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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9월 10일] 포항 당근 여행 - 세가락도요 등

by 두루별 2024. 9. 13.

당근 하러 창원까지 갈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판매자였지만 구매하실 분이 연세가 있으셔서 내가 창원으로 직접 찾아뵙고 전달해 드렸다.
파손 위험 때문에 택배는 불가. 누군가는 왔어야 했는데 내가 간 거지... 아무튼 그렇게 창원까지 오게 됨.

거래를 마치고 나니까 이미 초저녁. 너무 피곤해서 바로 서울로 올라가는 건 무리였다. 혼자 모텔방에서 자는 것도 마뜩지 않았지만 창원에서 자고 내일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눕자마자 기절...)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됐는데 이렇게 멀리 왔는데 그냥 올라가자니 뭔가 아쉽더라는...
창원에 왔으니까 동판지에 가서 물꿩을 볼까? 아니면 주남 저수지라도 좀 돌아볼까?
이른 아침부터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문득 '유쾌한C'님의 블로그에서 태풍 탐조란 글을 본 게 떠올랐다.

태풍은 안 왔지만 포항에 한 번 들렀다 올라가야겠다! 바로 출발~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영산강변의 공영주차장.
영산강이라니... 사회과부도에서나 보던 영산강에 왔다고 아내에게 전화로 자랑했더니 그걸 또 부러워하는 아내...

그런데 동해라 해가 뜨고 있는 시각은 역광이란 걸 도착해서 깨달음...

역광이라 모조리 시커멓다.
어쨌든 영산강 최초 대상은 중대백로(황새목 / 백로과)다.
흰뺨검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시커먼 큰부리까마귀는 더 시커멓다.
큰주홍부전나비(나비목 / 부전나비과)
청분홍메뚜기(메뚜기목 / 메뚜기과)

너무 새가 없어서 조금 돌아보다가 오늘의 목적지인 영일만 해변으로 이동.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무슨 공장인데 저런 표어를 써놨나 했는데 포항제철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견학해 보고 처음 봄.

썰렁한 해변

그렇게 도착한 영일만 해변. 그런데 뭔가 싸하다...
그 많던 갈매기가 하나도 없었다. 분명 지난번에 왔을 땐 수백 마리가 있었는데 다 어딜 간 거지...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미군이 상륙 훈련 중이었음. 오는 날이 장날이구나...

그래도 우리 왜가리 친구는 꿋꿋이 자리를 지켜줬다.
중대백로 친구도 자리를 지켜줌.
하나 남은 괭이갈매기 친구도...
음...
후투티가 왜 여기서 나오는지 모르지만 암튼 고맙다.
검은댕기해오라기도 있었구나. 고맙...
얘는 눈만 마주치면 그냥 날아감...
잘가라...
태풍 때문인지 쓰레기가 가득한 해안은 미군이 점령

아유 안 되겠다. 영일만은 포기다.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오기가 생겼다. 혼자 돌아다니는 거 싫어하지만 포항에 왔으니 호미곶은 한 번 보고 가기로...
근데 내비가 구룡포를 지나가는 코스로 길을 안내하길래 그냥 구룡포도 들렀다 감.

노랑부리백로(황새목 / 백로과)

평일이고 아침이라 구룡포는 한산했다.
방파제 쪽은 떠밀려온 쓰레기로 도요가 싹 사라져서 구룡포항 근처에서 세가락도요를 발견.

세가락도요(도요목 / 도요과)
귀여운 녀석들... 언제 갈려고 아직도 있는 걸까...
깝작도요(도요목 / 도요과)
노랑발도요(도요목 / 도요과)

구룡포항 근처에서 도요들을 찍고 있는데 카메라 든 사람이 한 명 더 왔다. 도요를 찍으러 온 모양. 
근데 도요가 없어서 별로 촬영할 것도 없었다. 잠깐 촬영하고 바로 호미곶으로 이동했는데 오전이지만 날은 이미 찜통...

여전히 상생의 손은 갈매기들의 차지. 새똥으로 허옇다 손이...

여기도 왜가리 친구가 제일 먼저 반겨줬다.
선명한 핑크색 다리에 아랫부리의 붉은 점. 누구더라...
회색깃털에... 맞다! 큰재갈매기(기러기목 / 갈매기)!!
저멀리 바다에는 제비갈매기들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제비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지난번엔 꼬까도요도 있고 도요들이 좀 있었는데 오늘은 도요도 없었다.

상생의 손 우측으로 조금 더 내려가 보기로...
갑자기 날아온 흰뺨검둥오리들
하얘서 눈이 부신 노랑부리백로
여기도 노랑발도요
도요새가 스스로 사람에게 날아 오면?
맞다. 노랑발도요다. 동정도 필요없음.
순비기나무(꿀풀목 / 마편초과)

필드스코프를 가져왔으면 제비갈매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쉬움. 워낙 도요가 없으니 갈매기라도 봐야...

저걸 어떻게 먹으려고... 알맹이만 빼 먹을 수 있나??

좀 둘러보다가 꾀꼬리도 보고 방울새도 보고... (날아가는 것만...)
바다직박구리도 있었지만 더워서 쫓아가기도 싫었다. 그냥 보내 주기로... 

물을 싫어해서 바다 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내를 위한 바다샷 찰칵!
너무 썰렁해서 작은 등대라도 화면에 넣어서 한 번 더 찰칵!

증거 사진 남겼으니 바로 집으로 출발했다. 차 막히기 전에 얼른 올라가야 함...

상주영천 고속도로 상주방향에 있는 삼국유사 휴게소
여기서 파는 마늘 라면 강추!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겠어. 올라오다 휴게소 들러서 라면 한 그릇하고 올라왔다. 
앞으로 아내 없이 장거리 여행은 절대 안 할 거다. 내려가고 올라오는데 심심해서 죽을 뻔...

탐조는 계획 없이 한 거고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당근 거래였다. 당근 때문에 창원과 포항을 돌아본 어처구니없는 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