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류 촬영에 사용하는 소니용 망원 줌 렌즈들이다. 왼쪽이 200-600G, 오른쪽이 100-400GM.
100-400GM이 훨씬 콤팩트하고 무게도 200-600G에 비해 720g 더 가볍다. 하지만 400mm 줌으로 변경하면 앞 코가 길게 나와서 전체 길이는 200-600G보다 조금 짧은 정도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 중에서 하나의 렌즈만 가지고 있을 거다. 나도 처음 망원 줌 렌즈를 고민할 때 100-400GM은 고려대상도 아니었다. 600mm 단렌즈와 200-600G 둘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도저히 무게를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 200-600G를 선택했다.
문제는 200-600G가 단렌즈에 비하면 가볍다고 해도 2.1kg으로 가볍지 않은 무게라는 건데, 카메라와 결합하면 거의 3kg이다. 저질 체력인 나는 어깨에 메고 조금만 돌아다녀도 허리가 뻐근해 왔고, 손으로 들고 촬영하려면 온몸에 힘을 꽉 줘야 했는데 그래도 손이 덜덜 떨렸다.
삼각대 없이 맨손으로 장시간 촬영하기엔 버거웠고, 촬영된 사진도 미세하게 흔들려서 초점이 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사진이 많았다. 그래서 가벼운 500mm 단렌즈가 있는 니콘으로의 기변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카메라 바디의 성능은 개인적으로 소니가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고민만 하다 포기...
그런데 그동안 촬영을 해보니까 갯벌이나 넓은 평원처럼 초망원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적인 조류 촬영의 대부분은 5~10m 안쪽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확대율을 조금 포기하거나 몇 걸음 더 앞으로 갈 수만 있다면 조금 짧은 망원렌즈를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닐까?
아래 이미지를 한 번 보자.
유튭에서 캡처한 이미지다. 200mm부터 600mm까지의 화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500mm와 600mm 화각을 400mm에 맞게 늘려보면 아래와 같이 보인다.
500mm와 600mm의 차이는 크지 않아서 한 두 걸음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을 거 같다. 하지만 400mm와 600mm의 차이는 꽤 나 보인다. 이 정도 확대율을 극복하려면 2~3m는 더 앞에서 촬영해야 할 거 같다.
화각의 차이 때문에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었는데, 포천 탐조를 다녀오면서 삼각대 없이 촬영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상을 찾아 차로 이동하는 상황이 아니라 공원처럼 직접 들고 계속 걸어야 하는 곳에서는 200-600G를 사용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화각이나 선예도의 차이는 이미 문제가 아니었다. 무게와 부피의 문제였다. 200-600G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가방도 큰 가방을 사용해야 하니까 운용 무게는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100-400GM은 기본 크기가 작아서 작은 백팩에도 쉽게 넣을 수 있었다. 200mm 부족한 화각이 아쉽지만 서너 걸음 더 앞으로 나가면 된다. 대신 100mm의 나름 넓은 화각과 짧은 최소 촬영 거리를 이용한 망원 매크로 촬영을 할 수도 있다. 단점과 장점이 존재하지만 가볍다는 장점은 너무 컸다.
그렇게 추가로 100-400GM을 구입하고 나서 백팩에 넣고 대중교통으로 촬영을 다녀왔는데, 크게 무게감을 느끼지 못했고 손으로 들고 촬영할 때도 피로감이 훨씬 적었다. (그렇다고 막 가볍고 그런 건 아님.) 중앙 부분의 선예도는 거의 비슷하다는 평가의 렌즈들이라 촬영 결과는 둘 다 좋았지만 손으로 들고 촬영했을 때 100-400GM을 사용할 때가 초점이 잘 맞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아니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서 손떨방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무거워서 덜덜 떨리는 상황까지 다 잡아주지는 못하는 거 같다.
요즘엔 이 두 렌즈를 모두 차에 싣고 다닌다. 언제 더 멀리 있는 대상을 촬영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차를 가지고 갈 수 없는 곳에 간다면 무조건 100-400GM을 들고 간다. 확대율이고 뭐고 가벼운 게 최고다.
혹시 소니 200-600G와 100-400GM을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화각이 아쉽지만 선예도와 활용성이 더 좋은 100-400GM을 추천한다. 하지만 갯벌이나 호수 같은 환경에서는 분명 아쉬울 거니까 200-600G도 함께 구입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