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천수만 가신다는 선생님들 틈에 껴서 천수만을 또 다녀왔다.
지난번 방문에 줄기러기와 흰이마기러기를 모두 보는 바람에 오늘은 흰기러기와 비둘기조롱이를 찾아볼 계획.
평일이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도착한 천수만은 안개가 살짝 끼어 있었는데,
추수가 끝난 논에는 엄청난 수의 기러기들이 쉬고 있었다.
수로 주변의 갈대밭에는 쇠개개비 울음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겁도 없이 차 앞까지 나와주는 녀석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쫄보 기러기들은 눈만 마주치면 바로 휘리릭~
모두 날아간 줄 알았던 논에는 반가운 얼굴이...
근데 반가운 흰뺨이 말고 다른 고급진 녀석 발견!
그리고 근처 물이 마르지 않은 논에서 발견한 도요들. 아직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꺅도요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바늘꼬리도요라고 함께 간 분이 알려주셔서 종추를 할 수 있었다. 아싸!!
추수가 끝나지 않은 논에서 황새 가족을 만났는데,
한 장소에서 7마리의 황새를 동시에 보는 건 난생처음.
가락지도 하고 있었지만 식별하기는 힘들었다.
기러기 무리를 찾아다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어서 탐조대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간월호 동쪽에 있는 탐조대에 들렀다가 갯벌에서 쿨쿨 자고 있는 줄기러기를 발견!.
얘는 하얘서 쌍안경으로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지난번에 비해 거리도 가까웠는데, 물이 빠지면서 생긴 작은 섬 같은 곳이라 안심했는지 별로 경계는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기러기들과 섞이면서 보기 힘들어졌는데,
가려지기 전에 도착했던 우리는 운이 좋았다. (이날 실제로 못 본 팀도 있었다.)
이제 남은 목표종은 흰이마기러기와 흰기러기 그리고 비둘기조롱이가 남은 상황.
이번엔 간월호의 반대편으로 이동을 했다.
영국에선 이런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천수만으로 이 모습을 보러 여행을 오기도 한다고 한다.
온통 기러기지만 실제로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는 걸 느낄 수 있음.
기러기 탐조에서 제일 힘든 건 기러기에게 접근하기다.
충분한 거리라고 생각해도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고개도 못 내밀고 거북이걸음으로 접근해야 했다.
다행히 거리가 있어서 안심하고 있는 기러기 무리를 발견.
필드스코프로 꼼꼼하게 살펴보던 선생님 한 분이 드디어 흰이마기러기를 발견!! (우오오오오!!)
어떻게 찾으셨는지 그게 더 궁금함...
먼 거리라 아지랑이가 심해서 사진으로도 간신히 확인만 가능했지만 하얀 이마가 선명했다. (사진에는 3 개체가 보임)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아지랑이 때문에 간신히 찾을 수 있었던 붉은가슴밭종다리. (종추!!)
흰등밭종다리라고 올라오는 사진 중 상당수가 붉은가슴밭종다리라고 함. 나도 잘 확인해야지...
이제 남은 건 흰기러기와 비둘기조롱이.
이 두 녀석을 찾기 위해 다시 서산 벌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논에 우두커니 서 있는 녀석을 발견!
엄청난 아지랑이 때문에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또 인생종추 추가! 하루에 몇 번을 종추 하는 건지...
논에 저렇게 앉아 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 오늘 올해 운을 다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천수만 오기 정말 잘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에 있었으면 어쩔...
갈대밭에서 찾은 노란 배가 너무 예뻤던 검은머리촉새. (종추!!)
마음의 여유가 넘쳐흐르다 보니 왜가리와 민물가마우지도 찍어주고...
도착해서 처음 둘러봤던 곳을 마지막으로 다시 둘러보기로 했는데,
이제 만조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안으로 이동해야 할 시간.
하지만 도착한 해안에는 새가 없었다... 조복은 여기까지...
아쉽게도 해안가 갯벌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그래도 튬튬튬~ 하는 청다리도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좋았다.
(청다리도요 소리는 들어도 들어도 좋다는...)
서해 탐조의 백미.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엄청났던 이날의 탐조를 마무리.
많은 새를 볼 수 있어서 피곤하지만 너무 행복했던 하루. 4 종추를 해서 더 행복함. 천수만에 조만간 또 오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