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망원경의 대물렌즈나 카메라 센서 등은 잘못 손대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고가의 장비다 보니 함부로 손대는 게 겁나죠. 잘못되면 망하는 거라...
저도 개인적으로 망원경의 대물렌즈는 오염이 심하지 않으면 잘 손대지 않습니다. 렌즈 셀(Lens cell)에 들어있기 때문에 깨끗하게 닦기도 힘들지만 웬만한 오염은 관측이나 촬영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작 주의해야 할 곳은 대물렌즈가 아니라 감속기(Reducer, 보정렌즈)나 필터입니다. 센서에 가깝기 때문에 오염이 쉽게 보이고 촬영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플랫(Flat) 촬영으로 대부분 제거가 됩니다.)
특히 필터의 경우 센서 바로 전면에 있기 때문에 오염의 영향이 큰데, 이 필터도 협대역 필터(Narrowband filter)는 고가이기 때문에 오염물이 보여도 선뜻 손대기가 어렵습니다. 괜히 손댔다가 더 나빠질까 봐...
YouTube에도 필터 청소에 관한 동영상이 꽤 있습니다만 '저렇게 닦아도 되나???' 싶은 영상도 있고 전문성이 좀 떨어져 보여서 따라 하기가 겁났는데, Astrodon, FARPOINT 등 아마추어 천문인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들의 모회사인 OSI (OPTICAL STRUCTURES INCORPORATED)의 사장이란 분이 필터 닦는 영상을 올려놨더군요. 열심히 필터를 닦으면서 설명도 해주었는데 재밌는 내용이라 소개해 봅니다.
영상을 보면 91% 이상의 이소프로필 알코올과 다량의 렌즈 티슈를 사용해서 닦아 나가는 모습이 일단 신뢰가 가는데요. 닦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 몇 번은 오히려 기름기가 더 번져서 망친 거 같아 보이죠. 그 단계를 참고 계속 닦아 나가면 깨끗해지지만 처음에 얼룩이 번지는 모습을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죠. ㅎㅎㅎ
이분의 설명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필터는 섬세하고 비싼 물건이라고 생각하여 청소를 기피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 필터의 코팅은 매우 단단하다고 합니다. 코팅 재료와 자세한 방법은 저도 이해가 안 되니 패스...
매우 단단하다고 강조하는 걸 보니 너무 쫄 필요는 없다 이런 얘기겠죠?
알코올을 뿌린 렌즈 티슈를 계속 바꿔가며 바깥부터 원을 그리며 중심 쪽으로 닦아 나가고, 불빛에 비춰봐서 필터가 깨끗해 보일 때까지 반복하면 된답니다. 닦는 방법은 특별할 것이 없는...
그래도 전문업체 사장이 얘기하는 내용이니 신뢰해도 될 거 같습니다.
참고로 저도 몇 번 대물렌즈와 필터를 청소해 봤지만 렌즈 셀(Lens cell)이나 필터 셀 때문에 주변까지 깨끗하게 닦기는 어려웠습니다. 주변도 깨끗하게 하려고 하다 보면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필요합니다.(집착하면 망함...) 영상에서 처럼 Unmounted 필터는 그래도 닦기가 좀 쉬운 편이죠.
혹시 필터 청소에 도전해 보실 분이 계시다면 참고해 주시고 고순도 이소프로필 알코올과 렌즈 티슈를 넉넉히 준비해서 시도해 보세요. 영상에서 사용하는 Kimwipes 렌즈 티슈는 Amazon에서 몇 박스씩 묶어서 파는데 꽤 저렴하니까 구비해 두시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별거 아닌 팁이지만... 아마존을 이용하실 거면 일본 Amazon을 이용하시는 것이 배송료도 저렴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Amazon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을 일본 Amazon에서도 파는 데다 Amazon 직배송은 정말 빠르게 쏙 들어옵니다. (거의 국내 배송 느낌)
마지막으로, '극세사 렌즈 클리너' 이런 거 다 소용없습니다. 안경 닦는데나 쓰는 거지 극세사로 닦으면 천의 미세한 먼지가 필터에 자꾸 붙어서 닦기만 더 힘듭니다. 그리고 한 번 사용한 천은 재사용하면 안 되니까 그냥 저렴한 렌즈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