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13일] 올림픽공원 탐조

by 두루별 2023. 6. 14.

세계평화의 문 (던전 입구)

중랑천을 갈까 올림픽공원을 갈까 망설이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가까운 올림픽공원으로 출동했다.
날씨는 해가 쨍쨍하고 더워서 새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대륙검은지빠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호다닥 달려갔다.
바로 옆에 살 때도 안 왔던 곳인데 새 때문에 오게 될 줄이야...

소환돌 호돌이

호돌이라니... 추억 돋는다... 
그런데 공원이 생각보다 너무 넓다. 입구까지 걷는 것도 힘들었다. 공원 안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공원이 오래된 만큼 나무의 수령도 오래됐을 테니까 새도 많을 거 같다. 내일 죽더라도 일단 고!

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입구를 지나니까 까치가 반겨준다. 거의 비둘기 수준으로 사람을 안 무서워하는 녀석들...
그 뒤로도 계속 까치다. 편의점 주변은 까치와 참새가 점령. 떨어진 음식 주워 먹느라 바쁘다.

흰뺨검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호수에는 흰뺨검둥오리 혼자서 졸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어디 가고 혼자 있는겨...
호수가 크지는 않지만 물새가 좀 있을 줄 알았는데 물새 보기는 망한 듯...
그래도 항상 보게 되는 민물가마우지가 또 저 멀리 앉아있었다. 나중에 보기로 하고 일단은 산책로를 돌아본다.

민물가마우지 (사다새목 / 가마우지과)
집비둘기 (비둘기목 / 비둘기과)

나무 위를 둘러보다 조용히 앉아있던 비둘기 발견. 자다 깼는지 눈이 퀭하다.
새들이 낮잠 자는 시간인가 여기저기서 졸고 있는 새들이 많다. 

그래도 작은 새들은 여기저기서 울어대고 있었는데 어디 숨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무리해서라도 쌍안경을 가져왔어야 했다. 그렇게 새 한 마리 못 보고 돌아다니다 박새 짹짹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나무 밑에서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더니 드디어 한 녀석이 나타났다. (나무 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니까 주위 사람들도 다 올려다봄. ㅋㅋㅋ)

쇠박새 (참새목 / 박새과)

하도 이리저리 뛰어다녀서 간신히 한 장 촬영에 성공. 아주 작은 녀석들도 많은 걸로 봐서는 응애들인가 보다.

산책로 주변엔 사람이 많아서 새가 안 보인다. 옆길로 빠져서 숲길로 들어갔다. 
숲길로 들어가자마자 맑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파주 삼릉에서 들었던 것과 비슷한 소리. 지빠귀다!
노랫소리가 나는 나무로 살금살금 접근해서 올려다보니 이상한 놈이 앉아있었다.

으음? 까마귄가???
살금살금 돌아가보니... 오오!! 대륙검은지빠귀다!
대륙검은지빠귀 (참새목 / 지빠귀과)

오늘 목표로 했던 녀석을 그래도 금방 발견했다! 지난주에 봤던 되지빠귀랑 똑같이 생겼다. 털만 검은색.
지빠귀들은 목청이 좋은 거 같다. 목소리도 곱고 소리도 아주 우렁차다. 나이스 종추!

목표종도 찾았겠다 이제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새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어딘가에서 딱따구리의 드러밍(Drumming) 소리가 들린다. 두르르르르~. 소리가 작은 걸 보면 가까운 곳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여기 방문하신 분들 글을 보니까 다들 오색딱따구리와 쇠딱따구리를 보셨던데 내 눈엔 절대 안 보임.

혹시나 해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는데 딱따구리 소리 대신 시끄럽게 깩깩거리는 직박구리 소리가 들린다. 

우리의 이웃 직박구리 (참새목 / 직박구리과)

그럼 그렇지... 직박구리들이 소리소리 지르며 서로 푸다닥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싸우는 줄 알았는데 한참을 지켜보니까 어미와 새끼였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새끼를 부르면 따라 날아가면서 소리소리 지르는 중이었던 거.

먹이를 물고 있는 직박구리. 과일을 좋아한다고 한다.
절대 조용히 나는 법이 없다. 동네 시끄러운 녀석들.
직박구리 나무 밑에서 비둘기들도 열심히 뭔가를 먹고 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리도 쉴 겸 벤치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으면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머리 위 나뭇가지에 박새 한 마리가 보인다. 어떤 박샌가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몇 장 찍고 나서 확인을 해 보니까 박새가 아니었다...

오목눈이 (참새목 / 오목눈이과)

까만 머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얀 고속도로... 오목눈이다. 
눈이 침침해서 하얗고 꺼멓고 그러면 그냥 다 박새로 보인다... 근데 언뜻 보면 똑같이 생겼다. 구분하기 쉽지 않음.
그래도 오목눈이를 봐서 좋았다. 이제 박새처럼 생긴 애들도 자세히 봐야겠다.

소나무 구멍에 둥지 튼 참새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가 먹인다.
구멍이 꽤 깊은가 보다. 참새가 쏙 들어간다.

육추 중인 참새를 발견했다. 참새는 집을 어떻게 짓나 했더니 저런 나무 구멍에다가도 둥지를 트나 보다.
영상을 보면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열심히 먹이를 물어 오는 걸 알 수 있다. 주변이 먹이가 많은 환경이라 다행이다.
이 장면을 촬영하려고 손으로 들고 촬영하다가 죽을뻔했다... 영상은 삼각대로...

또 만난 대륙검은지빠귀

돌아다니다 또 만난 대륙검은지빠귀. 땅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아서 먹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살금살금 최대한 다가갔지만 날릴 거 같아서 이 이상은 무리였다. 검은 깃털에 노란 부리의 조합이 아주 예쁘다.

대륙검은지빠귀를 보고 언덕을 내려오니까 양지바른 곳에선 까치들이 시끄럽게 싸우고 있다. 

자기들 끼리도 괴롭힌다.
아직 어린 까치들 같은데 하루 종일 싸운다. 조기교육인가?

까치들은 항상 투닥거린다. 싸울 대상이 없으면 지들끼리도 싸우는 모양. 
부산스러운 까치들 사이로 처음 보는 새가 스르륵 날아간다. 머리에 검은 뚜껑이 있는 걸로 봐서 물까치가 틀림없다.
까치와 달리 물까치는 거리를 잘 안 준다. 경계심이 강한 듯.

만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생겼다.
물까치 (참새목 / 까마귀과)

꽤 돌았더니 힘들다. 잠깐 쉬려고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았다. 힘들 땐 당 보충이 최고다.
올림픽공원은 곳곳에 자판기와 화장실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 관리도 잘해서 환경이 아주 깨끗하다. 

어우 좋다~ 시원한 사이다! (콜라 좀 팔아주세요)
100-400GM도 몇 시간씩 메고 다니려니 무거워 죽겠다

시원하게 음료수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물까치가 떼로 날아왔다. 얘들도 서로 가족인가 보다. 
어미 한 마리에 새끼 세 마리인 듯. 다 큰 놈들이 밥 달라고 조르는 동작(Begging)을 하는 걸 보니 이소 한 지 얼마 안 됐나 보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키워냈으니 뿌듯하겠다.

밥 달라고 부산을 떤다.

지금까지 지켜보니까 뇌피셜이긴 하지만 까치, 직박구리, 물까치들은 공원 안에 서로의 영역이 있는 거 같다. 까치가 있는 곳엔 직박구리나 물까치를 보기 힘들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떼로 달려드는 애들이라 지금 같은 번식기엔 더 예민할 듯. 그래서 서로 거리를 두는 거 같다.

벌써 128GB SD 메모리 카드 하나를 다 썼다. 2시간을 돌아다니면서 연사로 촬영을 하니까 메모리 용량이 녹는다.
소니 카메라는 듀얼 메모리 카드라 동시 기록도 되지만 나는 순차 기록으로 사용한다. 안정성이냐 용량이냐 고민을 했는데 용량을 택함. 이러다 날아가면 하루가 날아가는 거라 여분의 메모리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동시 기록으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

이제 산책로를 벗어나서 숲길로 들어가 본다. 공원 안에 다양한 산책로가 있는 게 신기하다.

까치 종류는 호기심이 많다. 내가 뭐하나 보는 중.
오디 중독자 참새
숲으로 들어가는 산책로 입구의 나무. 굵기가 엄청나다.

이곳은 산책로이면서 나무 보호구역이었다. 해가 기울 시간이기도 했지만 숲이 울창해서 안쪽은 해가 진 것처럼 어두웠다.
이렇게 굵은 나무들을 본 게 언제인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들다. 사찰이나 가야 이렇게 굵은 나무를 볼 수 있다.

애기똥풀
숲속에서 만난 물까치
밤처럼 어두운 숲속에서도 물까치는 아주 예쁘다.
둥지를 만들 건지 재료를 모으는 직박구리. 근데 너무 늦지 않았냐... 남들은 다 키웠던데...
또 다른 우수에 젖은 직박구리. A1은 저조도에서도 초점을 아주 잘 잡는다.
얘는 초코바에 들어있는 땅콩 하나 줬더니 계속 따라다닌다. 좀 가라고...

숲속에도 벤치가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모여 인생 얘기를 하고 계셨다. 너무 심오한 얘기라 슬쩍 다른 곳으로...
숲 가장자리는 또 웨딩 촬영으로 바쁘다. 찾는 사람도 다양한 올림픽공원이다.

사람들을 피해 꽃밭으로 왔다. 꽃밭에도 새가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삼릉에서도 봤던 딱새 유조를 또 만났다.

딱새 유조 (참새목 / 딱새과)
아유 깜짝이야...

공원에는 고양이도 아주 많았는데 커다란 사료 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밥을 주는 캣맘을 만났다. 물통도 들고 다니면서 물도 주던데 새를 촬영하는 나를 보더니 살짝 눈치를 보셨다. 요즘 논란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동물을 모두 좋아하는 나로선 상생 방안을 잘 찾았으면 한다.

너는 표범인 줄 알았다.

촬영 안 한 고양이가 더 많았지만 만나는 고양이마다 새는 사냥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알아들었겠지 똑똑한 애들이니까.
그렇게 뿌듯해하며 돌아서는데 또 물까치를 만났다. 정말 까치, 직박구리, 물까치가 지천이다.

그래도 참 이쁘다 물까치는.
박새 (참새목 / 박새과)

꽃밭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박새 친구. 꾀죄죄한 게 응애 박새인 거 같았다. 어미 새가 우는 소리를 따라 휙 날아갔다.
아이고 이제 힘들어서 더 못 돌아다니겠다. 입구 쪽으로 돌아가서 호숫가에서 좀 쉬다가 돌아가야겠다.

까치밭
청둥오리 (기러기목 / 오리과)

아까 졸고 있던 흰뺨검둥오리는 어디 가고 청둥오리가 자고 있다. 그것도 한 발로 서서.
다리 긴 애들이나 저러고 자는 줄 알았더니 오리도 저러고 자는구나...

그걸 또 방해하려고 까치가 슬금슬금 다가오다가 오리랑 눈 마주침.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안 보이던 왜가리도 한 마리 와 있었다. 열심히 사냥 중이다. 저 물속에 뭔가 있는 걸까?
갑자기 중대백로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와서 내려앉는다.

착륙 직전의 중대백로 (사다새목 / 백로과)
두루미를 제외하면 목을 이렇게 접고 비행한다.
그런 줄 알았는데 백로도 이렇게 날기도 하는구나.
백로 보러 철원 갈 필요가 없었던 거다.

중대백로 두 마리가 소란스럽게 호수 위를 날아다니더니 자리를 잡고 쉬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다른 새들도 부산하게 날아다닌다. 다들 잠자리 찾아가는데 나도 이제 마무리해야겠다.

오늘 하루 완전히 불태웠다. 3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다니... 시리가 걷기 신기록이라고 칭찬해 줬다.
건강이 많이 회복된 거 같아 기쁘다. 이렇게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 오늘 반을 돌았으니 힘내서 남은 반은 다음 주에 돌아봐야겠다.

오늘 촬영은 모두 100-400GM으로 했다. 도심 공원에서는 400mm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더 가벼우면서 화질 좋은 렌즈가 있다면 갈아타고 싶을 정도로 100-400GM도 몇 시간씩 메고 다니기엔 여전히 무겁다. 

한쪽으로만 메지 말고 양쪽으로 번갈아 메고 다니면 피로감이 더 줄지 않을까 싶은데 다음에는 그렇게 해봐야겠다. 한쪽으로만 메고 다녔더니 허리가 뻐근하다. 그래도 원 없이 새를 보러 돌아다녀서 기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