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었습니다만 프로젝트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몇몇 직원들은 출근을 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이라도 사줄 생각으로 회사로 향하던 중 엄청나게 맑은 하늘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날씨가 요상한게... 낮에는 엄청 맑다가도 밤만 되면 구름이 덮어버리곤 해서 오늘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회사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보니 살짝 뿌연 느낌은 들지만 구름은 전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바람도 심하지 않고... 살짝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데... 밤에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진다던데... 방한복은 준비했지만 춥지 않을까... 달하고 목성을 보려면 새벽까지 있어야 하는데 체력이 될까... 등등...
하지만 맑은 하늘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저녁 8시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냉각을 시작했습니다.
후드도 안 씌우고... 그냥 저렇게 밖에 세워뒀습니다.
건물들 사이로 목성이 올라오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대충 자정이 돼야 하겠더군요. 달은 새벽 2시가 넘어야 그나마 볼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 직원들은 하나둘씩 모두 떠나고 혼자 아무도 없는 건물에 남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혼자 책상에서 자고 일어나서 일하고...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이제 나이가 먹었는지 살짝 겁이 나네요. 몇 번 옥상에 가서 하늘을 확인해 봤지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밤 11시 반에 방한복을 입고 핫팩도 챙겨서 옥상으로 향했습니다.
오!! 목성이 환하게 떠 있네요. 거의 7개월 만에 보는 목성입니다. 역시 엄청 밝군요.
노트북을 준비하고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고도가 많이 낮은데다 주변 건물들에서 보일러를 가동하는지 눈으로 봐도 아지랑이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화면으로도 도저히 촬영을 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목성이 둥글게 보이지를 않네요...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목성을 보고 있자니 이제 서서히 상이 안정되어 갑니다. 연습 촬영을 멈추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2014-12-14 01:28(KST) @ Nonhyun-dong, Gangnam-gu, Seoul, South Korea
Seeing : 2~4/10, Transparency : 3/5
Celestron C8 (D=203mm FL=2030mm F/10.0), Takahashi EM-11 Temma2 Jr.
ZWO ASI120MC @F/25, Exp=29ms, Gain=57, Gamma=50 (1777frames)
Televue Powermate x2.5 (FL=5418, F/27), Resized 90%
Registax6, Photoshop CS3
자정에는 대적점(大赤點)이 거의 목성의 중앙에 있었는데 많이 이동했군요. 올해 5월에 Celestron C6으로 촬영했던 목성과 비교하면 훨씬 더 세부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대적점 주위의 난기류는 압권이네요. 모터 포커서 덕분에 초점을 조절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요. 첫 시도 치고는 괜찮았습니다. 구경의 한계에서 오는 세부 묘사가 떨어지는 건 좀 아쉽네요.
하지만 아직 시상이 좋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순간순간 좋아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건물의 진동과 시상의 영향으로 목성이 많이 움직여 보입니다.
그렇게 관측과 촬영을 계속하며 대적점이 사라지는 2시 10분경까지 3시간을 목성과 함께 했습니다. C6과는 확실히 비교가 되는 화질을 보여주는군요. 아직 만족스러운 상은 아닙니다만 행성 촬영용으로는 쓸만한 경통인 건 확실해 보입니다. 광축도 심혈을 기울여 맞춰둔 상태라 초점만 더 신경 쓰면 좀 더 세부를 살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쉽게도 모터 포커서가 초점을 맞출 때 진동은 없어졌지만 세밀한 조절이 쉽지 않네요. 조금 더 사용해 보고 스텝 모터로 교체하거나 페더터치로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2014-12-14 01:58(KST) @ Nonhyun-dong, Gangnam-gu, Seoul, South Korea
Seeing : 3~5/10, Transparency : 3/5
Celestron C8 (D=203mm FL=2030mm F/10.0) , Takahashi EM-11 Temma2 Jr.
ZWO ASI120MC @F/25, Exp=29ms, Gain=57, Gamma=50 (1778frames)
Televue Powermate x2.5 (FL=5418, F/27)
Registax6, Photoshop CS3
새벽 2시가 가까워 오면서 목성의 고도가 더 올라가니까 기류가 더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1시 반에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도 훨씬 더 선명해졌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1시 28분에 촬영한 목성 동영상의 Quality graph입니다.
그리고 1시 58분에 촬영한 동영상의 Quality graph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1시 58분의 그래프가 훨씬 더 플랫(Flat)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촬영 시간 동안 시상의 변화가 더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역시 행성 촬영의 성패는 시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014-12-14 02:08(KST) @ Nonhyun-dong, Gangnam-gu, Seoul, South Korea
Seeing : 3~5/10, Transparency : 3/5
Celestron C8 (D=203mm FL=2030mm F/10.0) , Takahashi EM-11 Temma2 Jr.
ZWO ASI120MC @F/25, Exp=29ms, Gain=57, Gamma=50 (1777frames)
Televue Powermate x2.5 (FL=5418, F/27)
Software : Registax6, Photoshop CS3
40여 장의 목성을 찍었습니다만 건질만한 건 이렇게 3장뿐이었습니다. 아직 이미지 처리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고 추위에 대한 대비도 좀 더 철저히 해야겠습니다.다음 날 앓아누웠거든요... 난로라도 하나 준비해야겠어요...
하지만 이렇게 관측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달도 찍었거든요. 겨울 새벽은 정말 춥더군요.
그래도 목성 관측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