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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10일] 파주 탐조 여행

by 두루별 2023. 6. 11.

아침 일찍 아버지를 모신 파주의 봉안당에 들렀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파주 삼릉(三陵)을 둘러보기로 했다.
세 개의 왕릉(王陵)이 있어 삼릉이라고 하나보다. 듣기로는 숲이 울창하고 고즈넉하다고 하던데 역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들르면 좋을 거 같았다. 또 숲이니까 당연히 새도 있을 테니까 탐조도 할 겸... 

출처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홈페이지

공릉, 순릉, 영릉 이렇게 왕릉이 세 개가 있어서 삼릉. 그 바람에 공릉천의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게 됐다. 탐조하면서 잡지식이 하나씩 늘어간다. 파주에 공릉이 있었구나...

입장료는 성인은 천 원.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친절하시고 시설도 아주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입장료가 오히려 너무 싸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정리된 내부는 산책하기도 좋았다. 

재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숲이 우거지고 시내가 두 군데나 흐르니 새들이 살기엔 아주 최적의 장소인 듯. 문제는 숲이 너무 우거져서 새소리는 많이 들리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나무도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높은 가지에 앉은 새는 보이지도 않는다. 

삼릉 안의 빽빽한 숲. 새를 찾기 힘들다.

한 참을 찾아다녔지만 온통 새소리만 들리고 정작 새는 코빼기도 안 보인다. 이래서 여름 탐조는 힘들다는 거였구나. 나무의 잎이 무성하니 그 사이에 있는 새를 찾을 수가 없다. 겨울이 좀 쉽다는 게 이해된다. (지식 +1)

그래도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유심히 관찰을 하다 보니 가지가 흔들리거나 잎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살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 곳을 발견하면 즉시 카메라로 겨눠본다. 그렇게 하길 한 참...

앗?!
음... 보일락 말락...
오오 거의 보인다!!

감질나서 현기증이 났다. 처음 보는 녀석인데 어찌나 잘 숨는지... 얼굴이 보일락 말락 하다. 
대충 생긴 모양이 지빠귀 종류인 건 이젠 나도 알 수 있었다. 무슨 지빠귀냐가 문젠데 한 참을 돌아다니다 드디어 발견!!

되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이 녀석 여름철새인 되지빠귀였다. 그러고 보니 이 숲에 온통 되지빠귀가 있었다. 꼬리만 보인 놈, 얼굴 일부만 보여준 놈 등등 모두 되지빠귀다.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엄청 흥분됐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살살 따라다니면서 촤라라라라락~ 

졸졸졸... 힐끗!
되지빠귀 점프~ 푱~
나무 밑에서 멍때리는 되지빠귀.

이 녀석 통통 잘 뛰어다닌다. 나는 거보다 뛰어다니는 걸 더 좋아하나 보다.
땅에 떨어진 것도 잘 주워 먹고 낙엽도 뒤지면서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나무에도 잔뜩 앉아 있는지 어딜 가도 이 녀석들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 번 듣고 나니까 귀가 트이더라. 

공릉을 돌아보고 나오려는데 울타리에 귀여운 녀석이 하나 앉아있었다.

어린 딱새

부리를 보니 아직 애기다. 이소 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인데 눈이 꺼벙한 게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모양이다. 그러니 사람을 멀뚱이 쳐다보겠지. 다른 새들은 벌써 도망갔는데 이 녀석은 잠시 앉아서 포즈를 취해줬다.

영릉 설명에 푹 빠진 갱년기 아내

역사 좋아하는 아내는 안내판에서 떠나지를 못한다. 궁금한 걸 또 찾아보느라 한 참을 역사에 푹 빠져있었다.
새를 찾으라니까 역사를 검색하고 있으니... 왕릉은 이제 안 올 거다. 새 찾기도 어렵고 아내는 역사에 빠져버린다.

누구냐 넌...

이제 좀 새가 어딨는지 보이나 보다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는 새를 발견! 사실 나무위키 보던 아내가 찾았다...
그런데 얼굴만 살짝 보인다. 초보인 나는 도대체 무슨 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조류갤러리에 질문을 올렸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어치란다.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 정말 많다.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맞추는 거지?? 신기하다 정말 ㅎ
까치 친구라서 이름도 어치라던데 어치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쨌든 종추.

몸통만 보이는 오색딱따구리 (딱따구리목 / 딱따구리과)

그리고 몸통만 촬영된 또 다른 녀석. 촬영을 하려고 했더니 나무 뒤로 숨어버림...
숨어도 얘는 누군지 바로 알 수 있다. 바로 오색딱따구리. 얼굴 좀 보여주길 한 참 기다렸지만 반대쪽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쉽지만 이것도 탐조의 한 부분. 새들을 최대한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좀 더 다가갔거나 장소를 옮겼으면 충분히 촬영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지켜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진박새 (참새목 / 박새과)
쇠박새(왼쪽)와 진박새

발길을 돌려 순릉으로 가는 길에 박새를 만났다. 박새는 총 세 종류가 있다. 박새, 진박새, 쇠박새. 음.. 더 있나?
지금까지 박새는 많이 봤는데 쇠박새와 진박새는 오늘 처음 봤다. 종추 많이 하는 날이다. 

되지빠귀 친구를 또 만났다.
순릉이 제일 풍경이 아름다웠다.
뜻밖의 집비둘기
애기세줄나비 (나비목 / 네발나비과)
수레국화 (국화목 / 국화과)

곤충 접사 촬영도 해보고 싶은데 망원으로 촬영하는 곤충 촬영도 재밌다. 
순릉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새를 더 찾아봤지만 찾지는 못하고 꾀꼬리의 노래를 한 참 듣다가 왔다. 
삼릉 여기저기에는 토끼들도 있었는데 사람을 경계하기는 하던데 대놓고 앉아있는 걸 보면 그냥 거리만 유지하는 듯.

집토끼 (토끼목 / 토끼과)

굴도 파놨던데 삼릉에 터를 잡고 사는 거 같다. 다양한 동식물이 어우러진 삼릉은 한 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노약자에 대한 배려도 잘 되어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중간에 많아서 걷다 쉬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쪽에서 들리는 심상찮은 번개소리에 서둘러서 빠져나왔다. 곧 비가 올 모양이다.

아내가 도촬했다. 탐조는 편한 차림이 최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포천으로 이동을 할까 고민하다 소나기가 크게 올 거라는 예보를 보고 멀지 않은 '파주출판단지 근린공원'을 들러 보기로 했다. 그 옆의 유수지에 있는 새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였는데 가는 동안 잠깐이지만 폭우가 쏟아졌다. 와... 살면서 주먹만 한 빗방울은 또 처음 봄.

파주프리미엄아울렛 바로 근처에 있는 근린공원엔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어떤 어르신은 ND 필터로 하늘을 열심히 찍고 계시길래 뭐 찍으세요? 하니까 구름을 찍으신단다. 신박하다. 구름 촬영도 재밌겠다!!

둘러보다 보니 나무로 가로막힌 탐조대가 있었다. 누가 이런 데에 탐조대를 만든 건지 궁금했다. 탐조대라면 새가 보이는 곳에 만들어야지 나무로 가로막힌 데에 탐조대를 설치하는 바보가 있다니... 들어가 보니 온통 뱁새였다... 탐조대 잘 만들었네...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목 / 흰턱딱새과)

망원이라 몇 마리 안 나왔지만 나무 전체가 뱁새였다. 눈이 어두운 나는 처음엔 나무에 뭐가 달려있나 보다 했는데 카메라로 보니까 온통 뱁새였다. 나무 열매를 먹으려고 모여있었나 본데 뱁새만 참새반이다. 탐조대 만든 분 천재. 

개개비 (참새목 / 개개비과)

옆 유수지의 갈대밭에서 개개비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울타리 너머로 들여다보니까 갈대 끝에 매달려서 개개비가 애타게 울고 있다. 저 자세로 노래하는 건 쟤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오디에 푹 빠진 참새.

공원에서 누가 옥수수를 먹고 버렸는지 비둘기들이 열심히 옥수수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걸 또 세 마리가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데 하얀 비둘기가 대빵인 듯.

집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집 근처에서 구구~우우~ 구구~우우~ 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에 좋은 감정은 없다. 보이니까 한 컷.

공원이 새 찾기는 훨씬 쉬웠다. 일단 새들의 경계심이 덜하다. 사람과 자주 접하니까 그렇겠지?
어렵게 계곡이나 숲 속을 뒤지면서 새를 찾지 말고 공원을 다녀야겠다. 공원도 잘 골라 가면 새가 많다고 하더라.

사진으로는 잘 담지 못했던 직박구리가 이곳에서는 대 놓고 나와 앉아있었다.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이 녀석 깃털이 아주 멋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별로 신경을 안 쓴다. 편하게 직박구리를 촬영할 수 있었는데, 대박인 건 직박구리가 사냥하는 장면도 촬영할 수 있었다. 

목표 조준 (작은 벌레)
파짓!!
사냥 성공

대단한 건 아니고... 나무에 앉아있던 녀석이 갑자기 날아가길래 연속으로 촬영을 했는데 촬영해 놓고 보니까 작은 벌레를 사냥한 것이었다. 10m는 되어 보이는 거리였는데 작은 벌레를 어떻게 봤는지 빠르게 날아가서 공중에서 정확하게 벌레를 입으로 잡는 데 성공했다. 공격하기 직전에 벌레를 정확하게 보면서 조준하고는 입으로 덥석~! 거의 묘기다.

직박구리를 마지막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아쉽지만 집으로 철수했다. 
이제 곧 장마도 시작될 텐데 비가 많이 오기 전에 중랑천의 여름 탐조를 마무리해야 한다. 물떼새들도 아직 확인을 못했는데 벌써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걱정이다. 다음 주에는 비가 좀 그치기를...

천인국 (국화목 / 국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