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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6월 20일] 춘천 탐조 - 쇠뜸부기사촌 등

by 두루별 2024. 6. 23.

춘천에서 쇠뜸부기사촌이 육추 중이란 소식을 들었지만 지난주에 공릉천에 뜸부기 보러 갔다가 타이어를 해 먹는 바람에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며칠 시간이 지나 버렸다. 

육추가 끝나면 어디로 이동을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짐. 차가 수리 되자마자 새벽같이 준비해서 춘천으로 출발했다. 평일 새벽이라 금방 춘천에 도착. 막 해가 뜨고 있었는데...

해가 뜨는 걸 보고 있던 흰눈썹황금새(참새목 / 솔딱새과)
박새(참새목 / 박새과)
찌르레기가 비둘기 보다 많은 곳. 길거리에 마구 돌아다님.

간단히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차로 돌아왔는데 누가 크게 응가를 해 놓은 걸 발견... 얼마나 급했으면 길에다...
다행히 밟지는 않았는데 처리를 좀 제대로 할 것이지 큰일 날 뻔했다. 아오...

개개비(참새목 / 휘파람새과)

쇠뜸부기사촌 소리를 좀 들어 보려고 해도 개개비들이 어찌나 시끄럽게 울어 대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못해도 수십 마리는 넘는 거 같았다. 물가 주변은 온통 개개비 소리였다.

높은 데서 울어 대는 바람에 눈에 띄는 녀석만 수십 마리. 갈대나 나무에 숨어서 울어대는 녀석들은 세기도 힘들었다.

물총새(파랑새목 / 물총새과)
물까치(참새목 / 까마귀과)
귀제비(참새목 / 제비과)
제일 높은 나무에서 노래하고 있던 되지빠귀(참새목 / 지빠귀과)
찌르레기(참새목 / 찌르레기과)

습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풀이 높아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은근히 길이도 길어서 모든 곳을 감시하기는 힘들 거 같았다.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니 다른 차가 서 있었는데, 대포를 들고 촬영을 오신 분이 계셨다. 이 분도 쇠뜸부기사촌을 보러 오셨다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이번엔 반대쪽을 살펴보러 가고 있었는데...

오오!~ 노랑때까치(참새목 / 때까치과)다!!

노랑때까치 종추! 바닥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날아가 버렸다. 거리가 제법 됐는데도 예민했다.

이번엔 되지빠귀가 날아옴...
얘는 안 날아가고 길막하고 있어서 좀 기다려야 했다.
하루살이를 사냥한 개개비.
안 먹고 물고 있는 걸 보니 육추 중일까?
멀리 알락할미새(참새목 / 할미새과) 유조도 보였다.
가까이에서 도망도 안가고 나를 쳐다 보던 녀석.
갈대를 타고 스물스물 올라가더니 노래를 시작...
이 습지엔 개개비가 정말 많았다.
되지빠귀 유조로 보이는 녀석이 숲 그늘에 앉아 있다 날아감.

이른 아침부터 밭일을 하시던 어르신과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쇠물닭이 올해는 안 보이더라고 하셨다. 쇠물닭이라고 하셨지만 아마 쇠뜸부기사촌을 말씀하신 거 같았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똑 같이 생김... 잘 찾아보라고 껄껄 웃으셨다.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아까 대포를 가지고 오셨던 분이 쇠뜸부기사촌을 보셨다고!!

우오오!!! 있긴 있구나!!

나도 얼른 쌍안경을 가지고 와서 둘이 습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는데...

연잎 사이로 눈이 빨간 녀석 등장. 스윽...
헐!!! 쇠뜸부기사촌(두루미목 / 뜸부기과)이다!!
입에 벌레를 물고는 열라 달려감... 또로로로로...
어찌나 빠른지 초점 잡기도 힘들었다...
연잎 사이로 요리조리 빠르게 달려가는 녀석...
장애물이 많아서 초점 잡기가 힘들었지만 간신히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우와... 정말 순식간이었다. 어찌나 빠른지 연잎 사이를 요리조리 달려서 갈대 더미로 들어가 버린 녀석.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다시 모습을 나타낸 녀석.
열심히 먹이를 탐색하는 듯 보였다.
금방 벌레 사냥 성공!

벌레 사냥에 성공하면 또 냅다 갈대 더미로 달려갔다. 걸어 다니는 건 먹이를 찾을 때뿐. 대부분 뛰어다녔다.
갈대로 들어가면 얼마 되지 않아 또 모습을 나타냈는데,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마 육추를 하고 있기 때문일 듯... 갈대 더미 안쪽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잠깐 한눈파는 사이 가까운 곳에 나타난 녀석.
쇠물닭보다도 작아 보이는 작은 체구와 붉은 발...
흰색이 섞인 꼬리깃을 바짝 세운 모습이 독특하다.
워낙 빠른 움직임이라 쫓아가기도 바빴다... 금세 지쳐버림...
빠르게 먹이를 찾는 녀석.

처음 만난 분이랑 둘이서 열심히 촬영과 관찰을 했는데, 한 녀석이 아니라 두 녀석이란 걸 알게 됐다. 아마 암수가 함께 육추를 하는 모양인데 이 뜨거운 날에 잠시도 쉬지 않고 사냥을 다니고 있었다.

너무 빠른 녀석을 추적하느라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었더니 체력이 금방 방전... 차에서 의자를 꺼내와서 앉아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렸다. 정말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

검은등뻐꾸기(두견목 / 두견과) 드디어 얼굴을 봤다!!
날아 가면서도 노래를 하는구나...
등은 안 보여서 검은 등인지는 확인 불가...

오예! 드디어 검은등뻐꾸기 얼굴을 봤다!! 맨날 소리만 들었지 실물은 처음이다. 순식간이었지만 간신히 촬영에 성공!

검은등뻐꾸기 때문에 잠시 잊고 있던 쇠뜸부기사촌을 다시 찾았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갑자기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
금방 벌레 하나를 물고는 또 갈대 더미로 달려갔다.

둥지로 모습을 감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모습을 나타낸 두 녀석. 이번엔 검은색 솜털이 뽀송뽀송한 새끼 두 마리도 함께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왼쪽 어미 뒤쪽으로 검은 솜털 두 마리가 있다. (연잎에 가림)
작고 검은 솜뭉치 두 마리가 어미를 졸졸 따라감... (사진엔 한 마리만 보임)
새끼들과 이동을 하는 걸 보면 이소를 하는 모양이다.

이소하는 모습을 끝으로 더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늘 안 왔으면 못 봤을지도... 막차 제대로 탔다.
함께 관찰한 분과 얘기를 좀 더 나누다 철수를 했는데, 춘천까지 와서 그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남이섬에 잠깐 들렀다.

선착장에서 만난 중대백로(황새목 / 백로과)
잠자리를 잡은 알락할미새
어떻게 잡았을까? 생각보다 사냥 잘함.
큰소쩍새는 안 보였지만 눈이 큰 이 녀석은 잘 있었다.
청딱따구리(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유조.
아빠가 머리를 빼꼼..
올빼미도 안 보였는데 뒤지고 뒤져서 찾아냄...
다른 집은 다 커서 떠났다는데, 이 집 자식들은 아직 솜털이 뽀송뽀송하다.
한 녀석은 똘망똘망한데 다른 녀석은 눈을 못 떴다. 졸려 죽음...
와우... 한쪽 눈만 뜨기...
잘 자라... 그만 방해하고 빠르게 철수.
솔부엉이 둥지 하나는 털린 듯... 다른 둥지 확인하러 가는 길에 공작님을 만났다.
저 멀리 해오라기(황새목 / 백로과)가 보였다.
조그마한 논 옆에 앉아 있던 왜가리(황새목 / 백로과)
열심히 둥지를 지키고 있는 솔부엉이(올빼미목 / 올빼미과)
한낮인데도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보는 녀석. 얼른 도망 나왔다.

잘 보이는 위치에 있던 솔부엉이 둥지 하나는 포기한 거 같았는데, 다행히 다른 둥지는 아직 진행 중인가 보다. 나를 신경 쓰는 눈치길래 몇 장 찍고는 바로 빠져나왔다.

언덕에서 풀을 뜯고 있던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들
몇 주 전엔 아기들이었는데 많이 자랐다.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서 남이섬에 오긴 했는데 사진 찍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거 같았다. 더 새를 찾아볼까 했지만 새벽부터 움직인 터라 체력이 방전직전... 남이섬에 온 지 한 시간도 안 됐지만 다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오는 걸로...

호텔 난간에 앉아 있던 공작
화장실 앞에 있던 공작. 공작이 더 늘었나??
헐... 말로만 듣던 하얀 공작까지... 다른 작은 공작 2마리 포함 6마리를 봤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가 봤더니 동고비(참새목 / 동고비과)가 있었다.
밤나무 꽃에서 뭔가를 잡아 먹고 있던 동고비.
귀여운 다람쥐(설치목 / 청설모과)
오랜만에 보는 진박새(참새목 / 박새과)
곤줄박이(참새목 / 박새과)도 오랜만.
귀제비 집과 귀제비.
착륙 준비 중... 항공모함에 내리는 전투기 같다.
둥지가 부서진 귀제비.

남이섬 주차장 근처에 있던 귀제비를 마지막으로 이번 탐조는 끝.

목표종이었던 쇠뜸부기사촌을 그것도 새끼까지 보는 행운을 누렸으니 오늘도 행복한 탐조였다. 이제는 잠시 휴식시간을 좀 가져야 할 거 같다. 체력이 회복이 안됨... 이렇게 긴 탐조를 끝으로 무사히 집으로 귀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