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쇠뜸부기사촌이 육추 중이란 소식을 들었지만 지난주에 공릉천에 뜸부기 보러 갔다가 타이어를 해 먹는 바람에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며칠 시간이 지나 버렸다.
육추가 끝나면 어디로 이동을 할지 알 수가 없어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짐. 차가 수리 되자마자 새벽같이 준비해서 춘천으로 출발했다. 평일 새벽이라 금방 춘천에 도착. 막 해가 뜨고 있었는데...
간단히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차로 돌아왔는데 누가 크게 응가를 해 놓은 걸 발견... 얼마나 급했으면 길에다...
다행히 밟지는 않았는데 처리를 좀 제대로 할 것이지 큰일 날 뻔했다. 아오...
쇠뜸부기사촌 소리를 좀 들어 보려고 해도 개개비들이 어찌나 시끄럽게 울어 대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못해도 수십 마리는 넘는 거 같았다. 물가 주변은 온통 개개비 소리였다.
높은 데서 울어 대는 바람에 눈에 띄는 녀석만 수십 마리. 갈대나 나무에 숨어서 울어대는 녀석들은 세기도 힘들었다.
습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풀이 높아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고 은근히 길이도 길어서 모든 곳을 감시하기는 힘들 거 같았다.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니 다른 차가 서 있었는데, 대포를 들고 촬영을 오신 분이 계셨다. 이 분도 쇠뜸부기사촌을 보러 오셨다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이번엔 반대쪽을 살펴보러 가고 있었는데...
노랑때까치 종추! 바닥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날아가 버렸다. 거리가 제법 됐는데도 예민했다.
이른 아침부터 밭일을 하시던 어르신과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쇠물닭이 올해는 안 보이더라고 하셨다. 쇠물닭이라고 하셨지만 아마 쇠뜸부기사촌을 말씀하신 거 같았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똑 같이 생김... 잘 찾아보라고 껄껄 웃으셨다.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왔는데, 아까 대포를 가지고 오셨던 분이 쇠뜸부기사촌을 보셨다고!!
우오오!!! 있긴 있구나!!
나도 얼른 쌍안경을 가지고 와서 둘이 습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는데...
우와... 정말 순식간이었다. 어찌나 빠른지 연잎 사이를 요리조리 달려서 갈대 더미로 들어가 버린 녀석.
벌레 사냥에 성공하면 또 냅다 갈대 더미로 달려갔다. 걸어 다니는 건 먹이를 찾을 때뿐. 대부분 뛰어다녔다.
갈대로 들어가면 얼마 되지 않아 또 모습을 나타냈는데,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마 육추를 하고 있기 때문일 듯... 갈대 더미 안쪽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처음 만난 분이랑 둘이서 열심히 촬영과 관찰을 했는데, 한 녀석이 아니라 두 녀석이란 걸 알게 됐다. 아마 암수가 함께 육추를 하는 모양인데 이 뜨거운 날에 잠시도 쉬지 않고 사냥을 다니고 있었다.
너무 빠른 녀석을 추적하느라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었더니 체력이 금방 방전... 차에서 의자를 꺼내와서 앉아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렸다. 정말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리!
오예! 드디어 검은등뻐꾸기 얼굴을 봤다!! 맨날 소리만 들었지 실물은 처음이다. 순식간이었지만 간신히 촬영에 성공!
둥지로 모습을 감춘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모습을 나타낸 두 녀석. 이번엔 검은색 솜털이 뽀송뽀송한 새끼 두 마리도 함께 데리고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소하는 모습을 끝으로 더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오늘 안 왔으면 못 봤을지도... 막차 제대로 탔다.
함께 관찰한 분과 얘기를 좀 더 나누다 철수를 했는데, 춘천까지 와서 그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남이섬에 잠깐 들렀다.
잘 보이는 위치에 있던 솔부엉이 둥지 하나는 포기한 거 같았는데, 다행히 다른 둥지는 아직 진행 중인가 보다. 나를 신경 쓰는 눈치길래 몇 장 찍고는 바로 빠져나왔다.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서 남이섬에 오긴 했는데 사진 찍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거 같았다. 더 새를 찾아볼까 했지만 새벽부터 움직인 터라 체력이 방전직전... 남이섬에 온 지 한 시간도 안 됐지만 다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오는 걸로...
남이섬 주차장 근처에 있던 귀제비를 마지막으로 이번 탐조는 끝.
목표종이었던 쇠뜸부기사촌을 그것도 새끼까지 보는 행운을 누렸으니 오늘도 행복한 탐조였다. 이제는 잠시 휴식시간을 좀 가져야 할 거 같다. 체력이 회복이 안됨... 이렇게 긴 탐조를 끝으로 무사히 집으로 귀가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