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하러 창원까지 갈 줄 누가 알았겠어...
내가 판매자였지만 구매하실 분이 연세가 있으셔서 내가 창원으로 직접 찾아뵙고 전달해 드렸다.
파손 위험 때문에 택배는 불가. 누군가는 왔어야 했는데 내가 간 거지... 아무튼 그렇게 창원까지 오게 됨.
거래를 마치고 나니까 이미 초저녁. 너무 피곤해서 바로 서울로 올라가는 건 무리였다. 혼자 모텔방에서 자는 것도 마뜩지 않았지만 창원에서 자고 내일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눕자마자 기절...)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됐는데 이렇게 멀리 왔는데 그냥 올라가자니 뭔가 아쉽더라는...
창원에 왔으니까 동판지에 가서 물꿩을 볼까? 아니면 주남 저수지라도 좀 돌아볼까?
이른 아침부터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문득 '유쾌한C'님의 블로그에서 태풍 탐조란 글을 본 게 떠올랐다.
태풍은 안 왔지만 포항에 한 번 들렀다 올라가야겠다! 바로 출발~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영산강변의 공영주차장.
영산강이라니... 사회과부도에서나 보던 영산강에 왔다고 아내에게 전화로 자랑했더니 그걸 또 부러워하는 아내...
그런데 동해라 해가 뜨고 있는 시각은 역광이란 걸 도착해서 깨달음...
너무 새가 없어서 조금 돌아보다가 오늘의 목적지인 영일만 해변으로 이동.
무슨 공장인데 저런 표어를 써놨나 했는데 포항제철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견학해 보고 처음 봄.
그렇게 도착한 영일만 해변. 그런데 뭔가 싸하다...
그 많던 갈매기가 하나도 없었다. 분명 지난번에 왔을 땐 수백 마리가 있었는데 다 어딜 간 거지...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미군이 상륙 훈련 중이었음. 오는 날이 장날이구나...
아유 안 되겠다. 영일만은 포기다.
그냥 집에 갈까 하다가 오기가 생겼다. 혼자 돌아다니는 거 싫어하지만 포항에 왔으니 호미곶은 한 번 보고 가기로...
근데 내비가 구룡포를 지나가는 코스로 길을 안내하길래 그냥 구룡포도 들렀다 감.
평일이고 아침이라 구룡포는 한산했다.
방파제 쪽은 떠밀려온 쓰레기로 도요가 싹 사라져서 구룡포항 근처에서 세가락도요를 발견.
구룡포항 근처에서 도요들을 찍고 있는데 카메라 든 사람이 한 명 더 왔다. 도요를 찍으러 온 모양.
근데 도요가 없어서 별로 촬영할 것도 없었다. 잠깐 촬영하고 바로 호미곶으로 이동했는데 오전이지만 날은 이미 찜통...
여전히 상생의 손은 갈매기들의 차지. 새똥으로 허옇다 손이...
지난번엔 꼬까도요도 있고 도요들이 좀 있었는데 오늘은 도요도 없었다.
필드스코프를 가져왔으면 제비갈매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을 텐데 살짝 아쉬움. 워낙 도요가 없으니 갈매기라도 봐야...
좀 둘러보다가 꾀꼬리도 보고 방울새도 보고... (날아가는 것만...)
바다직박구리도 있었지만 더워서 쫓아가기도 싫었다. 그냥 보내 주기로...
증거 사진 남겼으니 바로 집으로 출발했다. 차 막히기 전에 얼른 올라가야 함...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지나가겠어. 올라오다 휴게소 들러서 라면 한 그릇하고 올라왔다.
앞으로 아내 없이 장거리 여행은 절대 안 할 거다. 내려가고 올라오는데 심심해서 죽을 뻔...
탐조는 계획 없이 한 거고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당근 거래였다. 당근 때문에 창원과 포항을 돌아본 어처구니없는 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