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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기록/자연 관찰기

[2023년 6월 22일] 올림픽공원 탐조 - 3부

by 두루별 2023. 6. 25.

꽃밭에 왔지만 딱새나 박새는 보이지 않았다. 새들이 나름의 영역이 있는 거 같았는데 아닌가?라고 의심하고 있는 순간 딱새나 박새 대신 귀여운 오목눈이가 애벌레를 물고 나타났다.

육즙 터지는 애벌레를 사냥한 오목눈이 (참새목 / 오목눈이과)
애벌레를 맛있게도 먹는다.
냠~
꿀꺽...
아 귀여워... 졸귀탱이다.
식사에 정신 팔려서 뒤늦게 나를 발견. 흠칫.
꽃에 매달려도 얼마나 가벼운지 휘지도 않는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니... 오목눈이의 벌레 먹방을 보고 나니까 벌레를 사다 먹여주고 싶다. 깜찍한 것...
꽃밭 주변에는 작은 새들이 모여 사나 보다. 여기저기 박새 소리도 들리고 오목눈이도 여럿 보인다. 

아직 색이 진해지지 않은 어린 박새가 바로 앞 나무에 내려앉았다.

박새 (참새목 / 박새과)

박새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육식성 조류라 주로 작은 곤충을 먹지만 아주 드물게는 참새를 사냥하기도 한단다.(대박...) 생각보다 성깔 있는 녀석들. 지들끼리도 엄청 싸우는 모양이다. 그래서 꽁지깃이 빠진 놈들이 많다던데 새들도 참 치열하게 산다.

 근처에서 이번엔 쇠박새를 발견! 역시 새들은 사는 지역이 있었어...

머리만 까만 쇠박새 (참새목 / 박새과)
나무에 붙어있는 뭔가를 따 먹고 있다.

확실히 이름에 쇠가 붙은 애들은 작다. 좀 전에 만난 박새와 비교해도 많이 작은 쇠박새. 근데 박새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좀 낮다고 하던데 다음엔 해바라기 씨라도 가져와서 손에 올려놓고 불러봐야겠다. 물고 가면 대박사건.

이제 공원 돌아보기가 끝나간다. 아직 공원의 북쪽은 못 가봤지만 거기는 또 다음에 둘러봐야겠다. 너무 넓어...
오늘 본 것만 정리하는데도 며칠은 걸릴 거 같다.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다.

처음에 들렀던 호수로 다시 돌아왔다. 예상대로 가마우지는 사라지고 왜가리가 있었다.

왜가리 (사다새목 / 백로과)
왜가리는 사람을 생각보다 무서워 한다.

별거 없이 카메라로 겨누기만 해도 긴장 타는 왜가리. 계속 보고 있으면 부담스러운지 슬쩍 자리를 옮긴다. 새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도 참새와 왜가리는 항상 볼 수 있었다. 흔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녀석들. 그래도 다 소중한 녀석들이다.

철새

성남 공항이 근처라 비행기도 많이 날아다닌다. 예전 이 근처 살 때 헬기 소리 때문에 짜증 났었던 추억이 스멀스멀...
그래도 전투기 소리에 비하면 헬기 소리야 양반이지... 군대에서 제대할 때까지 새벽마다 듣던 전투기 소리는 악몽이었다.

왜가리가 날아가더니 백로들이 앉아있는 나무 옆에 자리 잡는다.

백로와 왜가리들은 잠은 나무 위에서 자는구나. 그런데 같은 나무는 아니고 백로만 앉는 나무와 왜가리만 앉는 나무로 나뉘나 보다. 서로 같은 지역에 있지만 자는 나무는 다른 것도 신기하다.

흰뺨검둥오리 가족 (기러기목 / 오리과)

갈대숲에서 어미 흰뺨검둥오리가 물로 내려오니까 꼬물이들이 모두 어미를 따라 물에 뛰어든다. 일렬로 쪼르르 따라다니는 게 너무 귀엽다. 하나 둘 셋... 모두 여덟 마리 맞다. 이제 몇 주면 녀석들도 날아가겠구나. 해가 저무니까 다들 잘 곳을 찾아가는 거 같다. 이제 나도 집에 가야겠다. 

돌아가는 길은 왠지 퇴근하는 기분이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잠깐 밖에 내리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장마라고 하지만 하루 정도는 다시 올림픽공원을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처음 1.4배 텔레컨버터 사용해 본 간단 소감.
AF가 아주 살짝 버벅거렸지만 날이 흐리고 어두워서 맑은 날 다시 촬영해 봐야 할 거 같다. 조리개는 f/8.0이 되는데 제일 아쉬운 부분. 낮에 사용하는 데는 문제없겠지만 빛이 부족한 시간대에는 피해야겠다. 선예도는 막눈이라 잘 모르겠다. 대상이 가까우면 화질이 좋고 멀면 화질이 구리다. 이건 어떤 렌즈든 마찬가지일 듯...