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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22일] 올림픽공원 탐조 - 2부

by 두루별 2023. 6. 23.

우주 정복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장비들.

그런데 어르신 장비가 안드로메다급이다. 카메라도 렌즈도 모두 라이카. 하나 더 메고 계시던 망원렌즈와 카메라도 라이카. 새는 뒷전이고 침을 질질 흘리며 장비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르신이 혹시 대륙검은지빠귀의 새끼를 봤냐고 물으신다. 흐릅...

음... 그러고 보니 지렁이를 물고 가는 것만 봤지 따라가 볼 생각은 안 했다. 그때 나뭇가지에 대륙검은지빠귀가 내려앉았다. 그러자 사모님이 새가 왔다고 얼른 찍으라고 아우성. 어르신이 후다닥 카메라로 달려가시는 사이 나도 몇 장 담았다.

머리 깃털이 좀 빠진 거 보니 아까 그 녀석인 듯.

아까 지렁이 사냥하던 대륙검은지빠귀 썰을 어르신한테 풀고 있는데 새끼를 보게 되면 꼭 좀 알려달라 신다. 육추 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 듯. 그런데 저 무거운 렌즈를 어떻게 옮기셨댜. 체격도 작으셨는데 대단하시다. 두 분이 함께 하시는 걸 보니 얼른 아내도 은퇴시켜서 함께 새를 보러 다니고 싶다. 목표 탐조부부!

잠깐 사이에 또 지렁이를 한 입 가득 물고온 대륙검은지빠귀

이 나무로 지렁이를 물고 날아오는 걸 보고는 이 나무 어딘가에 둥지가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 그래서 이 나무에 카메라를 겨눠두고 기다리신 모양이다. 열정이 대단하시다. 

인사하고 가려는데 어르신이 한 곳을 가리키시면서 저기 사람들 모여있는 데로 가보라고 하신다. 거기 가보면 꾀꼬리가 육추하고 있을 거라고. 헉!! 꾀꼬리!!! 얼른 인사드리고 호다닥 사람들이 모인 데로 가봤다.

숲속에 어르신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고 계시다.

그곳엔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모여서 망원렌즈를 늘어놓고 뭔가를 보고 계셨다. 오~ 탐조 동호인 처음 봄.
슬쩍 어르신들 사이에 껴서 대화를 귀동냥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어르신이 내 어깨를 툭툭 치신다. 앗.. 쫓겨나나 보다 했는데 꾀꼬리 둥지 위치를 손으로 알려주셨다. 아우 감사 ㅠㅠ

둥지까지 거리가 꽤 멀다... 400mm로는 안 되겠다. 얼른 1.4배 텔레컨버터를 장착했다. 이후 사진은 모두 560mm로 촬영.

꾀꼬리와 둥지안의 새끼들.
아기들 응가를 꿀꺽~ (무슨 맛일까...)
육추중인 꾀꼬리 (참새목 / 꾀꼬리과)

꾀꼬리도 처음 보지만 새가 육추 하는 장면은 제비 말고는 처음이다. 너무 신기했다! 
둥지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지켜보는 게 편하지는 않을 듯. 부디 무사히 새끼들 잘 키워서 건강히 날아가기를...

근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 하나. 아니 도대체 저 나무 위에 있는 둥지를 어르신들은 어떻게 찾으신 걸까? 이번 기회에 배우지 못하면 안 된다. 얼른 둥지를 알려주신 어르신께 물어봤더니 모르신단다. 자기도 듣고 온 거라고... 아깝다... ㅠ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오전에 의왕시에 있는 왕송 호수에서 탐조하고 여기로 또 오신 거라고... 대단들 하심...
체력도 부럽고 정보력도 부럽고... 역시 나는 아직 완전 생초보라는 걸 실감했다... ㅠㅠ

대빵인듯한 어르신은 특히 할머니들께 친절하셨는데, 어디 어디 가면 밀화부리도 있고 동고비도 있으니까 다 보고 가라고 알려주심. 오옷 꿀 정보. 귀를 쫑긋하고 들었는데 찾지는 못했다. 다음에 또 뵈면 다시 여쭤봐야지...

어르신들께 인사드리고 나 홀로 탐조를 다시 시작. 역시 별도 그렇고 탐조도 그렇고 혼자가 좋다. 아내는 제외

길 옆에서 멍때리는 대륙검은지빠귀 발견.
살짝 경계를 하지만 날아가지는 않는다.

나무 뒤로 숨어서 녀석의 행동을 관찰했는데, 어떻게 아는 건지 땅을 몇 번 툭툭 치더니 지렁이를 쑤욱~
사냥 잘하네... 그런데 머리에 깃털 빠진 모양이 아까 그 녀석 같은데... 아니면 원래 다 이렇게 깃털이 빠졌나?
어딜 가나 계속 같은 녀석을 만난다는 게 더 이상하니 원래 깃털 모양이 저렇게 생긴 걸로 결론.

나를 힐끔 보더니 바로 개무시.
땅에서 지렁이를 마구 뽑아 낸다.
사냥 참 잘하는 대륙검은지빠귀

땅에서 지렁이를 쏘옥 빼내더니 열라 팬다. 얻어맞고 기절한 지렁이를 입에 물고는 언덕 위로 휘리릭 날아갔다. 언덕 너머에 둥지가 있나 궁금했지만 육추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육추 장면만 기가 막히게 찾아서 촬영하는 분들이 있던데 존경스럽네. 어떻게 찾는 걸까... 암튼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그냥 보여주는 걸 보는 게 더 좋다.

녹색과 노란색 그리고 물까치. 색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벌레 채집통으로 보이는 통 위에 물까치가 앉아있는데 색이 아주 잘 어울린다. 무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때...
그 뒤쪽 우거진 숲 속 나무 밑에 익숙한 녀석이 보인다. 헐... 세상에 꿩이다! 도심 한 복판에서 꿩을 제대로 볼 줄이야...

꿩 (닭목 / 꿩과)

너무 어두운 곳에 있어서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드디어 꿩을 제대로 담았다!!

나를 보더니 목을 움츠리고는 종종 걸음으로 숲으로 들어간다.
뒤도 안 돌아보고 숲으로 들어가는 꿩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올림픽공원에 사는 꿩들은 사람을 좀 덜 경계한다고. 아무래도 사람을 자주 봤을 테니까 경계를 좀 덜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숲에서 나와서 잔디밭에서 어슬렁 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꿩을 뒤로하고 전에 봤던 딱새나 박새를 찾아볼 생각으로 꽃밭으로 가고 있는데 이번에도 어떤 어르신이 열심히 뭔가를 촬영하고 계신다. 새를 찾으려면 어르신을 따라다니면 되는 거다. 

나무 옆에 새 한 마리가 꼿꼿이 서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라... 앤 누구지?
아! 아까 봤던 그 녀석이다. 대륙검은지빠귀 유조!
어린 녀석이라 사람에 대한 경계가 낮다.

대륙검은지빠귀 유조를 또 만났다. 오늘 조복이 아주 좋은 모양. 근데 얘는 밝은 데서 봐도 침침하구나... 

티스토리의 용량 제한으로 나머지 얘기는 3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