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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2월 25일] 철원 탐조

by 두루별 2023. 4. 28.

독수리들이 떠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서 이날도 열심히 독수리들을 찾아다녔지만 그 큰 녀석들이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탐조를 안 할 때는 떼로 날아다니더니... 찾으면 없는 것도 무슨 법칙이 있는 듯.

해가 지고 있어서 독수리 녀석들은 일단 포기하고 저수지에서 놀고 있는 기러기와 백로를 보다가 돌아왔다.

대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목이 정말 신기하게 움직이는 대백로. 평소에는 물음표(?) 모양으로 돌아다니다가 먹이를 사냥할 때는 쭉 펴진다.
집중하는 눈빛이 살벌함. 물고기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처음.

3월이 다 됐는데도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철원의 저수지 주변에는 기러기와 청둥오리들이 바글바글했다.
근데 얘들도 철새 아닌가? 통 갈 생각을 안 하는 거 같은데...

큰부리큰기러기 (기러기목 / 오리과)

탐조 초보라 큰부리큰기러기인지 큰기러기인지 알쏭달쏭하지만 주둥이 모양으로 봐서는 큰부리큰기러기같음.
큰기러기와 큰부리큰기러기는 덩치가 차이나기도 하지만 주둥이 모양으로 구분하는 듯.

도서 '한국의새' 중에서 95페이지 기러기편

내가 동정(同定)을 위해 사용하는 '한국의 새'라는 책의 기러기 편을 보면 큰기러기의 주둥이는 위아래가 두툼한 편.
반대로 큰부리큰기러기는 미끈한 모양이다. 주둥이 모양으로 보면 큰부리큰기러기가 맞는 듯.

기러기들은 얼음 위를 돌아다니거나 먹이 활동을 하는 녀석들도 있고 풀숲에 앉아서 쉬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런데 조용히 있지를 않고 다들 어찌나 울어대는지 저수지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이 동네에 살기 힘들겠구나...

큰고니 (기러기목 / 오리과)

저수지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고니를 발견! 멀리서 볼 때는 오린 줄 알았는데 망원으로 보니 고니였다.
얘는 친구들 다 어디 가고 혼자 기러기들 틈에서 놀고 있는 건지 이유가 궁금해짐. 단독 비행하는 녀석들인가?
궁금한 게 너무 많다. 그렇다고 막 찾아서 공부하긴 귀찮고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음.

청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청둥오리도 발견! 완전 동물의 아니 새들의 왕국이었다. 독수리 빼고 다 있음.
은근히 숨어있는 애들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철새들도 좋지만 직박구리 같은 텃새도 좀 보고 싶은데 찾기가 아주 힘들다. 철원의 철새들 다 떠나고 나면 텃새들 찾으러 다녀야겠다. 탐조가 의외로 재밌는 게 관찰의 재미와 찾는 재미가 아주 굿이다. 새라면 질색을 하는 아내도 군소리 없이 따라다니는 걸 보면 속으론 재밌으면서 아닌 척하는 거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