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탐조로 캐나다기러기를 보기 위해 김포를 다녀왔다.
지금까지 캐나다기러기는 나와 인연이 없었는데, 천수만에서 한 번 만난 이후 계속 찾았지만 이후로 만나지 못함... 이 악연을 끊으려면 오늘 꼭 캐나다기러기를 찾아야 한다.
김포평야에 도착해 보니 기러기들이 한 곳에 잔뜩 모여 있었다. 수천 마리는 될 듯...
왜 모였나 했더니 오늘이 기러기들 밥 주는 날인 듯. 기러기들은 밥 주는 날인 걸 아는 모양이었다.
논에 낟알을 모두 뿌리고 트랙터가 떠났는데도 기러기들은 꼼짝도 않고 있었다. 겁 많은 녀석들이 움직이길 기다리다 지루해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한 바퀴 돌아봤지만 드넓은 평야에 기러기가 한 마리도 없었다. 다들 밥 주는 곳에 모여 있나 보다.
다시 탐조대로 돌아와 보니 기러기들은 그대로 있고 오리들이 잔뜩 날아와서는 낟알을 마구 먹고 있었다.
오리들이 먹는 걸 보고는 기러기들도 슬금슬금 논으로 모이기 시작!
눈치만 보던 녀석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서 뿌려진 낟알을 먹기 시작했다.
난리도 아님... 수천 마리의 기러기들이 몇 무리로 나뉘어서 낟알을 먹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문제는 기러기 수가 너무 많고 모두 머리를 숙이고 먹이를 먹고 있어서 캐다가기러기 찾기가 너무 힘들다는 거...
추운 날씨에 거의 포기할 즈음, 저 멀리 따로 떨어진 작은 무리에서 드디어 캐나다기러기 발견!!
드디어 만난 캐나다기러기. 너무 신나서 잠깐 한눈파는 사이 호로록 날아올라버림...
다행히 함께 간 다른 선생님이 날아오른 캐나다기러기 무리를 계속 추적하셨다.
내려앉은 곳엔 다른 기러기들이 먹이를 먹고 있었는데, 다른 기러기들과 순식간에 섞여 버렸다.
추운 곳에서 덜덜 떨다 캐나다기러기를 만나고 나니까 긴장이 풀리면서 추위가 밀려왔다. 얼른 차로 대피해서 간식을 먹으며 HP를 회복. 일찍 목표를 달성해서 이대로 집에 가기는 아쉬워 함께 강서습지생태공원을 가려던 찰나...
하얀 갈매기 같은 녀석이 풀럭풀럭 날아왔다. '갈매기도 낟알을 먹나?'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하얀 녀석을 보고는 외치셨다. '흰기러기!!' 헐...
대박사건... 생각지도 않았던 흰기러기가 날아왔다. 바로 출발했으면 못 볼 뻔...
기러기들도 서로 연락하는 듯.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알고 한 곳에 모인 걸까? 궁금하다...
그래도 한 곳에 모여주는 바람에 한 곳에서 캐나다기러기도 보고 흰기러기도 볼 수 있었다.
이제 김포를 떠나 강서습지생태공원으로 이동.
보통은 강서습지생태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엔 행주대교 쪽에서 시작.
강서습지생태공원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작은 새들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너무 조용해서 너무 이상했던...
칡부엉이라도 좀 찾아볼까 했지만 작년에 왔던 곳은 다른 분들도 둘러봤는데 못 봤다고... 빠르게 포기.
행주대교 쪽에서 출발해서 새롭기도 했지만 보이는 새도 별로 없어서 아주 조금 들어가 보다 바로 돌아 나왔다. 오늘은 오전에 운을 다 쓴 거 같았다. 오후엔 조용히 집에서 쉬기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