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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16일] 포천 탐조 - 1일차

by 두루별 2023. 6. 18.

거의 4주 만에 하늘이 열렸다. 다음날인 토요일도 맑을 거라는 예보지만 요즘 같이 대기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다음날도 알 수가 없는 거다. 하늘이 열리면 그냥 나가야 한다. 안 그럼 언제 또 별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일단 출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다

망원경과 촬영 장비들을 꽉꽉 싣고 대낮에 포천으로 탐조를 떠난다. 낮에는 새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고... 아유 좋다...
다행히 차도 별로 안 막혀서 포천에 금방 도착했다. 포천은 참 아름다운 곳이 많은 거 같다. 이사 오고 싶다...

잘 정리된 아름다운 공원

전부터 눈독 들이던 곳에 와봤는데 경관이 아주 끝내준다. 시설도 좋고. 포천이 도로도 그렇고 관리를 아주 잘한다. 
평일이라 사람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차에서 내리니까 맑은 공기와 함께 들리는 소리는 온통 새소리!~ 

제일 처음 만난 친구들은 방울새였다. 머리 위로 막 날아다닌다.

방울새 (참새목 / 되새과)

방울새는 올해 초 포천 꽃정원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포천에서 다시 보게 됐다. 포천에 많이 사나 보다.
굉장히 넓은 공원이라 장비를 둘러메고 천천히 둘러봤는데 해지기 전까지는 새를 찾아다니면 되니까 완전 신난다!!

조그만 연못에는 탐조대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뭐가 있나 들여다보니까 오오! 원앙이 있었다!

원앙 수컷 (기러기목 / 오리과)
원앙 암컷

번식기가 지나서 수컷 원앙은 번식깃이 빠진 상태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화려한 깃털의 원앙은 아니었다. 뭔가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 느낌의 원앙... 그래도 암컷이랑 둘이 다니는 걸 보니 짝짓기는 성공했나 보다. 다른 암컷 원앙 한 마리는 짝이 없는지 혼자 쓸쓸히 앉아있었다. 그런데 얘들 눈망울이 굉장히 큰 게 아주 예쁘다.

놀라서 날아가는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원앙 옆에 있던 왜가리가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후다닥 날아간다. 그 바람에 원앙도 다 날아가 버렸다... 쩝...

야생화가 가득한 넓은 꽃밭

꽃밭이 넓게 조성되어 있었는데 벌레가 많을 테니 새들도 살기 좋은 환경 같다. 연못과 시내가 흐르고 있어서 물도 마시고 목욕도 할 수 있으니 내가 보기엔 아주 최적의 장소. 근데 숲이 있고 물이 있으면 물총새도 있다던데...

멧새 (참새목 / 멧새과)

참새와 다른 새를 하나 발견했는데 잠깐 보여주고는 시선이 느껴지는지 바로 나뭇잎 뒤로 숨는다. 새들은 눈치가 보통이 아니다. 급하게 촬영하고 보니 처음 보는 새였다. 무슨 새인지 모르겠다... 이럴 땐 빠르게 조류갤에 물어봐야 한다. 역시 바로 답이 나왔는데 멧새라고 함. 덕분에 또 종추!

큰금계국
서양톱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온통 새소리가 가득한 풀밭
때까치 (참새목 / 때까치과)

길을 살짝 벗어나서 갈아엎은 고랑을 따라 걷다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참새 같은 녀석들을 발견했다. 조심조심 다가가 보니 세상에 때까치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녀석을 눈으로 보다니 너무 신기하다. 경계심이 강해서 거리를 주지를 않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만 신기한 첫 만남이었다. 

돌아 나오다가 풀숲에서 꿩이 놀라서 푸드덕 날아가며 꿩~꿩~꿩~ 하면서 날아간다. 지만 놀랐나 나도 놀랐다... 
꿩하고 나는 인연이 없나 보다 진짜 1m 앞에서 날아가는데 촬영을 못했다. 너무 순식간이라 그만...

오오 색이 화려한 녀석 발견!
딱새 수컷 (참새목 / 딱새과)

돌아다니다 색이 화려한 새를 발견했는데 처음엔 머리가 하얀색이라 할미새쯤 되나 보다 했지만 딱새 수컷이었다. 벌레를 물고 있었는데 새끼를 부르는 거 같았다. 

접근하기 어려운 딱새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새끼를 부르고 있었는데 방해가 될까 봐 자리를 피해 줬다. 거리를 안 줘서 세밀하게 담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본 것만으로도 기쁘다. 

참새 (참새목 / 참새과)

언제나 반가운 참새. 나는 얘들이 제일 경계심 많은 새인 줄 알았는데 얘들은 요즘 경계심 제로다. 
다 큰 애들은 그래도 살짝 거리를 유지하는데, 지나가다가 만난 솜털이 뽀송한 아기 참새는 경계심 같은 게 아예 없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기 참새

한 참을 돌았더니 힘들어 죽을 거 같다. 푹푹 빠지는 풀밭과 흙밭을 돌아다녔더니 더 힘든 듯.
이제 해가 지고 있어서 별 보러 가야 한다. 차로 돌아가면서 탐조대에 다시 들러봤는데, 아까 왜가리랑 함께 날아갔던 원앙 암컷이 돌아와 있었다.

돌아온 원앙 암컷. 너도 얼른 짝을 만나라.

해가 지기 시작하니까 조용하던 건너편 밭에 검은딱새가 나타났다. 거리가 너무 멀어 형체만 보인다.

검은딱새 (참새목 / 딱새과)
깃털이 좀 희한한 검은딱새. 털갈이 중인 듯.
지천에 펴있던 개망초

그렇게 포천에서 행복한 탐조를 마치고 멀지 않은 관측지로 이동했다. 저녁을 먹으러 들른 읍내에서는 비행 연습 중인 제비 가족을 만났는데 이소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아직도 앳된 모습이었다.

아기 제비들
제비 (참새목 / 제비과)

예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 읍내의 친한 편의점 아가씨와 한 참을 얘기하다 야식을 사들고 관측지로 향했다. 
아직 절반밖에 돌아보지 못한 포천의 공원은 내일 낮에 또 들러서 나머지 절반을 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