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계약서를 조율하던 중 갑작스레 계약이 결정되어 버린 태국 업체에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12월 초에 인도네시아 출장도 다녀왔던 터라 피곤하기도 해서 내년으로 미루고 싶었는데요. 아쉽게도 태국 게임쇼 등과 일정이 겹쳐서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암치료를 위한 방사선 치료도 모두 끝난 상태여서 이번 출장은 홀가분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인도네시아 출장 당시에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몸에 물을 댈 수가 없었거든요. 더운 나라에서 손발만 씻고 버티려니 정말 힘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출장 당일 새벽에 항암 치료를 위한 검사가 있었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하고, 병원에서 CT와 X-ray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녹초가 되어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출장은 참 가기가 싫습니다.
인천공항에서 태국 방콕 수안나 폼 공항까지는 약 5시간 반정도의 비행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도착해서 현지 직원의 안내로 바로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호텔로 가는동안 방콕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는데 무척 재밌었습니다. 밤에 즐길만한 곳이 많은 관광 대국답게 불야성을 이룬 거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Bar가 밀집된 거리로 유명한 Soi Cowboy도 호텔 근처에 있더군요. Soi가 태국어로 '도로'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카우보이로' 정도가 되겠네요. ㅋ
우리가 묵게될 호텔은 Windsor suites hotel이었는데요. 30층짜리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우리는 18층에 묵게 되었네요. 침실과 응접실로 나뉘어 있는 호텔방은 크고 깨끗했습니다. 무엇보다 가격도 무척 저렴하네요.
비행에 시달리고 새벽부터 검사받느라 잠도 설쳤던 터라 매우 피곤해서 얼른 쉬고 싶었습니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현지 직원을 바로 돌려보내고 룸서비스로 음식을 좀 시켜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야식을 먹고는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방콕 중앙에 위치한 호텔이라 BTS라는 전철이 다니는것도 보이는군요.
주변이 온통 호텔이라 수영장에서 아침부터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출장으로 온 저에게는 부러운 일입니다. ^^;
둘째 날에는 협력업체에 방문해서 회의 및 계약서 서명만 하면 일정이 모두 끝납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오전은 쉬기로 했습니다. 일찍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서 근처를 둘러보았습니다. 마사지의 천국답게 발마사지, 태국 전통 마사지를 하는 업체가 많더군요.
그중 한 곳은 어제 협력업체 직원이 추천해 준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에 들어가 1시간짜리 전통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시설은 좀 낡아서 어둡습니다만, 여독을 시원하게 풀어줄 정도로 마사지도 좋았고 직원들도 무척 친절했습니다. 계산을 하려니 1시간에 200바트. 한국돈으로 대충 8천 원 정도네요. 굉장히 저렴해서 놀랐습니다. 고생한 안마사에게 팁으로 100바트를 주고 나왔습니다.
회의까지는 시간이 남아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어제밤에 피곤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것저것을 둘러보던 중 냉장고의 음료수나 미니바의 음료들도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콜라 맛이 궁금하여 하나 먹어보았는데요. 역시 국가별로 콜라맛도 조금씩 다르네요. 태국어로 적힌 코카콜라 글자가 신기했습니다.
협력업체 직원과 호텔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되어가서 호텔 로비의 커피숍에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마시며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태국 전통 의상을 입은 여종업원이 이국적입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방콕은 교통이 굉장히 혼잡하다고 합니다. 신호등이 20분 동안 바뀌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고요. 어제 새벽에 공항에서 왔기 때문에 도로가 막히는지는 몰랐었습니다. 2시 반에 만나기로 한 직원이 3시가 넘어서 오네요.
협력업체 사무실로 이동을 하면서 교통정체가 정말 심하다는걸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3km 정도 떨어진 협력업체 사무실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는군요. 도로도 협소하지만 신호 체계 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
향후 일정에 대해 회의를 한 후 계약서에 서명을 완료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씨푸드 전문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직원 말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군요. 중국에서 큰 식당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했지만 정말 컸습니다. ^^; 휴일에는 큰 식당에 손님이 가득하다고 하는군요.
태국 어디를 가도 걸려있는 국왕의 사진이 식당에도 크게 걸려있습니다. 국왕의 장수를 기원하는 문구도 적혀있군요. 공항에도 동일한 사진이 크게 걸려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자리를 먼저 잡은 후 해산물을 직접 고르러 가야 한답니다. 해산물 코너로 가자 여직원 한 명이 카트를 끌고 졸졸 따라옵니다.
대만에서도 먹어본 적이 있는 Snow fish가 있었습니다. 맛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에 하나 집었습니다.
해산물은 거의 모두 살아있었습니다. 신선도를 위해 얼음에 덮혀있지만 살아서 움직이더군요.
시간이 일러서인지 손님보다 직원이 훨씬 많았습니다. 식당이 정말 넓었습니다.
게도 줄에 묶여있지만 역시 살아있습니다. 맛이 좋다고 하여 이녀석도 하나 집었습니다.
해산물과 함께 요리할 야채등도 함께 골라야 하는 거 같습니다. 나는 잘 몰라 현지 직원에게 알아서 해주기를 부탁했습니다. ^^;
바닷가재부터 커다란 태국 민물새우등 각종 해산물을 구입해서 카트에 담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면 됩니다.
해산물 코너도 상당히 길고 넓습니다.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사실 뭐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헤엄치는 것이라면 모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익살맞군요.
재료를 구입해서 조리법을 선택하고 나면 요리를 위해 가져갑니다. 그러면 우리는 테이블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태국 소스가 나왔길래 찍어먹어 보았습니다만 왼쪽의 작은 고추가 들어있는 소스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맵습니다.
협력업체 사장님의 연세가 많으셔서 요리는 찍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어르신 앞에서 사진을 찍기가 좀 그렇더군요.
저녁 식사 후 협력업체 직원과 시내 관광을 했습니다. 태국 국가에서 밀어준다는 마사지도 받아보고 출장치고는 굉장히 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삼일째 돌아오는 날은 비행기 시간이 저녁 11시 30분입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놓고 태국 전통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길이 너무 막혀서 2km 정도 떨어진 곳이었지만 택시로 이동할 엄두가 나지를 않네요. 마침 식당이 BTS역 근처에 있다고 하여 BTS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호텔 근처의 BTS역 이름은 ASOK역입니다. 전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도로는 정체로 차들이 거의 그 자리에 서있습니다.
목적지는 EKKAMAI역이군요. 3 정거장입니다. 가까운 거리네요.
방콕의 전철은 지하가 아닌 고가를 달립니다. 방콕이 습지대로 지하를 파기가 어렵다는군요. 물론 지하철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선이 짧다고 하는군요. BTS도 차량이 3량만 달린 단출한 전철이었습니다. 전철 안이 어찌나 춥던지 차라리 따뜻한 바깥이 그리웠습니다.
역 근처에 있는 태국 전통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식당 이름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네요. 태국 전통 음식은 똠양꿍 밖엔 모르는 저에게 어떤 음식들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태국의 전통 시계는 반대로 간다는군요. 실제로 12시 40분을 가리키는 시계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공연도 하는 식당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수들이 노래를 못한다고 불평을 하네요. ㅋㅋ
처음 나온 음식은 이름을 잊었습니다만 맛은 한국의 누룽지탕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입맛에도 맞고 맛도 좋았습니다.
카레를 섞어서 볶은 볶음밥입니다. 맛은 그냥 볶음밥이었습니다...
드디어 똠양꿍입니다. 예전에 먹어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곳 똠양꿍은 맛이 좋았습니다. 새콤달콤 쌉싸름한 맛이 일품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도넛 같은 게 나와 신기해하니까 현지 직원이 게와 가재의 살을 다져서 튀긴 도넛이라고 하는군요. 게맛살이 들었으려니 했는데 정말 게살이더군요. 역시 맛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현지 직원은 회사로 돌려보내고 우리끼리 시내 관광을 하기로 했습니다. 말도 안 되고 지리도 모르는 상태라 막막했습니다. 일단은 미리 알아봐 뒀던 고급 마사지샵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Health land라고 방콕 내에 여러 군데에 체인이 있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입구부터 호화롭게 지은 건물이었습니다. 가격은 2시간에 450바트. 가격은 시설 때문에 그런지 일반 마사지샵보다 비쌌습니다. 받고 난 후기는... 둘째 날 호텔 근처에서 받은 마사지가 훨씬 더 시원했습니다. ^^;; 시설만 좋지 가격에 비해 퀄리티는 아니군요.
마사지를 받고 나와도 한 낮입니다. 저녁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요. 전통 시장은 주말에만 열린다고 하고 유명한 쇼핑가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마봉콩(Mabongkong)"이라는 곳인데요. MBK Center라고 하는군요.
이때 별생각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겉은 깨끗했지만 내부는 15년은 된듯한 낡은 택시였는데요. 굉장히 덜덜 거리는군요. 멀미가 날 거 같았습니다. 문제는 도로 정체가 너무 심해서 MBK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는 겁니다. 사실 MBK에 무언가를 하려고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관광이나 하려고 했던 건데요.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여성들은 좋아할 만한 곳이었지만 우리에게는 흥미가 없었습니다. 조금 돌아보다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 잔 하고 나왔습니다.
MBK를 나와서 도저히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마침 BTS가 보이더군요. 전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전철역으로 가는 곳에도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통하지도 않는 말에 손짓발짓해서 잔돈을 바꾼 후 기계에서 표를 구매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갈아타야 한다는 건데요. 어떻게 갈아타야 하나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결국은 한 정거장 가서 갈아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한 정거장을 가서 우리의 호텔이 있는 Asok역으로 가는 Sukumvit line을 보니 굉장히 반가왔습니다. ^^
전철을 타니 20분 정도 걸리네요. 2시간 타고 택시비로 250바트를 지불했습니다만 돈이야 얼마 안 들었지만 덜덜 거리는 택시 안에서 2시간이 앉아 있으려니 무릎이 시렸습니다. 역시 대중교통이 좋습니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공항을 이동을 하려고 택시를 잡습니다. 현지 직원이 호텔에서 공항까지 톨게이트비용 포함해서 200바트면 충분하다고 미리 귀띔을 해줬습니다. 호텔 직원이 잡아준 택시에 올라 공항을 가자고 하니 500바트를 내라고 합니다. 실랑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말이 통하지를 않으니까요. ^^;
내려서 다른 택시를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다른 택시를 잡더니 미터요금이냐고 미리 물어보고는 미터요금이라고 타라고 합니다. 짐을 싣고 택시에 오릅니다. 이 택시기사 미터를 켜지 않습니다. 불길한 기분이 드는 순간 얼마가지 않아 500바트를 내라고 합니다. 울컥하여 마구 화를 냈습니다. '말도 안 된다. 내리겠다.' 강하게 얘기하니 400바트에 하자고 합니다. 20km 정도 가고 16,000원이면 사실 저렴합니다. 8천 원이면 갈 수 있는데 두 배나 줘야 하는 게 억울했지만 현지말을 못 하는 나를 한탄하며 OK 합니다. 택시기사 신나서 어디서 왔느냐, 담배 피우느냐, 태국이 어땠느냐 등등 귀찮게 질문을 해댑니다. 시큰둥하게 있으니 태국 담배를 권하면서 담배 한 대 같이 피자 고합니다. 태국 담배를 처음 피워봤습니다만 굉장히 독하네요. 몇 모금 피다가 버리고 제 담배로 바꿔 피웠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시간이 일러서 수속을 하지는 않는군요. 공항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국민의 98%가 불교를 믿는다는 태국. 하지만 방콕 곳곳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습니다. 공항에도 커다란 트리를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는군요. 이국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관광대국이니 외국인 특히 유럽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됐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공항 내 식당에서 그림을 보고 대충 음식을 시켰습니다. 볶음면이었는데요 굉장히 짰습니다. 게다가 후추 열매는 맛이 너무 강해서 입안이 얼얼하네요.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시간은 4시간 50분이 걸린답니다. 평소 겨울에 별을 관측할 때 훼방을 놓던 제트기류가 이럴 땐 도와주는군요.
아침에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온도를 확인해 보니 영하 14도였습니다. 태국 방콕이 영상 32도였으니 온도차이가 46도나 납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계약 출장이었습니다만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니 피로가 몰려옵니다.
그러고 보니 서해에서는 처음 보는 일출이었습니다.
올해 마지막 출장을 마치며 언제나 그렇듯이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관광으로든 뭐든 또 비행기 타고 싶지 않습니다. 무릎이 너무 아파요 ㅠㅠ
여담으로 출장을 갈 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습니다. 휴대폰의 카메라를 이용하는데요. 그전까지는 삼성전자의 옴니아로 사진을 찍었었습니다. 이번에 아이폰4로 바꾸면서 다른 부분은 많이 적응했지만 아직까지 카메라는 적응이 잘 안 되네요. 촬영용 버튼이 따로 있지를 않다 보니 화면 터치로 찍어야만 하고, 필연적으로 많이 흔들리게 되네요.
사진의 색감은 아이폰 쪽이 좋습니다만 해상도 변경 기능, 초점 속도 및 초점 확인 경고음 등은 옴니아가 더 편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찍어보면 아이폰도 적응이 되겠지요. 참! 아이폰은 형광등이 있는 실내에서 찍으면 사진이 멍든 듯 퍼렇게 나오는 게 흠입니다.
저의 또 다른 취미인 돌아다닌 경로를 기록해 두는 GPS Log. 이번에도 열심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갔던 곳의 이름을 달아두니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