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stron의 SCT(Schmidt–Cassegrain Telescope)는 주경을 이동시켜서 초점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다지 정교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태생적인 한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초점 조절 중에 미러가 미세하게 기울거나 움직이게 되고 그 바람에 대상이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이미지 또는 미러 시프트(Image or Mirror Shift)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단순히 이동만 하면 괜찮지만 아주 살짝만 주경이 기울어 져도 광축이 어긋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되어 버려서 고해상도 이미지 촬영에서 손해를 보게 되는거죠. 안시 관측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고배율 행성 촬영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현상입니다.
그동안 사용해 봤던 주경 이동 초점 조절 방식을 사용하는 경통들(Celestron SCT, SkyWatcher Mak.)은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Meade사의 제품도 마찬가지라고 하는군요. 심지어 예전에 사용했었던 Takahashi의 Mewlon210도 이미지 시프트가 있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주경 이동 방식은 모두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게다가 Celestron SCT는 초점 조절 노브(Focus Knob)를 돌려서 초점을 맞추려면 미세 조절이 힘들어서 정확한 초점을 조절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고요.
말이 나왔으니... 망원경의 초점은 어느 정도의 정밀도로 맞춰야 할 까요? 다행히 계산 공식이 있습니다.
망원경의 초점 허용 한계는 구경비(F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구경비에 따른 초점 허용치는 아래의 공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CFZ(Critical Focus Zone)은 CCD면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허용되는 허용 범위를 말합니다. 즉, 구경비의 제곱에 2.2를 곱한 값이 허용 범위(microns)가 되는 것이죠.
위의 그림을 보시면 CFZ(Critical Focus Zone)의 이해가 좀 더 쉬우실 겁니다.(엉성한 그림이라 죄송합니다... ㅠㅠ)
망원경에 들어온 빛은 주경에 의해 초점면으로 모이게 되는데 빛이 꺾인 각도에 따라 교차되어 겹치는 부분이 넓을 수도 좁을 수도 있게 됩니다. 이 겹치는 부분을 초점 허용 범위 즉, CFZ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 CFZ 범위 안에 CCD면을 맞추면 정확한 초점이 되는거죠.
예를 들어서 제가 사용하는 C6은 구경이 150mm, 초점거리가 1500mm인 F/10인 망원경입니다. 이 망원경에 보통 2.5배 바로우를 사용하니까 최종 초점거리는 3750mm가 되고 F/25인 망원경이 되는 셈입니다.
위의 식을 적용해 보면...
CFZ = (25 * 25) * 2.2 = 1375 (microns)
즉, 1.375mm가 되는거네요. 약 1.4mm의 오차 내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겁니다. 그런데 In/Out Focus의 한계가 1.4mm 라는 의미니까 ±0.7mm내에서 맞춰야 하는것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고 실제로는 대략 30% 정도 허용 범위가 더 넓다고 합니다. 그래봐야 ±0.8mm 정도 허용 한계가 되는 거네요.
F수가 길어지면 허용 한계가 넓어지고 F수가 짧아지면 허용 한계가 좁아지니까 단초점 망원경의 초점 조절이 더 어려운거죠. 예를들어 F/4.5만 되도 ±0.02mm 내에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어... 전 못합니다...
SCT에 붙어있는 초점 조절 노브를 돌려서 ±0.8mm 오차내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것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기류의 영향까지 더해 지니까 순간순간 초점이 변하게 되죠.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미세 조절이 가능하도록 감속기어가 붙어있는 포커서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오래전 부터 눈독들이던 Baader사의 Focuser를 알아보니 가격이 좀 되는군요.
하지만 Baader사에서 만든거니까 성능은 걱정할 필요 없겠고, 옵션으로 모터 드라이브를 구입하면 바로 모터 포커서로 변신할 수도 있습니다. 비싸지만 두고두고 SCT에 쓸 수 있겠다 싶었지만 구매하려고 하니 단종.... 올해 9월에 새로운 모델이 나온다고 기다리라는 군요.
그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우선은 저렴한 포커서를 붙여서 사용하다가 Baader사에서 신형이 나오면 교체하기로 하고 미국 OPT를 뒤졌습니다. SCT용은 고를 수 있는게 많지 않더군요. OEM으로 판매하는 대만 GSO사의 Crayford Focuser가 제일 무난해 보여서 주문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주문할 때는 분명히 재고가 있다고 나왔는데 지금 물건이 없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지금 주문하면 4~8주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릴래?' 라고 물어옵니다. (네. 미국은 존댓말이 없죠)
안되는 영어로 알았으니 주문을 진행해 달라고 보내고는 까맣게 잊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4월 초에 주문하고 한 달하고도 반을 더 기다린 어느 날... 드디어 포커서가 도착했습니다.
어쨌든 다행히 만듦새는 튼튼하고 좋습니다. 다만 스펙상 무게가 500g이라고 하더니 엄청 무겁습니다. 대충봐도 800g은 넘을거 같아요. 크기도 엄청 납니다. C6에 장착이 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랴부랴 붙여 봤습니다.
아이고... 아슬아슬하게 장착은 됐습니다. 여유라고는 아래 사진 처럼 5mm도 되지 않습니다.
아주 간신히 장착이 된거죠. 문제는 기존의 포커스 노브의 유격 조절용 볼트와 간섭이 생겨서 꽉 잠그기는 했지만 뭔가 조금 떠 있는 느낌입니다. 포커서 안쪽을 너무 깊게 만들어서 이런 문제가 생기네요... 어쩔 수 없이 Agena Astro에서 SCT용 연장 어댑터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25달러 짜리 하나 사고 30달러 배송료 내기는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또 이거저거 주문했습니다... 아우...
다행히도 포커서 자체는 꽤 잘 만들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이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요. William Optics의 포커서 보다 더 좋은 느낌입니다. 부드럽고 텐션 조절도 잘 되네요. 당일 날 밤에 시험 사용을 해봤습니다만 실제 사용에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초점 조절이 한결 수월해 졌습니다. 시상이 최악이라 사진은 포기했네요... 증거 사진은 다음에...
이제... 모터만 달면 되겠습니다... 국제광기에서 범용 포커서용 모터를 팔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