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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4년 11월 30일] 동해 여행 - 흑기러기, 루시즘 황조롱이 등

by 두루별 2024. 12. 1.

지난주 혼자 동해로 탐조를 다녀왔더니 생전 어디 가자는 소릴 안 하던 아내가 동해를 가고 싶단다. 오랜만에 바다가 보고 싶다고... 혼자 다녀와서 살짝 미안했는데 잘됐다 싶어 아내 몰래 고성군에서 식당과 카페도 알아보는 등 혼자 열심히 준비를 했다.

주말 아침. 차 막힐까 봐 일찍 출발하기로 했는데 아내가 잠을 설쳤다고 5분만, 5분만 하다 보니 8시가 다 되어 출발.

뒷산이 울산바위인 사람들은 좋겠다...
인제터널을 지나기 전까지는 온통 새하얀 세상이었는데, 인제터널을 지나면서는 눈이 안 보임. 여긴 눈 안 왔나 보다.

그렇게 도착한 동해 바다. 날이 추워서 바다 색은 흑색이었다. 보기만 해도 추움...

이왕 온 거 흑기러기나 한 번 더 볼 생각으로 챙겨 온 장비(소니 A1 + 600mm F4)를 이용해서 흑기러기를 찰칵~

흑기러기(기러기목 / 오리과)
홍머리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홍머리오리가 눈 주위에 초록색 깃털이 덮여 있는 건 처음 봤다. 수컷 중에는 이런 개체도 있다고 함.

홍머리오리 암컷

흑기러기는 가족인지 3마리가 뭉쳐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도착했을 때 해안가 바위에 한 마리가 더 보였다. 총 4마리.

괭이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재갈매기(도요목 / 갈매기과)

홍머리오리 들은 바위에 붙어 있는 해초를 뜯어먹기 시작.

재갈매기 (갈매기 변환깃은 봐도 모르겠다)

눈 주위가 초록색인 홍머리오리 수컷들이 많았다.

주말에도 조업중이신 어부들

파도가 높아 보였는데 바다에서는 조업에 한창인 배를 볼 수 있었다. 

가마우지(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청둥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청둥오리들도 여럿 볼 수 있었는데, 갈매기들과 바위에 모여서 쉬고 있었다.

쉬고 있는 오리들 틈에서 해초를 뜯어먹고 있는 흑기러기들. (고개 숙이고 해초 뜯고 있는 녀석이 어린 개체)

덩치는 오리나 흑기러기나 거기서 거기. 쇠기러기 보다 10cm 정도 작은 흑기러기지만 쉬고 있는 오리를 쫓아 버림.

해초를 맛있게 먹는다. 상추잎처럼 생김...

어린 녀석도 열심히 해초를 먹고 있었다.

흑기러기 성조들. 부모겠지??

딱 봐도 어려 보이는 녀석. 부모를 열심히 따라다녔다.

부모가 앞장서면 졸졸졸...

부모 흑기러기는 깃털도 반질반질 윤기가 있고 포스가 있음.

헤엄치며 작은 섬 주위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날아 오른 녀석들...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녀석들...
멀리 날아가나 싶었는데 근처에 내려앉았다. 

바다에서 뭔가를 잡고 있던 분이 있었는데 이 분 보고 놀란 듯...

귀여운 홍머리오리들...
얘들도 해초 먹느라 정신이 없다.
흰줄박이오리(기러기목 / 오리과) 수컷
흰줄박이오리 암컷

우연히 만난 탐조인 분들과 인사를 하다 하얀 황조롱이를 보고 오셨다는 말을 듣고는 나도 가보기로 했다.

황조롱이(매목 / 매과)
(캐논 R5M2 + RF100-500mm)

하얀 비둘기로 착각할 정도로 하얀 황조롱이. 
알비노(albino)는 아니고 백변증이라고 하는 루시즘(leucism) 개체라고 한다. 멀리서만 보고 말았는데 어차피 황조롱이라... 언제 가까이 올지도 모르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잠깐 얼굴만 보고 바로 이동.

재밌는 건, 새덕후 채널에 가끔 출연하시는 박사, 석사 커플도 하얀 황조롱이를 보러 오셨더라는. 인사는 못했지만 화면에서 보던 분들을 실제로 보니까 신선했다. 이래서 연예인 보면 신기한 모양...

하얀 황조롱이를 끝으로 탐조는 끝. 이제 아내와 놀아 줄 차례.

아내가 먹고 싶다던 회를 먹으로 거진항으로 이동했는데, 전에 누가 추천해 준 소영횟집.

게를 안 좋아하는 마나님 때문에 회만 먹어야 한다.

어떤 사이즈를 시켜야 할까 고민하다 둘이 먹을 거라 모둠회 중짜를 시켰더니 사장님이 퇴짜 놓으셨다. 그 정도면 3~4명이 먹을 수 있다며 소짜로 알아서 주문해 버리심.

먹어 보고 부족하면 물회를 더 시켜야지 생각했는데...

헐... 양이 장난 아님... 다양한 어종을 푸짐하게 썰어 주셔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중짜로 시켰으면 죽었을 듯...

우리 부부는 술을 안 먹기 때문에 콜라로 짠!

아내가 회를 먹다 먹다 gg치는 바람에 나 혼자 완식에 도전... 간신히 마지막 한 점을 먹고 나자 바로 매운탕을 주셨는데 이게 또 핵꿀맛... 배는 터지는데도 국물을 끊을 수가 없었다. 매운탕도 완식. 당분간은 회 안 먹어도 될 듯...

커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고성의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미리 검색해 봤었는데 한결같이 이 집을 추천.

커피도 맛있고 빵도 맛있다는 고성의 커피고. 뷰 맛집이라는 소문도...

뷰 맛집 인정. 바다가 바로 보임. 
커피는? 커피 맛집도 인정이다. 커피 완전 맛있음... 빵은 그냥저냥...

커피 한 잔 하면서 물멍 하기 좋은 곳.
아내가 아주 좋아했다. 나도 만족스러움...

아내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카페를 나가면 바로 해변이라 해변을 걸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패스. 해변은 오전에 흑기러기 보느라 열심히 걸었다... 힘듦...

별로 한 거 없는 동해안 여행이었지만 해안가를 따라 달리며 원 없이 바다를 보여줬더니 아내는 대만족. 당분간은 혼자 새보러 돌아다녀도 괜찮을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