘는다. 정리하고 처리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는데다 더 큰 문제는 동정. 비슷한 모양이 많고 등과 배를 모두 봐야 하거나 꽃대와 줄기, 잎까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도 모르는 경우가 많음.)

새처럼 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대상들이 많고 식물의 경우는 다음날 와서 촬영해도 같은 위치에 같은 모습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복 대상은 좀 줄여 볼 생각이다. 안 그러면 데이터 처리하다가 아무것도 못한다.

오늘도 캐논 RF100mm 렌즈로 AF와 MF를 적절히 섞어서 촬영하는 연습을 해 볼 계획이다. 그럼 출발!

실유카(백합목 / 용설란과)

입구에서 맨날 보던 풀의 정체가 실유카였다. 이런 것을 알아가는 것도 식물을 촬영하는 즐거움인 거 같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애벌레가 주욱 내려왔다!!

노랑털알락나방(나비목 / 털알락나방과)

요즘 애벌레들이 바닥이나 나무에 잔뜩 붙어 있어서 입 벌리고 다니다간 입에 쏙 들어갈 수 있다...

떠돌이쉬파리(파리목 / 파리과)
집파리(파리목 / 집파리과)

파리는 동정이 정말 어렵다. 빛의 방향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 보이는 데다 비슷한 종이 많아서 더 어렵다. 자세하게 나와있는 도감도 없고 등에 난 털의 개수를 세야만 확인이 가능한 종도 있다고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물결큰애기자나방(나비목 / 자나방과)

그래도 캐논 RF100mm의 AF는 참 편하다.(움흐흐) 수동으로 곤충을 촬영하려면 자세부터 불안하니 초점 잡기가 힘든데 AF는 알아서 잡아 주니까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사진이 좀 밍밍함...

주름잎(목련강 / 현삼목)
배추나비고치벌(벌목 / 고치벌과)
뽀리뱅이(국화목 / 국화과)

뽀리뱅이를 촬영하고 보니 입체감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라오와 90mm와 같은 설정으로 촬영하고 있는데도 뭔가 입체감이 떨어지는 느낌... 기분 탓일까??

테수염검정잎벌(벌목 / 잎벌과)
모레알 만한 모메뚜기(메뚜기목 / 모메뚜기과)
아시아실잠자리(잠자리목 / 실잠자리과)

모메뚜기와 실잠자리를 촬영해 보면 AF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거리에 있는 대상은 척척 맞춰주는 AF의 편리함 때문에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음.

근데 빠르게 돌아다니는 별늑대거미(거미목 / 늑대거미과)는 AF도 따라가지 못함...
토끼풀(콩목 / 콩과)
멸종위기 2급인 대모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잠자리나 나비처럼 거리를 잘 주지 않는 대상은 100mm로는 많이 아쉽다. 500mm 망원렌즈로는 충분히 확대할 수 있는 거리라 살살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500mm 망원을 주력으로 사용하다가 확대가 필요할 때만 100mm를 사용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처럼 100mm만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촬영하는 게 맞을까?... 고민된다...

요즘 파리 보다 많이 보이는 털보깡충거미(거미목 / 깡충거미과)
AF도 절반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근처의 다른 녀석. 거미를 사냥해서 먹고 있었다.
이정도 확대에서도 AF로는 내가 원하는 위치에 초점을 고정하기 쉽지 않다.

매크로렌즈는 심도가 아주 얕다. 그래서 곤충을 정면에서 보게 되면 눈에 초점을 맞추면 앞쪽의 더듬이나 뒤쪽의 몸통은 모두 날아가 버릴 정도다. 5mm 정도 되는 곤충인데도 이렇다 보니 곤충의 눈에 초점을 계속 맞추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AF가 있으면 좀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AF가 접사에서는 빠릿빠릿하지 못했다. 결국 자동으로 빠르게 맞춘 후 수동으로 계속 초점을 조절해야 했다.

이래서 매크로 촬영에서는 AF가 크게 의미 없다고 한 건가 보다... 

밀잠자리(잠자리목 / 잠자리과)
RF100mm로 촬영한 풍경은 이런 느낌.
꽃가루가 수면을 덮은 몽촌호를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가 헤엄치고 있었다.
새가 가까이 있으면 100mm로도 대충 촬영할 수 있다.
죽단화(장미목 / 장미과)
재밌게 생긴 녀석 발견! 땅딸보가시털바구미(딱정벌레목 / 바구미과)
확대해서 커 보이는 거다. 실제로는 5mm도 안됨.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로봇 처럼 생겼다.
극한의 확대도 하고 싶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확대 촬영도 정말 재밌다.
둥글벼룩잎벌레(땅정벌레목 / 잎벌레과)
죽순이다!! 근데 어떤 대나무인지 알 방법이 없...
대나무를 싹 베어 버리더니 죽순이 쑥쑥 자라났다.
우수리둥글먼지벌레(딱정벌레목 / 딱정벌레과)
아기초롱이끼(초롱이끼과)

매크로 촬영을 하려면 대상에 바짝 다가가야 하니까 구부정하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그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이럴 땐 또 500mm 망원렌즈로 서서 편하게 촬영하는 게 그립기도 하고...

큰검정파리(파리목 / 검정파리과)
헐... 왜가리나 백로 새끼로 보이는 어린새의 사체가 두 마리나 땅에 떨어져 있었다.
검털파리(파리목 / 털파리과)
황호리병잎벌(벌목 / 잎벌과)
애허리노린재(노린재목 / 허리노린재과)
탈장님노린재(노린재목 / 장님노린재과)
캬~ 주둥이도 보이고 겹눈도 보인다. 더 확대하고 싶었지만 초점 잡기가 너무 어려움.
집파리(파리목 / 집파리과)

탐조를 안 하니까 몽촌호 주변만 돌고 끝. 오늘은 식물 보다 곤충을 더 많이 촬영했는데, 아무래도 식물은 접사로 크게 확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역시 접사는 곤충이지!! 작은 녀석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게 정말 재밌다.

지금보다 더 확대율을 높이고 싶은데 그러면 플래시나 디퓨저 같은 장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아직 1배 확대도 제대로 못하면서 욕심만 앞서고 있다. 계속 촬영을 하면서 더 익숙해지는 게 지금은 더 중요한 거 같다.

캐논 RF100mm 1.4배 매크로렌즈는 더 테스트해 볼 필요는 없을 듯. 그냥 익숙한 캐논의 L렌즈다. 접사 촬영에서는 AF가 완전 바보처럼 느려지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빠른 AF를 보여준다.(RF100-500mm의 AF가 더 빠릿하고 빠른 건 안 비밀이다.) RF100mm는 모터 소음도 좀 있고 생각보다 최신 렌즈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상한 렌즈다.

매크로 성능은 라오와랑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 선예도를 보여 주지만 대비(Contrast)가 낮아서 입체감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매크로만 생각했을 때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라오와 렌즈를 고를 거 같다. 하지만 꽃이나 풀을 촬영할 땐 AF가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순식간에 초점을 잡아 주니까 바로바로 촬영할 수 있다. 이게 이 RF100mm 렌즈의 장점인 거 같다.

기존에 수동 매크로렌즈가 있는 사람은 그냥 그 렌즈 사용하면 된다. AF가 있어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근접 매크로에서는 그나마도 별로 쓸모가 없다. 어짜피 수동 조절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꽤 편하지만 매크로렌즈로만 생각하면 수동이나 큰 차이가 없으니 나는 괜히 추가로 구매한 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